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가 국정농단 사태를 ‘박정희 패러다임 해체’로 규정하며 “정당과 정치인들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전환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혜숙 이화여대 교수협의회 공동회장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잘 살아 보세’가 아니라,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가치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15일 서울대 교수협의회가 서울시 관악구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삼익홀에서 개최한 ‘헌정위기, 누가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시국 대토론회에 참석한 최 명예교수는 ‘정부와 정치의 패러다임 변화를 위하여’라는 주제로 기조 강연에 나서 “국회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절차를 밟아야 한다”며 “정당과 정치인들은 시민들이 광장에서 분출하는 분노와 요구에 부응해 적극적으로 결과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건을 ‘박정희 패러다임’을 해체한 사건으로 규정했다. 최 교수는 “반세기 이상 한국 정치와 사회를 떠받쳐왔던 이념과 가치체계의 해체를 뜻하는 역사적 사건”이라며 “정당과 정치인들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전환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국회 역할을 강조했다.
정운찬 전 국무총리(현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도 ‘변혁의 시대, 한국 경제는 무엇을 해야 하나'라는 주제의 기조 강연에서 “‘박 대통령이 빨리 물러나라’는 것이 민심이자 천심”이라며 “경제 위기로 난파할 수 있는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기 위해 ‘경제비상시국’을 선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경유착, 남북관계 파탄, 적나라한 기득권 챙기기, 권위주의 부활 등의 사례를 언급하면서 “박근혜 정부는 21세기 대한민국을 40여년 전인 박정희 시대로 되돌렸다”고 비판했다. 정 전 총리는 박근혜 게이트로 침체한 한국 경제를 회생하는 해법으로 ‘동반성장’을 제시했다. 그는 “세월호 참사와 최순실 사태가 보여주듯 우리 사회는 공동체 정신과 질서 자체가 서서히 붕괴했다”며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부정과 부패 구조를 깨야 사회가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 특혜 입학 의혹으로 내홍을 겪었던 이화여대의 김혜숙 교수협의회 공동회장은 고위공직자들의 직업윤리 부재를 지적했다. 김 교수는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된 고위공직자들이 직업윤리나 원칙을 전혀 지키지 않은 것이 충격적으로 다가왔다”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잘 살아 보세’가 아니라, 동반성장과 자유 민주주의를 구축해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목표나 가치, 이상 등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날 시국 대토론회에는 김 회장뿐 아니라 강애진 숙명여대 교수협의회 회장, 박창규 고려대 구로병원 교수회 의장, 서길수 연세대 평의원회 의장 등 4개 대학 교수협의회장 등 총 9명이 지정토론자로 참석했다. 박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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