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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청와대 개입 확인 안 해”…꼬리자르기 ‘정유라 이대감사’

등록 2016-11-18 20:21수정 2016-11-18 22:09

교육부 ‘정유라 특혜’ 이대 감사결과 발표
부정입학, 학점특혜, 대리시험 등 확인
이 부총리 ”최순실 모녀 입시부정일 뿐”
김경숙 학장 정부 용역 등 “문제없다” 면죄부
야권 “꼬리자르기식 부실 감사” 비판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 최순실(60)씨의 딸 정유라(20)씨가 이화여대 입학 과정에서부터 출석·성적 등 학사관리까지 각종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교육부 감사 결과 사실로 확인됐다. 그러나 교육부는 이번 감사에서 정씨의 특혜와 관련해 청와대나 정부 차원의 개입 여부, 최순실씨와 학교 사이의 유착 관계에 대해서는 확인하지 않아 ‘꼬리자르기식 감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특혜 입학 및 학사관리 특혜 등에 대한 특별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정씨에 대한 특혜가 확인돼 학교 쪽에 입학취소를 요구했다. 또한 최씨 모녀와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을 검찰에 수사의뢰했다”고 밝혔다.

감사 결과를 보면, 그동안 정유라씨의 입학 과정에서 제기된 의혹들이 사실로 드러났다. 이화여대는 입시요강을 어기고, 정씨가 체육특기자전형 원서접수 마감일인 2014년 9월15일 이후에 딴 아시안게임 단체전 금메달(같은 해 9월20일)을 면접평가에 반영했다. 남궁곤 이화여대 입학처장은 당시 면접위원들에게 “수험생 중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가 있으니 뽑으라”고 강조했고, 지침과 달리 정씨가 금메달을 면접고사장에 가져갈 수 있도록 허가했다. 정유라씨 본인도 적극 개입했다. 원래 반입할 수 없는 금메달을 면접고사장에 들고 갈 수 있도록 먼저 요청했고, 면접 당시에도 테이블 위에 금메달을 올려놓고 면접위원들에게 “금메달을 보여드려도 되나요?”라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면접위원으로 참여한 한 교수는 쉬는 시간에 서류평가에서 정씨보다 점수가 높았던 지원자 2명에 대해 ‘전성기가 지나서 뽑으면 안 된다’는 식으로 언급해 낮은 면접점수를 주도록 유도했다. 결국 면접위원들은 정씨에게 높은 점수를 줬고, 면접응시자 21명 가운데 서류평가 점수가 9등이었던 정씨는 최종 6등으로 체육과학부에 합격했다.

정씨는 입학 뒤 출석과 학점 등 학사관리에서도 특혜를 받았다. 그는 지난해 이화여대에 합격한 뒤 올해 1학기까지 모두 8개 과목의 수업에 한 차례도 출석하지 않고 출석 대체물을 내지 않았는데도 출석을 인정받았다. 교수가 정씨의 과제물을 대신 제출한 사실도 이번 감사에서 드러났다. ‘글로벌융합문화체험 및 디자인연구’ 수업에서 담당 교수는 정씨가 기말 과제물을 제출하지 않자, 교수 본인이 직접 ‘액세서리 사진, 일러스트’ 등을 첨부해 정씨가 과제를 제출한 것으로 인정했다. ‘케이무크(K-MOOC) 영화스토리텔링의 이해’ 수업에서는 정씨가 국외 출국으로 기말시험에 응시하지 않았는데도 정씨 본인 이름의 시험 답안지가 제출되는 등 대리시험을 치른 의혹이 제기됐다. 다만, 교육부는 정씨의 시험을 누가 대신해서 봤는지에 대해서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정씨가 이 수업의 온라인 강의에서 대리 수강한 흔적도 발견됐다.

하지만 교육부는 이번 감사에서 청와대 등 이른바 ‘윗선’의 개입 여부 등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확인하지 않았다. 이준식 부총리는 이날 정씨의 특혜에 “(청와대의 개입 여부는) 확인하지 않았다. 이번 사건은 최순실 모녀에 의한 입시 부정행위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교수들이 누구의 청탁을 받고 정씨에게 특혜를 제공했는지에 대해서도 교육부는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교육부가 이번 사안과 관련해 학교 쪽에 징계를 요구하거나 검찰에 업무방해죄로 고발한 교수 등 관계자는 18명이다. 이들이 정씨 한 사람에게 이런 비상식적인 특혜를 준 동기와 배경을 밝히는 것이 감사의 핵심인데도, 이를 덮어둔 것이다. 김청현 교육부 감사관은 “(정씨 입학 당시 체육과학부가 속해 있던 건강대학 학장이었던) 김경숙 학장이 ‘정유라 신경쓰고, 관리 잘하라’고 말했다는 진술을 교수들에게 받았지만, 사람 간에 진술이 나뉘고 있어 (어떤 이유에서 특혜를 줬는지)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없었다. 검찰에 수사 의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또 김경숙 학장과 이인성 의류산업학과 교수가 정씨에게 특혜를 주고 그 대가로 정부연구과제를 각각 6개, 3개씩 따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사실상 면죄부를 줬다. 이 부총리는 “교육부 소관 3개 과제에 대해 조사한 결과 절차상 하자나 부당 수주 등 비리는 확인되지 않았다”며 “타 부처 소관사항 과제들은 해당 부처에서 자체 점검 중”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교육부가 자신들의 연루 사실이 불거질 것을 우려해 서둘러 ‘문제없다’고 봉합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야권은 이날 교육부 감사 결과에 대해 “반쪽짜리 감사”라고 일제히 비판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떠밀려서 한 교육부의 이번 감사는 청와대 개입 등 핵심을 비껴간 꼬리자르기식 감사이자 부실감사”라고 지적했다. 이행자 국민의당 부대변인도 논평을 내어 “교육부는 이번 비리를 몇몇 교수의 개인 비리로 꼬리자르기 해선 안 된다”며 “청와대 개입 없는 정유라 입학 특혜는 있을 수 없다. 검찰이 그 윗선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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