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신문> 호외 1면. 박점규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 집행위원 제공
“호외요, 호외~”
19일 오후 4시께,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 인근에는 <광장신문> 호외가 뿌려졌다. ‘호외’라고 적힌 머리띠를 두른 남성이 시민들 손에 신문을 쥐여줬다. 신문 1면에는 고개 숙인 박근혜 대통령 사진 위로 ‘박근혜 하야 발표’라는 제목이 선명하게 박혔다. “혼자 내린 첫 결정이자 마지막 결정”이라는 문구도 적혀있다.
총 4면으로 구성된 <광장신문> 호외판 1면은 손아람 작가의 가상 보도로 시작된다. 손 작가는 ‘국민 저항에 끝내 무릎…시민사회 95% 위원회 구성 박차’라는 기사의 첫 문장을 “대통령의 시간이 끝났다. 시민이 이겼다. 민주주의가 이겼다”라고 썼다.
신문엔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 성명도 실렸다. 가상으로 쓰인 하야 성명서 박 대통령은 “저는 이 시간부로 대한민국 대통령직에서 사임하고, 평범한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마땅한 의무를 다할 것입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국무위원 및 내각 책임자 사퇴, 시민정부위원회 및 국회와의 합의 아래 통치권 이양, 대통령 면책 특권을 포기하고, 피의자 신분으로서 성실한 특검 수사 등을 약속했다.
<광장신문> 제작에 참여한 박점규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 집행위원은 20일 오전 <한겨레>와 통화에서 “광화문 캠핑 촌에서 ‘11월 항쟁’의 과정을 지켜보고 있는데, 일부 신문들이 박근혜 정부에서 벌어진 일들을 상세하게 보도하고 있어서 좋긴 하지만 그보다 박근혜 정부 이후, 우리가 바라는 한국 사회가 어떤 사회인가 많은 사람들이 의문점을 갖고 있었다”면서 “언론이 반걸음 정도 그런 역할을 해주길 하는 바람이 있었고, 발행위원들이 언론을 통해 기고하는 방법 외에 독자적으로 신문을 만들게 됐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발행위원으로 참여한 김민하 <미디어스> 기자는 2면에 쓴 기사에서, 박근혜 정부에 부역해 온 함께 보내야 하는 인물들을 소개했다. 김 기자가 쓴 ‘길라임과 17인의 부역자들’ 기사에는 최순실, 정윤회, 우병우, 김기춘, 정호성, 이재만, 안봉근, 김영한, 정몽구, 최경환, 이재용, 이정현, 김태흠, 서청원, 홍문종, 조원진, 김진태 등의 이름이 올렸다. ‘길라임’은 박근혜 대통령이 강남구 소재 차움병원에서 병원 진료를 하며 가명으로 썼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각종 패러디가 쏟아져 나왔다.
그 밖에도 신문은 3~4면에 걸쳐 ‘저잣거리 아녀자가 존중받는 사회’, ‘시혜와 동정의 턱 넘어 휠체어는 질주하고 싶다’, ‘21세기 홍길동, 신분제 없어졌으면’, ‘걱정 없이 농사짓고 안전하게 먹을 수 있었으면’ 등의 기사를 실어 박근혜 대통령 퇴진 이후, 시민들이 살고 싶은 사회의 다양한 모습을 빼곡히 담았다. 발행위원회는 김소연, 김해원, 나영, 노순택, 명숙, 송경동, 박경석, 박점규, 안영춘, 이도흠, 이동연, 이종란, 조영선, 쥬리, 정원옥, 홍세화, 후지이 다케시 등 17명으로 구성돼 있다.
신문이 시민들 손에 들리기까지 작은 소동도 벌어졌다. <광장신문> 발행위원회 한 관계자는 “18일밤 10시30분에 피디에프(PDF) 파일이 완성돼 기획사에 인쇄 대행을 넘겼는데, 충무로 인쇄소 쪽에서 파일을 받아보고 긴급 내부회의를 열어 인쇄가 어렵겠다고 통보를 해왔다”면서 “19일 오전에 어렵게 인쇄소를 확보해서 겨우 인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박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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