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노조 서울대지부 소속 조교들이 매일 아침 8시20분~45분께,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정문과 후문에서 ‘비학생조교’ 고용안전 촉구하는 내용을 현수막과 손팻말을 들고 선전전을 하고 있다.
서울대 자연과학대학 생명과학부 실험조교로 일하는 박지애(39)씨는 출근을 서두른다. 아침마다 그의 발걸음이 바빠지는 이유는 지난 9월5일부터 서울대 정문과 후문에서 비학생 조교(이하 조교) 동료들과 현수막 선전전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하 6.1도를 기록한 24일 아침 8시30분께 조교들의 시린 손에는 ‘일 시킬 땐 직원, 해고할 땐 조교', '정규직 전환 앞장서라!', '차별 철폐'라고 적힌 손팻말이 들렸다.
대학노조 서울대지부쪽 이야기를 들어보면, 서울대 쪽은 지난 3월 법인화된 지 5년이 되는 시점인 2017년에 조교 8
0명(대학노조 조합원 기준)에게 ‘임용기간 만료예정 통보’를 했다. 이들 중에는 짧게는 5년, 길게는 17년 동안 일해 온 조교들이 있다. 2012년 서울대가 국립대에서 국립대학법인으로 바뀌면서 조교들과 체결한 통상 임용기간(5년)을 채웠다는 이유에서다. 서울대에는 총 369명의 조교가 있는데 이중 270명이 이들처럼 학업을 병행하지는 않는, 직업형 조교다.
2006년부터 서울대 조교로 일한 박씨도 머지않아 해고 대상자가 될 위기에 놓였다. 그는 자연과학대학 1학년 생물학 실험, 연구 프로그램과 대학원 장학업무 등 행정 업무를 도맡았다. 11년 가까이 일하면서 11차례 재개약을 했다. 학교 쪽은 무기계약직 전환을 해주지 않았다. 박씨는 “조교라는 이름으로 채용됐지만, 교직원들이 하는 일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박씨처럼 국립대 비학생 조교들은 기간제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을 살펴보면, 비정규직 직원이 2년 이상 근무하면 무기계약직으로 인정해야 한다. 하지만 고등교육법 14조가 규정한 ‘조교(업무)’ 등은 예외다. 이때문에 서울대는 조교들 임용기간이 2년을 넘어도 고용보장 의무가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10월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대로부터 제출받은 답변서를 보면, 서울대는 “고용노동부가 과거의 해석과는 달리 ‘조교’의 범위를 폭넓게 해석하고 있다”고 전제하면서 “서울대에 임용된 비학생조교는 기간제법 사용 기간 제한 예외대상자”라고 밝혔다.
박씨는 지난 1월부터 비슷한 사정에 놓인 몇몇 조교들과 조교 모임을 시작했다. 4월에는 127명의 서울대 조교들이 대학노조 서울대지부에 가입해 고용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대학노조 서울대지부 소속 조교들은 “서울대 비학생조교의 경우 조교의 명칭을 사용하고 있더라도 수행하는 업무가 정규 직원과 차이가 없다. 학업을 병행하지도 않기 때문에 고등교육법상 조교가 아니라 직원으로 봐야 한다. 따라서 기간제법 적용을 받아야 한다는 법률적 검토를 받았다”며 “임용기간 만료에 따라 계약해지를 하는 것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서울대 비정규직 노동자의 목소리를 전하는 학생들 모임 ‘빗소리’도 조교들 해고를 막아달라며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이들은 오는 27일까지 학내 학생과 교직원 등을 대상으로 온라인 서명운동을 받는다. 박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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