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1차관실 압수수색에 나선 검찰 관계자가 잠금장치를 풀기 위해 전동드릴을 가지고 들어가고 있다. 세종/연합뉴스
최순실 국정농단의혹 특별수사본부가 24일 롯데그룹과 에스케이(SK)그룹, 기획재정부 등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이들 기업이 케이스포츠재단에 한 추가 지원과 정부의 면세점 추가 결정 사이의 대가성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검찰은 전날인 23일 최순실씨 일가에 50여억원을 별도 지원한 삼성그룹을 압수수색하는 등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제3자 뇌물’ 혐의 적용에 초점을 맞춰 수사하고 있다.
검찰은 이날 서울 소공동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 집무실과 면세사업부, 서울 서린동 에스케이그룹 수펙스추구협의회 사무실 등 10여곳을 압수수색했다. 세종시 기획재정부 1차관실과 정책조정국, 관세제도과와 대전시 관세청 수출입물류과 등도 압수수색 대상이 됐다. 검찰은 지난 2~3월 이들 기업 총수가 박 대통령을 독대하는 과정에서 면세점 추가 선정과 관련한 청탁이 있었는지 의심하고 있다.
롯데와 에스케이는 지난해 11월 면세점 특허권 심사에서 탈락해 운영중이던 월드타워 면세점과 워커힐 면세점 사업권을 상실했다. 업계 1위였던 롯데로서는 위상이 흔들리는 큰 손실을 입었고, 에스케이는 규모는 적지만 운영중인 회사를 잃었다는 점에서 타격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3월 초부터 상황이 급변했다. 애초 6~7월께 면세점 개선 방안을 내놓기로 한 기획재정부가 “3월말까지 개선방안을 내놓겠다”고 입장을 바꿨고, 4월말에는 서울 시내에 4곳의 면세점을 추가로 선정한다는 대책을 내놨다. 정부는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대한 감점 제도도 없앴다. 사실상 롯데와 에스케이 등 대기업을 위한 ‘특혜성 대책’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검찰은 이런 상황 변화가 이들 기업 총수와 박 대통령의 독대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롯데는 지난 3월14일 신동빈 회장이 직접 박 대통령을 독대했고, 에스케이는 2월말 최태원 회장이 박 대통령을 따로 만났다. 박 대통령은 신 회장을 독대한 날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에게 “롯데그룹이 체육시설 건립과 관련해 75억원을 부담하기로 했으니 진행상황을 챙겨보라”고 지시했다. 에스케이도 박 대통령 독대 직후 최씨의 지시를 받은 케이스포츠 재단 쪽으로부터 80억원을 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롯데는 실제로 5월말 케이스포츠 재단에 70억원의 돈을 냈다가 검찰 압수수색 직전인 6월초 돌려받았고, 에스케이는 지원 액수를 35억원으로 조율하는 과정을 거쳤지만 돈을 내지는 않았다.
전날 압수수색을 당한 삼성 역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라는 중대 현안과 관련해 박 대통령으로부터 협조를 얻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이재용 삼성 부회장이 지난해 7월말 박 대통령을 만났고, 그 직전인 7월초 보건복지부 산하 국민연금공단은 삼성의 3세 경영 승계에 결정적인 과정인 삼성물산 합병에 찬성을 하기로 결정했다. 삼성은 미르·케이스포츠 재단 출연금의 4분이 1이 넘는 204억원을 냈고, 최순실씨와 조카 장시호씨 쪽에 50여억원의 돈을 따로 건넸다.
검찰은 이들 세 기업이 박 대통령에게 ‘부정한 청탁’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특별수사본부 관계자는 이런 정황이 발견되면 공소장 변경 과정 등을 거쳐 “뇌물죄를 적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친박 정치인으로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최경환 의원(새누리당)도 면세점 특혜와 관련이 있다는 얘기가 나오지만, 최 의원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검찰은 이날 국민연금이 찬성 결정을 내리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는 문형표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을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또 전날 구속영장이 청구됐다가 기각된 조원동 전 경제수석에 대해 영장 재청구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최현준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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