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검찰 28일 대면조사 요구 거절
특검 임명 코앞…검찰수사 사실상 마무리 수순
삼성·김기춘·우병우 등 남은 과제 집중할 듯
특검 임명 코앞…검찰수사 사실상 마무리 수순
삼성·김기춘·우병우 등 남은 과제 집중할 듯
박근혜 대통령이 28일 검찰 특별수사본부의 세번째 대면조사 요구를 거부하면서 검찰의 대통령 조사가 사실상 무산됐다. 검찰의 주요 과제였던 박 대통령과 최순실씨 등에 대한 뇌물 혐의 적용은 곧 임명될 특별검사에게 넘어가게 됐다. 검찰은 그동안 수사한 내용을 정리해 특검에 넘기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지난 20일 최순실씨 등 기소 때 자신을 공범으로 적시한 검찰 수사가 편파적이라며 검찰 대면조사를 받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검찰은 지난 23일 ‘29일까지 대면조사를 받으라’고 요구하며 박 대통령을 강하게 압박했다. 박 대통령이 검찰의 최종 요구를 거부함에 따라 검찰 조사는 물리적으로 힘들어졌다. 특검법상 야당은 29일까지 특검 후보를 추천하고, 박 대통령은 새달 2일까지 특검을 임명해야 한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에 대한 뇌물 혐의 적용이 검찰 수사에서는 어려워졌다. 검찰은 20일 최씨 등을 직권남용으로 기소한 뒤에도 추가 수사를 하는 등 뇌물 혐의 적용을 포기하지 않았다. 23일엔 삼성그룹과 국민연금공단을 압수수색했고, 다음날엔 롯데그룹과 에스케이(SK)그룹, 기획재정부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들 기업의 주요 현안이었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면세점 추가 선정’ 등과 관련해 박 대통령 쪽과 모종의 대가 관계가 있는지를 조사한 것이었다.
“박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가 이뤄져야 뇌물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는 검찰의 태도가 제 발목을 잡았다는 반응도 나온다. 피의자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증거가 확실할 경우 뇌물 혐의를 적용할 수 있지만, 검찰은 대면조사가 필수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적당히 눈치보기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검찰은 남은 기간 동안 삼성그룹에 대한 수사와 김기춘 전 비서실장,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에 대한 수사에 집중할 예정이다. 삼성의 경우 최근 <한겨레> 보도로 최씨 일가에 43억원을 추가 지원한 사실이 드러나는 등 대가성 거래 의혹이 짙어지고 있다. 검찰은 삼성이 최씨의 조카 장시호씨 쪽에 16억원을 지원한 것과 관련해 27일 김재열 제일기획 사장을 재소환했고, 승마협회장인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에 대해서도 세번째 소환 요구를 해놓은 상황이다. 검찰 관계자는 “자금 흐름은 거의 파악했고, 대가 관계 등을 파악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에 대한 수사도 검찰의 남은 과제 중 하나다. 구속기소된 차은택씨 쪽이 전날 “최씨의 소개로 김 전 비서실장을 만났다. 대통령의 지시로 알고 있다”고 밝히면서, 김 전 실장이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 인물로 뒤늦게 떠오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필요하면 김기춘씨를 소환할 수 있다”고 밝혀 소환 가능성을 열어놨다. 직무유기 혐의를 받고 있는 우병우 전 수석에 대한 수사도 계속될 예정이다. 이달 초 이른바 ‘황제조사’ 물의를 빚은 그는 민정수석 시절 차은택씨 등에 대한 비리 조사를 하고도 제대로 처리하지 않은 정황이 드러나 최씨의 국정농단을 비호하거나 방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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