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경 묻는 질문에 “이임사에서 다 말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김현웅 법무부장관이 29일 이임식이 끝난 뒤에 심경 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임사에서 다 말했다”는 말만 반복한 채 결국 국정농단 의혹과 관련해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고, 정부과천청사를 떠났다.
이날 오후 2시30분께 정부과천청사에서 김 장관은 검찰 고위 간부들과 기념촬영을 한 뒤 곧바로 미리 준비돼 있던 검은색 에쿠스 차량에 탑승했다. 기자들은 뒷자리에 앉은 김 장관에게 “소회를 말해 달라” “다음 장관이 없는 상황에서 이임식을 했는데 심경이 어떠냐” 등의 질문을 했지만, “이임사에서 이미 자세히 말했다. 이임사를 참고하시면 좋겠다”고 답했다.
김 장관은 민감한 질문에 대해서도 답변을 하지 않았다. “청와대에서 물러나라는 지시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출발하겠다”고 말했다. 또 이임사에서 언급한 ‘민무신불립’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물었지만, 김 전 장관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민무신불립은 윗사람의 신의가 없으면 백성은 동요해 떨어져 나간다는 뜻이다. 김 장관은 이임사에서 “장관으로 취임한 뒤 오직 민무신불립의 자세로 신뢰받는 법무행정을 하기 위해 쉼 없이 노력해왔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박근혜 정부의 두 번째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된 김 장관은 대통령이 이번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핵심 피의자가 되자 지난 21일 사의를 표명했다. 법무부는 “김 장관이 지금의 상황에서는 사직하는 게 도리라고 생각해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김 장관에 대한 설득에 나섰으나 뜻을 꺾지 않자 지난 28일 사표가 수리됐다. 후임 법무부장관은 임명되지 않아 당분간 장관 업무는 차관이 대행하게 된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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