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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촛불 광장서 만난 87청년·16청년

등록 2016-12-05 05:01수정 2016-12-05 09:16

3일 오후 2시 서울 광화문광장 인근에서 열린 ‘세대공감 거리시국 이야기마당’. ‘87청년·16청년 광장에서 만나다’라는 부제는 이 자리의 성격을 잘 보여줬다. 광장에 울려 퍼지는 “박근혜 즉각 퇴진” 구호 안에는 사실 많은 다양성과 차이가 존재한다. 세대 차도 그중 하나다. 87년 세대와 2016년 세대는 경험과 실존의 다름에서 오는 차이를 윤리의 문제로 서로 오인하기도 했다. 광장은 그들을 적극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위치로 옮겨놓았다.

87년 6월항쟁을 경험하지 못한 젊은 세대는 30년 전 그때를 궁금해했다. “유인물 인쇄해서 뿌리고 구호 외치면 3년 감옥 다녀와 정규직으로 취직하던 시절이었다.” 강남훈 한신대 교수(경제학)는 “독재 시절 우리는 대통령을 직접 뽑으면 뭐든 다 될 거라 생각했다. 어떤 사회를 만들어야 할지 토론하거나 합의하지 못했다”며 “그 때문에 30년이 지나 이토록 참담한 헬조선을 맞은 것”이라고 짚었다. 손호철 서강대 교수(정치학)는 30년 전과 오늘을 ‘감옥+생존 안전성’ 대 ‘정치적 자유+경제 감옥(생존 불안)’으로 정리했다.

한때 ‘정치적 무관심’과 ‘수동성’으로 상징되던 젊은 세대는 지금 광장 정치의 대표주자다. 대학생인 이지수 민주주의디자이너 대표는 “그동안 광장에 나올 수 없었던 이유가 지금 광장에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스펙 경쟁과 아르바이트에 내몰려 ‘참여’ 여력이 없었으나, 아무리 노력해도 자신의 삶이 바뀔 수 없는 체제라는 걸 알게 됐다는 것이다. 이조은 청년참여연대 활동가는 “청년들은 결코 비정치적이지 않다. 일상에서 민주주의를 학습하고 훈련해온 세대”라며 “공론장에서 대화와 설득을 하고 수평적으로 소통하는 능력이 기성세대 눈에는 비정치적으로 보였을 수 있다”고 말했다.

2016세대는 6·10항쟁 때도 폭력-비폭력 논쟁이 있었는지 물었다. 손호철 교수는 “당시 정권 자체가 오직 물리력에 의해 유지됐기 때문에 이에 맞서 ‘다양한’ 저항방식이 있었고, 이런 방식이 대중으로부터 지지를 받기도 했다”며 “안중근 의사의 의거는 폭력이 아니지만, 돌을 하나 던져도 대중이 거부한다면 달리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이조은 활동가는 “고문받고 행방불명되던 때의 저항방식이 지금의 방식과 같을 수는 없었을 것”이라며 “지금의 100만 집회에 소수자와 약자들이 주체로 참여할 수 있는 것은 평화가 보장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호응했다.

‘광장 이후’의 전망과 과제는 세대를 넘어서 하나의 지점으로 수렴됐다. 강남훈 교수는 “박근혜 퇴진을 넘어서 새로운 사회에 대한 요구가 광장 안에서 구체적으로 만들어져야 한다”며 “정치권에만 맡기면 안 된다. 이를 정치권에 강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지수 대표는 “광장에서 경험한 민주주의와 인권 감수성에 대한 경험이 일상으로 이어져야 한다”며 “이를 위한 다양한 공론의 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오후 4시 본 집회를 앞두고 광화문광장 일대에서는 이 행사를 비롯해 ‘재벌 범죄 엑스포’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자유 발언대’ 등 더 크고 더 많은 민주주의를 상상하고 배우는 다양한 사전 행사들이 열렸다. 안영춘 기자 jo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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