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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새 세상에 대한 기획, 광장서 나오리란 기대 든다”

등록 2016-12-06 18:16수정 2016-12-06 21:49

[짬] ‘퇴진행동’ 염형철 상임운영위원
퇴진행동 상임운영위원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이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누하동 환경운동연합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퇴진행동 상임운영위원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이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누하동 환경운동연합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촛불이 6차까지 이어지면서 귀에 익숙해진 단체가 있다. 바로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이다. 1600개 단체가 속해 있다. 하지만 이곳을 누가 이끌고 있느냐는 질문엔 고개를 갸웃할 것이다. 따로 대표가 없다. 퇴진행동은 매주 화요일 혹은 수요일에 운영위원회를 열어 주요 의사결정을 한다. 단체별로 1명씩 대표를 회의에 보낼 수 있다. 운영위엔 많을 땐 100여명이 참석한다. 상임운영위원은 24명을 두고 있다. 운영위 회의 사회는 김혁 민주노총 사무부총장과 염형철(48)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이 번갈아 하고 있다. 염 총장은 2001년 출범한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도 맡고 있다. 그를 지난 5일 서울 종로구 누하동 환경운동연합 사무실에서 만났다.

대표 없이 운영위서 주요 결정
“시민 목소리 반영이 목표란 점
1600개 소속단체 일치된 생각”

“촛불이 시민 자신감 키워
시민의회, 모바일국민투표로
광장의 목소리 수렴해야”

“운영위 회의는 보통 3~4시간 걸립니다. 내부적으로는 엄청 치열하죠.” 퇴진행동의 두 축은 민주노총과 전국농민회총연맹 등이 속한 민중총궐기투쟁본부와 참여연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환경운동연합 등이 있는 시민사회단체 연대회의다. 견해차가 각기 다른 단체들이니 의사결정이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지난달 9일 발족 이후 퇴진행동은 신속한 의사결정과 집행력을 보이며 시민들의 목소리와 함께하고 있다. 대통령 3차 담화가 있었던 지난달 29일 퇴진행동은 담화 발표 1시간 만에 신속하게 반박 기자회견을 열었다. ‘230만 촛불’ 다음날인 지난 4일에도 3건의 대변인 논평을 내놓았다.

다른 의견은 뭘까? “야당과의 관계 설정이나 대표를 두는 문제, 조직체계 문제 등에서 견해차가 있었죠.” 예컨대 시민운동 진영은 대표를 두자는 쪽이었으나 민중운동 쪽은 반대했다. “시민들과 정치권에 책임감 있게 다가가려면 대표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의견을 냈으나 그럴 경우 상층부 몇명에 의해 (퇴진행동이) 좌우될 수 있다는 우려에 부딪쳤죠.” ‘평화집회’ 역시 시각차가 있었다. “누구도 평화적으로 집회를 하지 않겠다고 말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퇴진행동이) 평화집회를 적극 준비하고 홍보하는 데 대해선 시각차가 있었어요.”

그는 이런 차이가 갈등으로 이어지지 않은 것은 지금의 촛불시위에 대한 평가에서 이견이 없어서라고 했다. “시민들이 우리의 주장에 동의해서 나오는게 아닙니다. 자신의 의견을 가지고 나오죠. 시민들 목소리가 많이 나오고 또 정확히 반영되도록 하는 게 (퇴진행동의) 활동 목표이지요. 여기에 모두 동의합니다.”

그는 퇴진행동을 두고 “민중 그룹의 실무 능력, 헌신성과 시민단체의 기획력과 대중적 확장력이 결합해 나름의 균형을 잡고 있다”고 평가했다. 퇴진행동이 2명의 대변인을 두고, 5명의 공동상황실장을 임명한 것도 이런 균형잡기의 일환일 것이다.

9일 이후 촛불의 방향을 예상해달라고 하자, 그는 “저희도 모릅니다”라고 답했다. “이번 촛불은 상상을 뛰어넘는 것입니다. 첫 촛불 때 2천명을 생각했는데 2만명이 나왔어요. 2차 때도 예상보다 10배가 더 나왔죠. 매주 하루살이처럼 상황에 맞게 판단하고 있죠.” 조심스럽게 덧붙였다. “탄핵안이 통과되더라도 시민들은 오는 토요일에 또 광장에 나와 그때 상황에 맞게 목소리를 내겠죠. 부결 땐 국회 해산이나 의원 총사퇴 요구가 터져나올 것이고요.”

전례가 없는 촛불이다. 한국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촛불시위를 통해 국민들이 주인의식을 강하게 느끼고 있는 것 같아요. 자신감도 커지면서 여유도 부리고 배려도 합니다. 이전엔 헬조선이라는 비관으로 암울했죠. 대한민국에 한계가 온 것 아니냐고 비관해온 기성세대나 취업난을 겪고 있는 젊은 세대에게 희망을 주는 긍정적 자산이 될 것입니다.” 이렇게 덧붙였다. “지금 권력은 광장에 있어요. 이 권력은 야비하지도 않고 사익도 추구하지 않습니다. 새로운 정치, 새로운 세상에 대한 기획이 광장에서 나올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그는 시민들의 의사가 직접 정치에 반영되는 틀의 구성을 강조했다. 퇴진행동은 지난달 19일과 26일 서울 시민청과 서울광장에서 시민들이 참여하는 대토론회를 열었다. “첫 토론회 땐 230명이 참석했죠. 토론의 질이 매우 양질이었습니다. 우리가 (토론의) 방향을 잡을 필요가 없습니다. 광장에서 나온 의견을 모으는 것이 우리 역할이죠.” 대통령 퇴진 시기를 묻는 모바일 투표엔 23만명이 참여했다. “트래픽 과부하가 없었다면 100만명 이상 참여했을 겁니다. 500만명 정도 된다면 (정치권에) 무시 못할 압력으로 작용할 겁니다.”

그는 퇴진행동 내부에서 이른바 ‘시민의회’ 구성에 대한 논의가 많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퇴진행동 안에 국민대토론위원회를 만들고, 원하는 시민들을 추첨으로 뽑아 이들이 매주 토요일에 6개월가량 장기간 토론을 하는 것이죠. 이를 통해 정책의 우선순위나 가부가 논의되겠죠. 이는 대의제의 미비점이나 왜곡을 막을 수 있는 장치가 되리라 봅니다.”

그는 대학 졸업 뒤 환경운동에 입문해 외길을 걷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엔 매달 2만5천명이 회비를 내고 있다고 했다. 상근간사 수는 전국 190명, 서울 24명이다. “시민 없는 시민운동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지금은 단체 역할이 바뀌고 있는 것 같아요. 이전엔 단체가 선도적으로 이끌고 갔지만 지금은 연결, 소통하는 구실을 하죠. 목소리를 직접 내는 그룹이 많아졌어요. 생협이나 마을운동을 보세요. 전체적으로 시민사회가 커지고 두꺼워졌죠.”

강성만 선임기자 sungman@hani.co.kr, 사진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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