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5월21일 서울 중구 저동 ‘4·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사무실에서 손팻말을 든 세월호 유가족들 사이로 걸어가는 조대환 당시 부위원장 모습.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박근혜 대통령이 9일 최재경 청와대 민정수석의 사표를 수리하고, 후임에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부위원장 출신인 조대환 변호사를 임명했다. 세월호 특조위의 해체를 주장하다 사퇴한 인물을 새 민정수석에 임명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청와대는 그동안 보류해왔던 최 수석의 사표를 이날 수리했다고 밝혔다. 최 수석은 민정수석에 내정된 지 20여일 만인 지난달 22일 사표를 냈다. 박 대통령이 ‘최순실 게이트’ 특별수사본부에 의해 형사 피의자로 입건된 지 이틀 만이었다. 당시 최 수석이 더 이상 민정수석으로서 본인의 역할이 없다고 판단해 사표를 냈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앞서 김현웅 전 법무부 장관도 최 수석보다 하루 앞서 사표를 냈다.
박 대통령은 탄핵안 가결로 본인의 인사권 등 권한이 정지되기 직전에 최 수석의 사표를 수리하고, 새 ‘법률 방패’로 조 변호사를 뽑았다. 검찰 출신인 조 신임수석은 사법연수원 13기로, 2008년 삼성 비자금 의혹 특별검사보를 지냈다.
그는 고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업무일지에도 등장했다. 2014년 11월28일치에는 ‘세월호 진상조사위 17명-부위원장 겸 사무총장(정치지망생 好)’, ‘②석동현, ①조대환’이라고 적혀 있고, 메모대로 실제 부위원장이 됐다. 그는 특히 지난해 7월 특조위 위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공연히 존재하지도 않는 별개의 진상이 존재하는 양 떠벌리는 것은 혹세무민이며 이를 위해 국가 예산을 조금이라도 쓴다면 세금 도둑이 분명하다. 특조위는 크게 인력과 예산을 들여 활동해야 할 실체가 존재하지 않으며 즉시 활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결근투쟁’을 벌이다 중도 사퇴했다.
조 변호사가 새 민정수석에 임명되자 세월호 유가족들은 “또 다른 국정농단”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전 특조위 관계자는 “세월호 참사 때문에 탄핵되는 대통령이 민정수석 자리에 세월호 특조위 진상규명을 방해하던 여당 쪽 부위원장을 앉히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직무 정지 직전에 그를 임명한 것은 세월호 진상을 끝까지 은폐하려는 의도로 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비주류는 이번 탄핵소추안에 ‘세월호 7시간 직무유기’ 부분을 삭제하거나 조정할 것을 막판까지 요구한 바 있다. 청와대가 조 신임 수석을 임명한 배경에는 특검 수사와 탄핵 심판에서 박 대통령의 세월호 대응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아, 세월호 특조위 상임위원·부위원장을 지낸 조 신임 수석을 통해 이에 대비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조 신임 수석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된 황교안 국무총리와 탄핵심판을 맡은 박한철 헌법재판소장과 연수원 동기다. 2013년 초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법질서·사회안전분과 전문위원을 맡는 등 박 대통령과도 호흡을 맞춘 바 있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조 변호사와 황 총리, 박 헌재소장이 연수원 동기로 잘 아는 사이다. 탄핵이 가결된 뒤 곧바로 임명된 것을 보면, 이들이 손발을 맞춰 박 대통령의 탄핵심판에 대응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현준 최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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