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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확실한 탄핵 사유만 집중심리…헌재 ‘탄핵심판 패스트트랙’ 고민

등록 2016-12-11 19:40수정 2016-12-11 21:50

12일 오전 재판관회의서 논의
탄핵 동조 헌법학자들
“핵심 사유만 추려 심리…
내년 1월말 전 결론 가능"
박 대통령 대리인
‘심판의 날’ 지연전술 예고
국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가결 이후 청와대를 향하던 ‘촛불’들의 “즉각 하야” 외침이 이제는 헌법재판소를 향한 “조속한 파면 결정”으로 모아지고 있다. 대통령 자진 사퇴를 원하는 주권자들의 거대한 정치적 요구가 헌재라는 사법 절차로 인해 축소·지연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탄핵에 동조하는 헌법 전문가들은 헌재가 탄핵소추 사유 하나하나와 ‘씨름’을 하기보다는 선택과 집중을 통한 ‘탄핵심판 패스트트랙’을 주문한다. 헌재 내부에서도 “국정 공백 최소화”를 위해 확실한 탄핵 사유부터 집중 심리해 탄핵 여부 결정을 최대한 앞당기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 박 통 대리인 ‘지연전술’ 막아야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이 사건 심판청구를 기각한다”.

지난 9일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헌재의 탄핵심판 선택지는 이 두가지다.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골수 친박근혜계, 법률적 방어를 하는 대리인단은 최대한 헌재 심리를 지연시켜 ‘심판의 날’을 늦추는 것이 목표다. 당장은 국민적 분노에 휘청이고 있지만, 이후 정권 교체에 대한 반감을 가진 보수층과 노년층, 티케이(TK)지역을 중심으로 지지율이 일부 반등하면 국정 반전의 계기를 모색할 수 있다는 복안이다. 청와대가 11일 “대통령 피눈물”을 공개한 것도 동정표 몰이와 무관치 않다. 당장 박 대통령 쪽 대리인으로 선임된 채명성 변호사는 지난달 야당이 주최한 ‘탄핵소추안 마련 긴급토론회’에 대한변협 법제이사 자격으로 참석해 “최종 결정 시점에 국정지지율이 20~30% 정도로 올라가면 헌재에서 탄핵을 결정하기 힘들 것”, “내년 하반기로 넘어가면 굳이 탄핵 결정을 하지 않을 것”, “검찰 공소장만 나온 단계로 사실관계 확정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헌재 안팎에서는 고도의 정치성과 헌법적 판단이 필요한 탄핵심판을 ‘사실관계’만을 강조하며 엄격한 증거주의가 요구되는 형사재판 절차로 치환하려는 의도를 강하게 의심하는 지적들이 나온다. 이종수 연세대 교수(헌법학)는 “신속한 심리로 국정공백과 혼란을 방지하는 것이 헌재에 주어진 역할이다. 그런데 정치권 등에서 자꾸 탄핵소추 사유가 많아 심리가 길어질 수 있다는 주장을 확산시키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교수는 “2004년 신행정수도 사건 때 헌재는 9개의 기본권 침해 청구 취지 중 국민투표권 침해 한가지만 판단해 위헌을 선언하고 나머지 8개는 판단을 안했다. 이미 침해가 확정됐기 때문에 나머지 청구 취지는 판단을 안해도 청구인 쪽에 불리할 것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기각 결정을 할 때는 청구인 쪽이 주장한 내용을 하나하나 빠짐없이 살펴야 ‘판단유탈’이 생기지 않는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당시 헌재 논의 과정을 잘 아는 헌법학계 인사는 “노 대통령과 박 대통령 탄핵 심리를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했다. 노 전 대통령 탄핵 기각 결정에는 소추일로부터 63일이 걸렸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선거중립의무 위반 ‘경고’를 받은 것에 불과했지만, 박 대통령은 소추 당시 이미 14개 헌법 조항 위반은 물론, 직권남용·강요·공무상비밀누설 혐의의 공범으로 입건된 피의자 신분이다. 이 때문에 노 전 대통령 때는 ‘기각’을 위해 하나하나 탄핵 소추 사유를 지워가는 ‘소거법 심리’였다면, 이번 박 대통령 탄핵심판은 가장 확실한 탄핵 사유부터 하나씩 쌓아가다 ‘탄핵 기준선’을 넘어선 순간 심리를 중단하고 파면을 결정하면 된다는 것이다. 이종수 교수는 “이번에도 헌재가 의지가 있다면 중대한 헌법 위반 사유만으로도 탄핵을 결정할 수 있다. 나머지는 검찰이나 특검 수사에서 아직 확정되지 않은 사안이므로 판단하지 않겠다며 기각하면 된다”고 지적했다. 뇌물죄 등 사실관계가 복잡하고 입증에 시간이 걸리는 ‘법률 위반’ 사항에 대한 처벌은 특별검사팀에 맡기고, 헌재는 선거로 선출된 대통령이 위임받은 권력을 사유화해 농단한 ‘헌법 위반’ 사항을 집중 심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탄핵 사유가 충분하다고 보는 헌법 전문가들은 “소추 사유 중 명확하고 중요한 것만 추려 핵심적으로 심리하면 박한철 헌재소장 퇴임(1월31일) 이전에라도 파면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날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수사를 마무리하며 박 대통령과 최순실씨가 사실상 국정을 ‘공동 운영’한 증거들을 쏟아내면서 ‘탄핵심판 패스트트랙’은 더욱 힘을 받게 됐다. 헌재는 12일 오전 10시 재판관회의를 열어 집중심리 방식 등을 결정한다. 헌재 고위 관계자는 “국정 공백 문제를 헌법기관인 헌재가 방치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 무작정 심리를 길게 가져갈 수는 없다”며 신속한 심리와 판단 필요성을 내비쳤다.

■ 재판관 9명 동시다발 증거조사 가능 대기업 총수 등 증인이 수십명에 달하는 상황에서 그때그때 변론기일을 정해 재판관 9명이 동시에 증인신문 등을 할 경우, 증인이 불출석하거나 박 대통령 쪽 대리인의 지연전술에 말려 심리 기간이 늘어질 수 있다. 법조계에서는 이를 막기 위해 헌법재판관 9명이 증거조사를 각각 나눠맡는 방식도 가능하다고 지적한다. 헌법재판소법(제31조)은 당사자 또는 증인신문 등 증거조사를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재판관 중 1명을 지정해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적극 활용해 동시다발적 증거조사로 증인신문 기간 등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법조계 고위 인사는 “헌재는 여러 사건을 동시에 맡는 법원과 달리 탄핵 심판 사건 하나만을 집중적으로 심리할 수 있다. 변론기일을 매일 잡아 증거조사를 하면 기본적인 사실관계 파악은 일주일이면 가능하다”고 했다.

헌재 내부에서는 일부 증인들의 경우 국회국정조사특위 청문회 진술로 증인신문을 대체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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