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국정농단’ 최종 수사결과 발표
박대통령·최순실·정호성
취임사 놓고 수차례 ‘3자대화’
최 “수석회의 뒤에 순방 가는게…”
사실상 박대통령에 지시 정황도
청 문건 237건 유출…올해도 6건
검찰 확보한 문건만 180건 달해
최씨·정호성, 2년간 895차례 통화
최, 임기초반 청 무단출입 10여회
박대통령·최순실·정호성
취임사 놓고 수차례 ‘3자대화’
최 “수석회의 뒤에 순방 가는게…”
사실상 박대통령에 지시 정황도
청 문건 237건 유출…올해도 6건
검찰 확보한 문건만 180건 달해
최씨·정호성, 2년간 895차례 통화
최, 임기초반 청 무단출입 10여회
검찰이 11일 발표한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최종 수사 결과는, 박근혜 정부가 사실상 최씨와 박 대통령의 ‘공동 정부’였다는 의심을 자연스럽게 만든다. 검찰 수사 결과 최씨는 박근혜 대통령의 비호 아래 청와대를 수시로 무단출입하고 청와대 내부 문건 수백건을 전달받는 등 국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이날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과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을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기소하면서, 작심한 듯 박 대통령과 최씨,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 등이 합작한 국정농단 행태를 상세히 설명했다. 두달여간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해온 검찰이 특검으로 수사 내용을 넘기면서 그동안 의혹의 중심이 된 사안들을 적극 공개한 것이다.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의 수첩 내용, 정호성 전 비서관의 휴대전화 녹음파일 내용, 청와대 문건 유출 방법 등은 물론 최씨의 청와대 무단출입 횟수 등이 포함됐다.
박 대통령은 최씨와 수시로 만나거나 정 전 비서관을 매개로 연락을 주고받으면서 국정 관련 상의를 하고, 청와대 내부 문건을 유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전인 2012년 말과 2013년 초 대통령 취임사 준비를 위해 최씨를 여러 차례 만났다. 정 전 비서관의 휴대전화에는 박 대통령과 최씨, 정 전 비서관 등 3명이 대통령 취임 전 만나 취임사와 관련해 나눈 대화를 녹음한 파일이 11개 담겨 있다. 대화 시간만 5시간에 이른다.
최씨는 대통령 취임 뒤인 2013년 3월부터 그해 11월까지 약 8개월 동안 청와대를 최소 10차례 드나들면서 박 대통령과 국정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비표 등을 받고 정식으로 청와대 출입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최씨는 청와대 행정관의 차량을 이용해 무단으로 출입했다. 최씨가 박 대통령을 만나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또 2013년 11월 이후에는 최씨의 청와대 무단출입 기록이 없었다고 검찰은 밝혔는데, 특검에서 추가 확인이 필요한 대목이다. 최씨와 함께 ‘보안손님’으로 분류돼 청와대를 무단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차은택씨의 출입 기록도 검찰은 확인하지 못했다.
박 대통령은 정 전 비서관을 통해 문건 전달 등을 지시하고, 이를 받은 최씨는 정 전 비서관에게 본인의 의견을 담아 박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일부 녹음파일에는 최씨가 “(박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를 연 뒤 해외순방을 떠나는 게 좋겠다”는 등 사실상 박 대통령에게 지시를 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비서관은 주로 최씨와 공유한 구글 지메일 아이디를 통해 청와대 내부 문건을 유출했다. 검찰은 2012년 11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2년 정도 지메일을 통해 유출된 자료가 237건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했다. 이 과정에서 최씨와 정 전 비서관은 총 895회 통화를 했고, 문자는 1197차례 주고받는 등 빈번하게 연락했다.
정 전 비서관 등이 최씨에게 유출한 문건 중 검찰이 실제 증거자료로 확보한 문건은 180건에 이른다.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13년이 138건으로 전체의 77%를 차지하지만 올해 문건 6건도 들어 있다. 주로 장차관 고위직 인선 관련 자료와 대통령 일정표, 국가정책추진계획 등이 포함된 대통령 업무 보고서 등이다. 외교 안보와 관련한 기밀문서도 포함돼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10월25일 1차 대국민 담화 때 “취임 초 일부 연설문이나 홍보문 작성에 최씨의 도움을 받았다”고 밝혔는데, 검찰 수사 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10월 초 최씨 등의 국정농단 의혹에 대한 수사를 시작한 지 두달여 만인 이날 사실상 수사를 종료했다. 9월 말 시민단체의 고발장을 접수하고도 뒤늦게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에 배당하는 등 미온적으로 대처하다 청와내 내부 문건이 담긴 태블릿피시가 공개된 뒤인 10월 말부터 특별수사본부를 꾸리는 등 적극적으로 수사에 나섰다. 수사 투입 검사만 44명에 이르고, 수사관을 합하면 185명 규모의 수사팀이었다. 이들은 최씨와 안종범 전 수석, 정 전 비서관을 비롯해 차은택·송성각·김종·장시호씨 등 7명을 구속기소했고, 조원동 전 수석 등 4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10월20일에는 최씨 등을 기소하면서 박 대통령을 공범으로 입건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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