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22일 전국에 최고 120㎜ 이상의 많은 비가 올 전망이다. 하지만 24~25일 크리스마스 기간에는 눈·비소식이 없다.
기상청은 20일 “남서쪽에서 다가오는 기압골의 영향을 받는 21일 아침에 제주에서 비가 시작돼 점차 전국으로 확대되겠다. 남해안과 제주에는 최고 120㎜ 이상의 많은 비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특히 남해안과 제주, 강원 영동에는 시간당 20㎜ 안팎의 강한 비와 함께 천둥·번개가 칠 것으로 보인다. 바람도 강하게 불어 시설물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에 유의해야 한다고 기상청은 당부했다.
이번 비는 우리나라 부근으로 찬 공기가 크게 남하하지 못하는 가운데 남서쪽에서 강하게 발달한 저기압이 접근하면서 많은 양의 수증기가 유입돼 내리는 것으로 기상청은 분석했다. 기상청은 애초에 북극 해빙과 시베리아 눈덮임 추이 등을 토대로 초겨울에 강한 한파가 닥칠 것으로 예측했으나, 예상과 달리 중국과 우리나라 남쪽에서 들어오는 따뜻한 기류로 말미암아 평년보다 높은 기온이 유지되고 있다. 12월 초부터 북대서양 부근으로 상층까지 강한 저지(블로킹) 기압능이 형성되고, 티벳고원과 중국 사이에도 강한 기압능이 발달해 북쪽 한기가 중국 북동지방을 거쳐 동해상으로 남하해 강한 한파가 내려올 조건이 마련됐지만, 중국과 우리나라 남쪽 사이에 형성된 따뜻한 기압능이 북쪽 찬 공기의 남하를 막고 남서~서풍의 따뜻한 기류가 한반도로 유입됐기 때문이라고 기상청은 설명했다.
이번 비는 22일 아침 저기압이 북동진해 동해상으로 빠져나가면서 충청과 호남 서쪽지방부터 그치기 시작해 오후에는 대부분 지방에서 그치겠지만 기압골의 영향을 받는 강원 영서, 충청, 호남 등지에서는 23일까지 진눈깨비로 이어지리라고 기상청은 내다봤다. 23일까지 예상 강수량은 제주, 전남, 경남, 강원 영동, 울릉도·독도 등은 30~80㎜, 충청·전북·경북 20~60㎜, 서울·경기·강원 영서 10~40㎜이다. 제주 산간과 경남 남해안에는 곳에 따라 120㎜ 이상의 폭우가 올 수도 있다. 23일 비가 눈으로 변할 경우 강원 북부 산간에는 20㎝ 이상, 강원 영동과 울릉도·독도는 5~10㎝, 강원 영서, 경기 동부, 충북, 경북 내륙, 호남 서해안, 제주 산간에는 1~5㎝가 쌓일 것으로 전망된다. 1907년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12월 서울에서 가장 비가 많이 온 날은 1947년 12월27일로 26.3㎜였다. 가장 많은 강수량이 기록된 곳은 강릉으로 1934년 12월31일 83.5㎜였다.
한편 크리스마스 기간인 24~25일에는 전국이 대체로 맑아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맞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 22일 밤부터 북쪽으로부터 차가운 공기가 빠르게 남하하면서 기온이 큰 폭으로 떨어져 제9차 ‘박근혜 퇴진 촉구 촛불집회’가 열리는 24일에는 서울의 경우 아침 최저가 영하 6도까지 내려갈 것으로 예상된다. 바람까지 강하게 불어 체감온도는 더 낮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12월22일 새벽 한반도 주변 기압계 모식도. 기상청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