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하야벨’ 꾹 눌렀다, 산타가 된 촛불들

등록 2016-12-25 17:27수정 2016-12-25 21:43

'끝까지 간다!9차 범국민행동-박근혜 정권 즉각 퇴진, 조기 탄핵, 적폐 청산 행동의 날' 집회가 성탄전야인 24일 저녁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렸다. 산타클로스 복장을 한 '박근혜정권 퇴진 청년행동' 소속 청년들이 박 대통령에게 전달할 ‘수갑선물'을 대형 상자에 담은 채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끝까지 간다!9차 범국민행동-박근혜 정권 즉각 퇴진, 조기 탄핵, 적폐 청산 행동의 날' 집회가 성탄전야인 24일 저녁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렸다. 산타클로스 복장을 한 '박근혜정권 퇴진 청년행동' 소속 청년들이 박 대통령에게 전달할 ‘수갑선물'을 대형 상자에 담은 채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우리 부부가 같이 손잡고 겨울에 나와본 게 10년도 더 된 것 같아.”

차아무개(52)씨가 부인과 깍지 낀 손을 보여주며 말했다. 부인 이아무개(52)씨는 쑥스러운 듯 고개를 숙였다. 크리스마스 한번 제대로 챙긴 적 없던 중년 부부는 연애하던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추위도 잊었다. 차씨는 “부인이 세월호 아이들 때문에 제일 많이 울고, 두번째로는 가습기 살균제로 죽은 아이들 때문에 운다. 애들이 죽게 놔두는 세상은 그 자체로 인간이 살 수 있는 세상이라고 말하기 어렵다”며 눈시울을 적셨다. 부부는 “끝날 때까지 개근하자고 둘이 함께 맹세했다”며 꽉잡은 손을 흔들어보였다.

24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일대를 비롯해 전국 13개 지역에서 열린 박근혜 정권 퇴진 촉구 9차 촛불집회에 연인원 70만1800여명(경찰 추산 순간 최다인원 5만3000명)이 모였다. 촛불집회가 두달째 이어지면서 토요일 광화문광장은 단순히 시국을 규탄하는 집회장소가 아니라, 과거에 대한 성찰의 장, 미래를 다짐하는 축제의 장이 되고 있다.

김대환(54)·이은주(47) 부부는 촛불 덕분에 매주 토요일을 함께 보내고 있다. 1차 집회부터 계속 참석 중인 김씨는 “가을에 시작해서 크리스마스가 되도록 부부가 매주 함께 나왔다. 박근혜 퇴진에서 끝나지 않고 언론, 재벌, 검찰 개혁해서 그동안 쌓인 적폐를 청산한다면 잊지 못할 크리스마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무대에서는 크리스마스 분위기에 맞춰 이한철, 마야, 자전거 탄 풍경 등 인기 가수의 공연이 이어졌다. 일부 시민들은 산타 복장을 맞춰 입고 파티를 즐기듯 집회에 참여하기도 했다. 영하권 추위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은 밤늦게까지 울려퍼진 캐럴에 맞춰 엘이디(LED) 촛불을 흔들며 무대를 즐겼다.

세 딸과 함께 나온 이구병(44), 박은영(44)씨 가족은 “전부터 나오고 싶었는데 바쁘다고 못 나온 게 아쉽고 미안해서, 이번 크리스마스는 가족이 다함께 광화문광장에서 보내기로 했다”며 “생각보다 아이들이 신나한다”고 했다. 경기도 오산에 사는 박기용(45), 김영선(46)씨 가족도 아들, 딸과 함께 집회에 나와 “애들은 공부하느라 바쁘고, 부모도 맞벌이 하느라 가족이 함께 할 일이 없었는데 오랜만에 가족이 화합했다”며 웃었다.

커플들은 촛불 데이트를 즐겼다. 광주에 사는 직장인 커플 선하라(27), 권오창(27)씨는 올해 크리스마스 여행으로 광화문광장을 택했다. 선씨는 “이번 크리스마스에 어디 놀러갈까 하다가 그동안 촛불집회 못 나간 게 미안해서 이곳에 왔다. 말로만 들었는데 막상 와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더 축제같고, 즐겁다”고 말했다. 박아람(24), 김동건(24)씨도 “아예 처음부터 크리스마스 데이트코스를 이곳으로 짰다”고 말했다. 박씨는 “날도 추워지고 크리스마스라서 사람들이 많이 안 나올 것 같아 힘 실어주려고 왔는데, 막상 와보니 마음이 편안해진다. 더 많이 참여못했던 게 아쉽다”고 말했다.

허승 기자 raison@hani.co.kr

이은주(47·왼쪽부터)·김대환(54)씨 부부.
이은주(47·왼쪽부터)·김대환(54)씨 부부.
이구병(44·왼쪽 뒤), 박은영(44·오른쪽 뒤)씨 부부와 세 딸.
이구병(44·왼쪽 뒤), 박은영(44·오른쪽 뒤)씨 부부와 세 딸.

아들 박보현(17·왼쪽부터)군, 딸 박여경(15)양과 김영선(46)·박기용(45) 부부.
아들 박보현(17·왼쪽부터)군, 딸 박여경(15)양과 김영선(46)·박기용(45) 부부.

광주에서 크리스마스 여행을 온 선하라(27)·권오창(27)씨.
광주에서 크리스마스 여행을 온 선하라(27)·권오창(27)씨.

황수현(19), 이유림(19), 홍수민(19)씨
황수현(19), 이유림(19), 홍수민(19)씨

김영인(45)씨와 딸 정승현(17)양.
김영인(45)씨와 딸 정승현(17)양.

대전에서 크리스마스 여행 온 한예빈(18), 김소연(18) 양.
대전에서 크리스마스 여행 온 한예빈(18), 김소연(18) 양.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