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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성주 촛불 의미 아니까 당당하고 끈질기게 합니다”

등록 2016-12-28 19:00수정 2016-12-28 21:28

[짬] 사드반대 운동 주역, 성주 여성들
성주 사드반대 촛불을 이끌고 있는 여성들. 이미애(뒷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최종희, 배현리, 도정옥, 김원정, 이수미, 이혜경, 류영희씨.
성주 사드반대 촛불을 이끌고 있는 여성들. 이미애(뒷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최종희, 배현리, 도정옥, 김원정, 이수미, 이혜경, 류영희씨.

‘노 사드. 우리는 평화를 포기할 수 없습니다.’

경북 성주군청 옆 주차장에서 169회(28일 현재)째 계속되고 있는 사드배치 철회 촛불문화제 무대 위의 펼침막 구호다. 지난 7월13일 사드배치 발표 이후 성주 촛불은 하루도 꺼지지 않았다. 민소매 차림으로 시작해 두 계절을 지나 이젠 장작난로, 비닐막과 함께하고 있다.

정부가 소성리 골프장을 대체부지로 결정하면서 참석자가 줄긴 했지만, 지금도 200여명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군수는 지난 9월 촛불 여성들을 두고 “정신 나갔다. 술집 하고 다방 하는 것들”이라고 비하한 것으로 전해져 공분을 샀다. 이 발언은 역으로 촛불에서 여성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하게 하는 지표이기도 했다.

‘한반도 사드배치 철회를 위한 여성 1만인 선언’이란 제목으로 <한겨레> 12월 22일치에 실린 광고.
‘한반도 사드배치 철회를 위한 여성 1만인 선언’이란 제목으로 <한겨레> 12월 22일치에 실린 광고.
성주와 김천 촛불 여성들은 최근 ‘한반도 사드배치 철회를 위한 여성 1만인 선언’을 발표하고 신문광고(<한겨레> 12월22일치)를 냈다. 다음달 서울 롯데호텔 앞에서 전국여성 기자회견도 계획하고 있다. 성주 촛불의 공연을 책임지는 ‘평화를 사랑하는 예술단’(평사단) 17명 가운데 16명이 엄마들이다. 이들은 미술팀도 만들어 벽화나 피켓 그림을 그린다. 지난 27일 성주군 성산포대 인근 류영희(36)씨 가게에서 성주 촛불 여성 8명을 만났다.

한목소리로 말했다. “사드를 알면 반대하지 않을 수 없어요. 우리끼리 이런 이야기도 해요. 전 국민이 모두 (사드 실체를) 알 때까지 ‘사드 폭탄’을 (다른 지역들로) 돌려야 한다고요.”

지난해 5월 성주로 귀촌한 이수미(51)씨는 사드 발표 전까지 귀농교육을 받으면서 “너무 행복하게 살았다”고 했다. 그가 지금은 반미감정을 말한다. “지금 성주는 반미까지 갔어요. 사드는 북핵 방어용이 아닙니다. 북한이 핵을 쓰는 순간 공멸이잖아요. 그래서 북핵 대비는 핑계죠. 미 엠디체제 안의 미 본토방어용 무기입니다.” 사드 발표 직후엔 ‘남북대화’란 말에도 반응이 뜨악했다고 한다. “서울 대학생들 거리 집회 현수막에서 ‘사드 대신 남북대화’란 구호를 봤어요. 이거다 싶어 주민들 단톡방에 올렸는데 분위기가 안 좋았죠.”

남북대화를 말하는 것도 꺼렸던 보수적 주민들이 반미를 말하고 있다. 어떤 일이 있었을까? 성주성당 평화위원회 소속 김원정(46)씨는 건강이 좋지 않아 편백나무로 집을 지어 살고 있다. 집에서 3㎞ 떨어진 곳에 사드가 온다는 소식에 먼저 사드 공부를 해야겠다고 맘먹었다. 인터넷 검색을 시작했다. 김씨와 같은 성주 엄마들이 ‘1318 단톡방’에 모였다. “어느날은 휴대폰을 붙들고 10시간을 보냈죠. 잠깐 눈 돌리면 300개의 톡이 쌓였어요. 미국 교수 인터뷰와 같이 전문적 기사들이 올라오면 조금 더 알고 있는 분들이 다른 평가들을 해주었죠.”(이수미씨) 평사단 활동가인 최종희(49)씨는 “단톡방 때문에 무제한 기능으로 휴대폰을 바꾼 분들이 많다”고 했다.

7월13일 이후 꺼지지 않은 촛불
여성들 서명, 공연 등서 주도적
돌아선 군수, ‘여성비하’ 발언도

‘여성 1만인 선언’ 신문광고 내
“사드 알면, 반대 안할 수 없어
이젠 데모라 안해, 촛불이라 해요”

여성들은 자신이 먼저 안 지식이 담긴 자료를 가지고 마을회관을 찾아 어르신들과 얘기를 나눴다. ‘사드배치 철회 성주투쟁위’는 2주에 한번꼴로 소식지를 만든다. 지금까지 20호가 나왔다. “4천부씩 찍어 마을마다 책임자가 가가호호 전달하죠.”(이혜경 투쟁위 여성분과장, 46)

도정옥(44)씨는 “우리들만을 위한 일이라면 당당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우리가 하는 일의 의미를 아니까 서로 감동받으면서 끈질기게 합니다. 서로에 대한 믿음도 생겼죠.” 이런 믿음은 ‘언어’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촛불 초기엔 데모 간다고 했죠. 지금은 그렇게 말 안 합니다. 촛불이나 문화제, 집회 간다고 하죠.” 도씨는 자신에게 생긴 변화를 이렇게 말했다. “입 다물고 있으면 개돼지 대접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죠.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행동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그는 성주성당 평화위원회 소속 활동가 20여명과 함께 조를 나눠 촛불 때 따듯한 차를 나눠준다.

최근 미 대선 향방에도 촉각을 곤두세웠다고 했다. “트럼프가 되길 바랐어요. 그가 되면 힐러리보다는 유동성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죠.”(이수미씨)

평사단 활동가인 이미애(38)씨는 2003년 귀농해 남편과 함께 참외농사를 짓고 있다. “200평짜리 비닐하우스 24개 동에서 참외를 키우죠. 내년 4~5월엔 수확철이라 너무 바쁩니다. 그전까지 좋은 쪽으로 해결이 됐으면 합니다.” 그는 이전엔 “정치는 정치인이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현 대통령과 이완영 의원 선거운동도 했던 그이지만 지금은 이런 생각을 한다. “성주 촛불에 구미의 노동자 공연단체에서 많이 도와주셨어요. 성주 촛불이 끝나더라도 평사단이 힘들어하시는 다른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평사단은 지난 8차 광화문 촛불에서 거리 공연을 했다. 성주 촛불로 유명세를 타면서 서울이나 대구 등에서 초청도 받는다고 했다. ‘그네는 아니다’ ‘엎어버려’와 같은 개사곡에 엄마들의 힘있는 율동이 더해지면 큰 박수가 터져나온다.

탄핵 이후 촛불 분위기는 어떨까? “최순실 국정농단 이전엔 ‘쟤들 왜 그래, 국가에서 하라고 하면 하지’ 이런 분위기였다면 지금은 ‘저건 국가에서 잘못하고 있다’는 생각들이 커지는 것 같아요.”(이혜경 분과장) 아이가 셋인 류영희씨는 미술팀에서 티셔츠 문양을 만들어 왔다. ‘여기에도 아이들이 살고 있어요.’ 그가 새긴 글씨 가운데 하나다.

성주/글·사진 강성만 선임기자 sung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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