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공판준비기일서 돌연 입장 바꿔
태블릿피시 증거능력에 문제제기
‘탄핵 흔들기’에 정 전 비서관 동원 의혹
검찰 “정호성 재판정이냐 대통령 재판정이냐”
태블릿피시 증거능력에 문제제기
‘탄핵 흔들기’에 정 전 비서관 동원 의혹
검찰 “정호성 재판정이냐 대통령 재판정이냐”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이 29일 ‘세월호 사건’ 진상조사를 방해한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위원 출신 차기환 변호사를 새 변호인으로 선임했다. 차 변호사는 이날 정 전 비서관의 2차 공판준비기일에서 기존 입장을 갑자기 바꿔 ‘태블릿피시(PC)’의 증거능력을 문제삼았다. 태블릿피시의 증거능력 논란을 빌미로 한 ‘재판 및 탄핵심판 흔들기’에 정 전 비서관도 동원됐다는 의혹이 나온다.
판사 출신인 차 변호사는 2014년 말 여당 추천으로 세월호특조위 위원이 됐으나, 지난해 11월 특조위가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행적에 대한 조사에 나서려 하자 사퇴했다. 그는 앞서 지난 서울시장 선거 당시 박원순 후보를 비난하는 극우 사이트 ‘일간베스트(일베)’의 글을 지속적으로 퍼나른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그는 또 최근 새 민정수석이 된 조대환 변호사와 세월호 특조위에서 함께 활동한 인연이 있다. 조 수석 역시 세월호 특조위 해체 등을 주장하다 사퇴했으며, 이달 초 민정수석 임명 당시 특조위 활동이 논란을 빚었다.
차 변호사는 이날 기다렸다는 듯이 태블릿피시의 증거능력을 문제삼았다. 그는 “태블릿피시 입수절차가 적법한 것인지 등은 정씨의 공소사실 자체에 직접 관련이 있어 감정 신청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공무상 비밀이 담긴 청와대 문건 47건을 최씨에게 건넨 혐의로 구속기소된 정 전 비서관은 그동안 태블릿피시의 증거능력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그는 지난 1차 재판 때 “박 대통령의 지시로 문건을 전달했다”며 공모관계도 대부분 인정했다.
지금까지 태블릿피시에 대한 문제제기는 최순실씨 쪽이 주로 주장해왔다. 지난 19일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최씨 쪽 변호인인 이경재 변호사는 태블릿피시가 최씨 것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태블릿피시에 대한 감정을 신청한 바 있다. 하지만 검찰은 ‘태블릿피시는 최씨의 공소내용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주장했고, 법원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경재 변호사는 이날 공판에서도 “(검찰이) 이 법정에 압수된 태블릿피시를 가져왔는지, 또 제이티비시로부터 압수했다는 태블릿피시가 검찰에 현재 존재하는지 묻고 싶다”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태블릿피시를 빌미로 한 정부·여당의 ‘재판 및 탄핵심판 흔들기’에 거리를 둬온 정 전 비서관이 입장을 바꾼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차 변호사가 조 민정수석과 세월호 특조위 활동을 함께 했고, 그가 새 변호인으로 선임되자마자 태블릿피시의 증거능력을 문제삼고 나서는 등 의심살 만한 대목이 있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 26일 새누리당은 이번 사태의 단초를 제공한 태블릿피시의 진위를 가릴 태스크포스(TF)를 꾸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날 재판에서 검찰은 “정씨는 지난달 3일 체포된 뒤 일체의 범행 사실을 자백하고, 공모관계를 인정했다. 2회 공판준비기일 하루 전날 변호인이 교체된 상황에서 증거인부에 대해 어떤 의견도 제출한 바 없이 태블릿피시에 대해서 문제 삼고 있어 유감”이라고 했다. 검찰은 “여기가 대통령 재판장이냐, 정호성 재판장이냐”라고 말하기도 했다.
최현준 현소은 기자 haojun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