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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길바닥 저널리스트 “정유라, 준비된 얘기 풀어내듯 말해”

등록 2017-01-03 13:23수정 2017-01-03 15:51

덴마크서 정씨 인터뷰한 ‘길바닥 저널리스트’ 박훈규 피디
“정씨, 변호사 조력 받고 엄마 최순실과 선 그으려는 느낌
법원에서 구금명령 받고 변호사 품에서 흐느껴 울어”
1인 미디어 ‘길바닥 저널리스트’ 박훈규 피디. 사진 페이스북
1인 미디어 ‘길바닥 저널리스트’ 박훈규 피디. 사진 페이스북
1인 미디어 ‘길바닥 저널리스트’ 박훈규 피디는 지난해 12월18일 오직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를 만나기 위해 독일행 비행기에 올랐다. 박 피디가 정씨에게 던지고 싶었던 한 발의 화살은 박근혜 대통령의 사라진 ‘세월호 7시간’이었다.

독일에서 머물던 박 피디는 1일(현지 시각) 정씨가 체포됐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덴마크를 향해 12시간을 달렸다. 박 피디가 그토록 만나고 싶었던 정씨와 마주한 곳은 2일 오후, 덴마크 올보르 지역에 있는 올보르 법원이었다. 그는 영장심사를 앞둔 정씨를 인터뷰해 유튜브와 자신의 블로그(blog.naver.com/ddtvddt/220901228218) 등에 공개했다. 박 피디가 3일 공개한 영상을 보면, 정씨는 인터뷰에서 “내 자식과 있을 수만 있다면 언제든 한국에 들어갈 수 있다”고 했고, 삼성의 승마 지원 의혹과 관련해서는 “엄마가 사인을 요구해 몇몇 서류에 사인했을 뿐 아는 게 없다”고 주장했다.

박 피디는 정씨와 인터뷰한 소회를 전하면서 “(정씨가) 취재진과 대화를 이어나가면서 미리 준비된 얘기를 풀어내듯이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또 “정씨가 자신이 조사 받는 과정임을 인지해 엄마인 최순실씨와 선을 그으려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박 피디는 “해외 취재가 생각 외로 큰 비용이 든다”며 “뜻 있는 분들의 후원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현지 취재에 매달리고 있는 박 피디와 3일 오전 10시30시께 (현지 시각 새벽 2시께)와 통화해 못다한 이야기를 나눴다.

덴마크에서 만난 정유라씨. 사진 ‘길바닥 저널리스트' 박훈규 피디 제공
덴마크에서 만난 정유라씨. 사진 ‘길바닥 저널리스트' 박훈규 피디 제공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를 언제 어디서 만나신 거예요?

“덴마크 올보르시에 있는 법원 법정 안에서 만났습니다. 시간은 2일 오후 6시께(현지 시각)였고요.”

-현재 유튜브에 공개한 정유라씨 인터뷰 영상이 8분 정도인데요. 공개하지 못한 내용이 더 있나요?

“편집 없이 전체 다 올렸어요. 재판 시작 전이었고요. 추가 내용이라면, 정유라씨가 구금 명령 받고 변호사 품에서 흐느껴 울었고. ‘항소 할 것이냐’는 기자들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법정을 빠져나간 것 정도가 있어요.”

-영상을 통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정유라씨의 목소리 들었습니다. 직접 보고 들으신 느낌은 어땠나요?

“생각보다 법정 안이 좁았는데, 그곳에 수많은 취재진이 있었어요. 가자마자 저는 한쪽 무릎을 꿇고 정유라씨와 시선을 맞췄어요. 지난해 11월부터 정씨 접촉을 계속 시도했는데 ‘길바닥 저널리스트를 아느냐’고 물어봤더니 모른다고 했어요. 그 다음부터 정유라씨를 만나면 물어보고 싶은 게 (많아서) 주도적으로 질문을 많이 했어요.”

-정유라씨를 만나면, 물어보고 싶었던 것은 무엇이었나요?

“이화여대 부정입학 관련한 부분과 ‘세월호 7시간’ 관련해 엄마인 최순실씨 통해서 들은 얘기가 없는지 물어보고 싶었어요. 그 얘기를 했을 때, (정유라씨가) 주사 아줌마는 이름을 안다. 이름을 들어봤고, 본인은 누군지 알 것 같다고 말했어요. 차은택씨에 대해서도 ‘한번 밖에 안 만나봤다’고 답변했죠. 그리고 아이 얘기가 나왔을 때 흐느꼈고요.”

-박 피디가 보기엔, 정유라씨가 진정성 있게 답하던가요?

“처음에 정유라씨가 당황하는 모습을 봤을 때 안타까운 마음이 들긴 했어요. (그러나)취재진과 대화를 이어나가면서는 굉장히, 미리 준비된 얘기를 풀어내듯이 이야기 했어요. 당황한 상태에서는 얘기가 잘 안 나올텐데, 정씨 나름대로 이화여대 부정입학 관련해서도 그렇고, 해외 재산 도피 부분에 대해서도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다’는 식으로 스스로 전제를 두고 얘기를 했기 때문에 본인이 해명하고 싶었던 것들은 사전에 준비하지 않았을까, 변호사 조력을 받지 않았을까…두 가지 점에서 의심했어요.”

-준비된 답변을 한 것처럼 보였다는 말씀인가요?

“그렇게 느꼈습니다. 주사 아줌마나 차은택씨 같은 경우 사전에 저희가 질문하지 않은 질문임에도 불구하고, 본인이 먼저 이야기하면서 해명하는 모습을 보였고요. 그리고 이화여대 부정 입학 관련 부분에 대해서도 당시 상황을 잘 설명하는 부분들이 있었고요.”

-삼성에서 사준 말 관련해 질문했는데요.

“삼성에서 30억원이 넘는 말을 사줬는데, 정유라씨가 살던 집에서 1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승마장이 있어요. (그래서)그 말이 아직 남아있는지를 물어본 것입니다. 혹시 그 말이 아직 승마장에 있는지, 그 말로 승마 연습을 하지 않았나 하는 의구심이 들어서요. 의외로 (정씨는) ‘삼성에서 차와 말을 가져가겠다고 한 뒤 삼성에서 나와서 가지고 갔다’고 말했어요. 정유라씨는 현재 본인 소유의 새끼 말과 한국에서 데려온 말 한 필만 여기에 있다고 했습니다.”

-정유라씨한테 ‘박 대통령을 이모라고 부르면서 친하게 지냈느냐’라는 질문도 했는데요.

“박 대통령을 만나기는 했다는데, 초등학교 때 만난 이후로는 만나지 않았다고 했어요.”

‘길바닥 저널리스트’ 박훈규 피디가 유튜브에 공개한 8분 분량의 정유라씨 육성 인터뷰 영상

-정유라씨는 세월호 참사 당시 최씨와 사이가 좋지 않아서 모른다고 답했는데요.

“세월호 7시간에 대해서 최순실한테 들은 얘기가 있지 않느냐고 했을 때 당시에는 본인이 임신 중이었고, 엄마와 사이가 안 좋아서 그때 가장 엄마와 싸울 때라고 얘기했어요. 관계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고 얘기했죠. 그 부분에서 가장 힘 빠졌습니다. 가장 먼저 물어보려다가 정씨를 안정시킨 다음에 대답을 끌어내려고 했던 것인데, 생각보다 허탈한 대답을 받았네요.”

-정유라씨는 인터뷰 중에 어머니인 최순실씨와 사이가 좋지 않다거나, 아이를 그리워하는 이야기를 강조했는데요.

“(정유라씨 답변에) 의도가 있어 보이는 게…자신이 수사나 조사를 받는 과정임을 인지해서 그런지 엄마인 최순실씨와 선을 그으려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유라씨는 불구속 수사를 요구했는데요.

“본인이 아이를 핑계로 구속을 면하려고 하는 것 아닌가 그런 생각도 좀 들어요. 의도적으로 그런 뉘앙스가 좀 보였어요.”

-정유라씨 외에 4명이 체포됐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는데, 다른 분들을 직접 보셨나요?

“제가 도착하자마자 경찰서 들러 법원으로 왔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은 보지 못했고, 정유라씨한테 ‘본인 혼자 체포됐냐’고 물었을 때도 혼자 체포됐다고 했어요. 제이티비시 이가혁 기자도 ‘남자들과 보모는 체포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왜 그런 기사가 나왔는지 모르겠다’고 했는데요. 채널에이에서 체포됐다는 기사가 나왔는데 제가 그 부분까지 확인을 못 해봐서 정확히는 모르겠어요.”

-정유라씨를 만나야겠다고 생각한 이유가 있나요?

“정유라씨를 만나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지난해 11월부터에요. 독일 지인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받았어요. 1인 미디어로 취재 중이라 해외 취재가 불가능한데, 여러모로 고민하던 찰나에 지난해 11월 큰마음을 먹었어요. 정씨를 통해서 세월호 7시간을 알 수 있지 않을까(생각했어요). 이화여대 입학 부분도 분명히 정씨 나름대로 해명이라면 해명을 하지 않을까 싶었고, 만나면 그 부분을 짚어보고 싶었어요.”

-‘세월호 7시간’을 집중해서 취재하고 있던 이유는 뭔가요?

“세월호는 참사 초창기 때부터 지금까지 취재를 이어가고 있고요. 현재 미수습자 가족들과 인양 과정을 지켜보고 있고 최근 서울에서 촛불집회가 열렸잖아요. 현장에 나갔을 때 무작위로 300명 정도 인터뷰 했을 때, 사람들에게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관련해서 여러 의혹이 있는데 가장 알고 싶은 게 무엇이냐’고 물으니 모두가 ‘세월호 7시간’을 이야기해서 놀랐어요. 정유라씨를 만나면, 혹시 엄마를 통해서 들은 얘기가 있지 않을까 싶어서 그 부분을 짚어 보고 싶었어요.”

-취재 경비는 어떻게 충당하고 있나요?

“거의 자비로 쓰고 있고, 조금씩 후원을 받고 있어요.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려고 하는데도 많이 부족합니다.”

-취재하며 가장 힘든 점은 뭔가요?

“턱 밑까지 쫓아왔다고 생각했는데, 계속 추적에 실패했고 그런 취재 과정이 힘들었어요. 통역이나 가이드 비용이 없어서 그런 분들 도움 없이 단 둘이서만 움직이면서 취재를 하다보니까 언어가 안되는 상황이 가장 힘들었죠.”

-한국에서 응원하는 분들이 많은데요. 꼭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

“단독 인터뷰는 아니지만, 정유라씨 행방을 찾아서 인터뷰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시작한 1차 취재 목적은 달성한 셈이죠. 이후에 여유가 생겨서 취재할 여력이 생긴다면, 정유라씨를 한국으로 송환 과정이 남아있잖아요. 독일 경찰과 한국 경찰 해석이 분분해서 그런 부분을 조금 더 짚어보고 싶은 생각이 있죠. 확인해보니, 덴마크 경찰은 불법체류만으로는 정유라씨를 한국으로 송환하지 않는다는 공식입장을 내놨어요. 기사를 보니, 한국 외교부에서는 정유라씨 여권반납명령서를 전달한 것 같은데 시간이 좀 걸리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런 부분도 덴마크쪽에서 더 알아봐야 할 것 같아요. 한국 특검에서 제시한 부분이 현지에서는 잘 안 맞았어요. 공조수사나 여권 무효화 부분도 상당히 기간이 늘어졌고, 정유라씨 소재 파악도 안 됐고요. 정유라씨가 현재 구금이 돼 있지만 현지에서 지켜보면서 취재하는 게 가장 정확하니까요.”

-한국에서 진행한다고 했던 것이 현지에서 보기엔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고 느낀 것이네요.

“그렇죠.”

-덴마크 현지 취재는 언제까지 진행할 예정인가요?

“예정된 것은 1월6일까지였는데요. 다른 곳에서 제의가 들어왔고요. 추가 취재해야 하는 부분이 있어서 고민 중입니다.”

-끝으로 못다한 이야기가 있을 것 같아요.

“여기 덴마크 길바닥에서 죽을 것 같아요. 식사 비용을 줄이고 있어요. 취재를 계속하다 보니까. 숙박이나 차량 렌트비를 써야 하고 급할 때는 통역비를 써야 해서요. 해외 취재가 생각 외로 큰 비용이 듭니다. 뜻 있는 분들의 후원이 필요합니다.” (신한은행 110-448-224633 박훈규)

박수진 기자 jjinpd@hani.co.kr 사진 1인 미디어 ‘길바닥 저널리스트’ 박훈규 피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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