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이한열기념사업회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습니다’ 프로젝트. 그림 박순찬 화백
“이한열이 쓰러질 때 차고 있었던 시계는 지금 어디 있을까요.”
1987년 6월9일 고 이한열 열사가 경찰이 쏜 최루탄에 맞아 쓰러졌을 때 그가 입고 있었던 연세대 경영학과 셔츠와 청바지, 안경 등은 유족 품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당시 그가 차고 있던 손목시계는 찾지 못했다. 이듬해 1988년 이한열의 사촌형 마대복씨는 고인의 시계를 보관하고 있다는 한 학생을 만난다. “제가 한열이가 차고 있던 시계를 주워서 보관하고 있습니다. 돌려드리고 싶습니다.” 경찰의 수배를 받아 도망다니고 있다는 그 학생은 “언젠가 꼭 가져다 드리겠다”는 말을 남기고 황급히 자리를 떴다. 이후 29년이 지난 올해까지 그 학생의 연락은 오지 않고 있다. 마씨는 “그 학생의 신변에 안 좋은 일이 생긴 것은 아닌가 싶어 걱정된다”며 “시계를 돌려받지 않아도 상관없다. 그저 학생과 연락이 닿아 다시 만나보고 싶다”고 말했다.
6월항쟁 30주년을 맞은 올해 사단법인 이한열기념사업회는 잃어버린 이한열 열사의 시계를 찾고 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습니다' 프로젝트를 통해서다. 지난 3일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시민들의 제보를 통해 이한열 열사와 관련된 사연이나 물건을 한 자리에 모으고 있다. 6월항쟁에 대한 시민의 기억들도 그러모은다. 시민들이 가지고 있는 유인물, 사진, 민중가요 테이프 등 당시 물품과 그에 얽힌 사연들을 제보받고 있다.
이한열기념관 이경란 관장은 “2016년 촛불집회를 두고 ‘1987년이 재현되고 있다’고 말한다. 1987년과 이한열은 ‘과거’가 아니라 현재에도 여전히 유효한 ‘민주주의 표상’”이라며 “6월항쟁을 경험했던 개개인들의 이야기를 모아 2017년과 1987년을 연결할 것”이라고 프로젝트 취지를 밝혔다. 이 관장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1987년과 2017년이 멀리 떨어져 있지 않고, ‘민주주의 회복’이라는 같은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한열기념사업회는 6월9일에 맞춰 시민들이 보내준 사진과 물건을 토대로 이한열기념관에서 전시회를 연다. 오는 11월에는 1987년 6월항쟁에 대한 시민들의 이야기를 담아 책을 출간할 예정이다. 1987년 6월항쟁과 관련된 사연이나 물건을 갖고 있는 시민 누구든 이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다. 오는 3월26일까지 다음 스토리펀딩 누리집에 접속해 사연을 남기거나 이한열기념사업회(02-325-7216)에 연락하면 이한열기념사업회에서 직접 찾아가 물품을 건네받고 사연을 기록한다. 스토리펀딩을 통해 전시회와 출판을 위한 기금도 후원할 수 있다.
고한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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