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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단독]박 대통령, SK 미르 약속 보름 뒤 안종범에 “사면 정당화” 지시

등록 2017-01-12 05:31수정 2017-01-12 08:01

박 대통령-SK ‘최태원 사면 거래’

2014년 성탄절 특사 불발된 SK
2015년7월, 안수석에 또 사면 부탁
안 수석 “대통령 면담때 투자발표를”

박 대통령, SK 미르출연 약속 받고
“광복절 사면 고려할 총수는 SK”

최태원, 광복절 특사 석방 열흘 뒤
반도체 공장 준공식서 대통령 만나
“반도체에 46조원 투자” 발표

최, 검찰서 “대통령 요구 이행...
미르·K 출연요구도 뒤따라” 진술
정권-재벌 노골적 사면거래 드러나
※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최태원 에스케이(SK) 회장은 2015년 8월14일 새벽 의정부교도소 문을 나섰다. 왼손에는 성경책이 들려 있었다. “앞으로 국가경제와 사회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회삿돈을 빼돌려 선물투자 등에 사적으로 유용한 죄로 징역 4년이 확정됐던 최 회장은 2년7개월 만에 광복절 특사로 풀려났다.

당시 최 회장의 특별사면과 복권은 매우 이례적인 상황에서 이뤄졌다. 2012년 대선에서 “대기업 지배주주와 경영자의 중대 범죄에 대해서는 사면권 행사를 엄격히 제한하겠다”고 공약했던 박근혜 대통령은, 2013~2014년 재벌 총수의 사면·복권을 일체 하지 않았다. 특히 최 회장 사면 넉달 전에는 박 대통령 측근들에게 정치자금을 건넸다는 ‘성완종 리스트’가 터졌다. 박 대통령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참여정부에서 특별사면 받은 사실을 문제삼으며 “경제인 특사는 납득할 만한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가능하다”며 불리한 여론을 돌리려 애썼다. 이 때문에 그해 광복절 특사에도 기업인이 포함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최 회장은 사면·복권 대상으로 거론되던 재벌 총수 중 유일하게 “은혜”를 입는다.

그 이면에 박 대통령과 안종범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 에스케이 임원들 사이의 ‘사면 거래’가 있었다는 사실이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검찰 조사에서 밝혀졌다. 과거 정권에서도 ‘경제 살리기’를 명분으로 한 재벌 총수들의 사면을 두고 ‘거래’ 의혹이 불거지곤 했지만, 이번처럼 정권과 재벌 간 노골적 사면 거래 정황이 드러난 것은 처음이다.

특검팀 등의 조사를 보면, 에스케이의 사면 노력은 2014년 대전과 세종에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세우면서 본격화한다. 그해 10월 박 대통령과 안 수석이 참석한 가운데 센터 개소식을 성황리에 마친 에스케이는 20여일 뒤 안 수석에게 따로 만날 것을 요청한다. 김창근 에스케이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만난 안 수석에게 ‘성탄절 특사를 바란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한다. 얼마 뒤에는 에스케이텔레콤 하성민 사장을 단장으로 하는 대규모 창조경제혁신추진단을 수펙스추구협의회 아래 꾸리는 ‘성의’를 보인다. “그룹 역량을 총집결해 창조경제 활성화에 노력하겠다”고 발표한다.

성탄절 특사가 불발되자 김 의장은 이듬해 7월13일 플라자호텔에서 또다시 안 수석을 만나 최 회장 사면을 부탁했다. 이에 안 수석은 대통령 국정과제를 거론하며 “에스케이가 경제 살리기를 위한 투자와 청년실업 해결 등에서 할 수 있는 일을 대통령과의 면담 때 발표하면 좋겠다”고 귀띔했다고 한다. 이날 오전 박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국가 발전과 국민 대통합을 위해 사면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며 ‘미끼’를 던진 상태였다.

수감 중인 최 회장을 대신해 김창근 의장이 박 대통령을 만나 미르재단 출연 등을 약속한 7월24일 이후, 박 대통령의 사면 지시는 노골화한다. 8월8일에는 안 수석에게 “광복절 특사 때 사면을 고려할 수 있는 재벌 총수는 에스케이”라며 “사면할 경우 국민 감정이 좋지 않으니 사면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는 내용을 해당 기업에서 받아보라”는 지시까지 했다고 한다. 이 지시가 나온 직후인 8월10일 김영태 에스케이수펙스추구협의회 위원장은 영등포교도소로 최 회장을 찾아가 “대통령으로부터 숙제를 받았다”고 전한다.

광복절 특사로 풀려난 최 회장은 불과 열흘 뒤, 경기 이천 에스케이하이닉스 반도체 공장 준공식에서 박 대통령을 만난다. 반도체 사업에 46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도 발표한다. 최 회장은 검찰 수사에서 “해당 투자 계획은 수감 전부터 있었던 내용”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경제 살리기와 일자리 창출은 경제인으로 당연히 해야 할 의무”라며 사면 거래 의혹을 부인했지만, 거듭된 추궁에 “46조 투자 방안 수립 등은 대통령이 사면하며 요구했던 것을 이행한 측면이 있다”며 일부 진술을 변경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그 연장선에서 미르·케이(K)스포츠 재단 출연 요구도 따랐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특검팀은 최 회장 특사 외에도 미르·케이스포츠 재단에 111억원을 출연한 뒤인 지난해 7월29일 최재원 에스케이 부회장이 가석방한 과정도 ‘대가성’을 눈여겨보고 있다.

김남일 김정필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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