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이름이 적힌 이른바 ’박연차 리스트’는 2009년 2월께 박 전 회장의 변호인인 박영수 변호사(현 특검)가 대검 중수부에 제출한 것이다. 이인규 대검 중수부장이 2009년 6월12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기자실에서 ‘박연차 게이트‘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 부장의 좌우에 홍만표 수사기획관(오른쪽)과 우병우 중수1과장이 앉아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반기문 쪽 “중재결과 봐서 고소 검토”
지난 4일, 공교롭게도 같은 날 이인규 변호사(전 대검 중수부장)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박연차 리스트’ 의혹을 제기한 언론사들을 상대로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했다. 그러나 양쪽 모두 언론사와 기자들을 상대로 명예훼손 형사고소는 하지 않고 있다.
이 변호사는 <시비에스>(CBS) ‘노컷뉴스’를 상대로 낸 정정보도 신청서에서 “보도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이와 별도로 노컷뉴스를 상대로 2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민사소송도 냈다. 앞서 노컷뉴스는 지난해 12월26일 인터넷판 기사에서 ‘“반기문 웃긴다…돈 받은 사실 드러날 텐데”’라는 제목으로 박연차 리스트에 반 전 사무총장의 이름이 들어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 변호사는 노컷뉴스 외에 10여 군데 언론사도 같은 취지로 언론중재위에 제소했다.
반 전 총장도 이 변호사와 같은 날 ‘23만달러 수수 의혹’을 보도한 <시사저널>을 상대로 언론중재위에 제소했다. 앞서 <시사저널>은 지난해 12월24일치 기사에서 반 전 총장이 박 전 회장에게서 2005년과 2007년 두 차례에 걸쳐 23만달러를 받은 의혹이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언론중재위는 양쪽 제소를 지난 4일 접수했지만, 어느 쪽이 먼저 냈는지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반 전 총장이나 이 변호사 모두 형사고소는 하지 않았다. 특히 반 전 총장은 16일 기자들에게 “내가 그랬으면(박 전 회장의 돈을 받았으면) 대통령이 되더라도 그만둔다고 (약속)하려고 했다”며 결백을 거듭 강조했지만, 형사고소 움직임은 아직 없다. 반 전 총장 쪽 이도운 대변인은 “언론중재위 결론이 나오면 형사고소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강희철 최원형 윤형중 기자 hck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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