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노동청 창원지청 압수수색서
2014년 조선업체 협의회 쪽이
감독관들에 향응 제공 내용 나와
열흘 지나도록 지청쪽 “파악중”
노동부쪽은 “지청서 보고하면 진행”
2014년 조선업체 협의회 쪽이
감독관들에 향응 제공 내용 나와
열흘 지나도록 지청쪽 “파악중”
노동부쪽은 “지청서 보고하면 진행”
지난 1월 10일, 경남 창원 소재 세 곳의 사무실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들이닥쳤다. 15명에 이르는 이들은 다름아닌 고용노동부 부산지방고용노동청 산하 창원지청 소속 근로감독관들이었다. 이날 임금체불과 관련해 한 대형조선업체의 하청업체 단체인 ‘사내협력업체협의회’ 사무실 등 세 곳을 압수수색한 것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장부 하나가 발견됐다. 장부엔 지난 2014년 당시 창원지청 소속 근로감독관 등이 ‘협의회’한테서 금품과 향응을 받았을 것으로 의심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창원지청 관계자는 “장부엔 당시 창원지청 소속 근로감독관에게 음식 대접을 한 식대 등이 기록돼 있는데, 매우 과도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한 사정을 잘 알고 있는 ㄱ씨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장부엔 2014년께 창원지청 소속 근로감독관과 중간간부, 이 지청 고위책임자 등에게 식사 대접은 물론 노래방 등에서 향응을 제공한 기록과 매출전표가 있고, 이들에게 상품권을 제공한 내용도 기록돼 있었다”고 전했다. 이 사실은 즉시 지청장에게 보고됐고, 지청장과 담당 과장은 이날 오후 고용노동부 감사관실을 찾아가 해당 사실을 알렸다.
하지만 이후 열흘이 지났음에도 창원지청과 고용노동부는 장부에 적힌 기록의 사실관계조차 규명하지 못하고 있다. 근로감독관의 비위의혹이란 사안의 중대성에 비해 지나치게 안이한 대처라는 지적이 나온다.
창원지청 관계자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협의회 쪽에 물어보니 자신들의 경비 처리를 위해 그렇게 적었을 뿐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청이 직접 사실관계를 확인했는지에 대해서는 “파악 중”이라고만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할지, 자체 감사를 벌일지 조만간 결정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18일엔 “창원지청에서 자료를 정리해 보고하면 진행할 것”이라던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한겨레>의 확인 취재 뒤인 22일에서야 “지난 20일 감사관실에서 직접 조사에 착수했다”고 알려왔다.
하지만 ㄱ씨는 “장부에서 의심을 살만한 내용이 나온 이상 적극적인 사실관계 확인과 수사의뢰 등 뭔가 분명한 조처가 이뤄져야 하는 데 그동안 지청이나 고용부나 다 쉬쉬하는 분위기였다”며 “더구나 이해당사자인 창원지청의 보고를 기다린다는 노동부의 태도는 안이하기 짝이 없었다”고 꼬집었다. 한 법조계 관계자도 “이번 사안은 근로감독관들이 동료 근로감독관의 비위 의혹이 담긴 장부를 발견한데다 장부에 등장한 감독관이 한때 같은 지청 소속이었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초동수사나 신속한 사실관계 확인이 매우 중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근로감독관은 형사소송법상 ‘특별사법경찰관’으로, 이들의 비위 사실이 확인되면 당국은 검찰에 지체없이 통보해야 한다.
이창곤 선임기자 g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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