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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키르기스스탄의 고려인 언론인 이계룡·라리사 리씨

등록 2005-11-08 18:39수정 2005-11-08 18:39

키르기스스탄 <MSN> 신문의 라리사 리 경제부장(왼쪽)과 이계룡 고문위원이 자신들이 만든 신문을 펼쳐 보이고 있다. 한국기자협회 제공
키르기스스탄 신문의 라리사 리 경제부장(왼쪽)과 이계룡 고문위원이 자신들이 만든 신문을 펼쳐 보이고 있다. 한국기자협회 제공
“3월 혁명 이끈 신문의 주역은 고려인”
“3월 일어난 키르기스스탄 혁명에 가장 중요한 구실을 한 두 신문사 편집장이 모두 고려인이다. 부패한 아카예프 대통령을 몰아내기 위해 광장에 몰려든 시민들이 우리 신문을 애타게 기다릴 때 큰 보람을 느꼈다.”

지난 5일 막을 내린, 한국기자협회 주최 ‘2005 아시아기자포럼’에 초청받아 한국에 온 키르기스의 고려인 언론인 이계룡(73) 고문위원과 라리사 리(49) 경제부장은 8일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키르기스 ‘민주화’의 밑거름이 된 자신들의 역할을 자랑스럽게 회고했다.

고려인 알렉산드르 김이 편집장을 맡고 있는 이 신문은 2001년 아카예프 전 대통령 일가에게 몰수당한 유력 일간지 <베체르니 비슈케크> 기자들이 모여서 만든 신문이다. 이들은 “우리 국민들은 왜 이리 가난한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대통령 일족의 거대한 부정부패를 치밀하게 파고들었다. 이 고문은 “2001년 처음 신문을 낸 뒤 한 달 만에 정부의 압력을 받은 인쇄소는 인쇄를 거부했고, 정부가 사주한 40여건의 소송에 시달리다 엄청난 벌금 때문에 3개월 동안 신문사 문을 닫기도 했지만 똘똘 뭉쳐 이겨냈다”고 밝혔다. 새 정권이 들어선 뒤 재판으로 <베체르니 비슈케크>도 되찾아 지금은 두 신문이 나란히 발행되고 있다.

신문사 몰수 항의 전 대통령 비리 파헤쳐 탄압
강제이주 됐지만 내 조국…한국인 ‘돈 자랑’ 눈살

혁명이 일어난 지 7개월이 지난 지금, 키르기스 상황이 그리 밝지는 않다. 국회의원의 상당수가 옛 대통령 충성파이거나 마피아와 연관돼 있고, 최근 감옥을 시찰하러 갔던 의원이 수감자들의 공격을 받아 숨지는 등 불안정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라리사 리 부장은 “혁명으로 하루아침에 모든 문제들이 해결될 것이라 기대했던 많은 국민들은 실망하고 아무 것도 변하지 않았다고 새 정부를 비난하기도 한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야 봄이 오듯 혁명에 좀 더 시간을 주고 성과를 기다려야 한다. 나는 여전히 희망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키르기스에 있는 중앙아시아 유일의 미군기지도 논란거리다. 미 공군기들이 착륙할 때 공중에서 항공유를 버려 주변 땅이 오염되고 작물들이 큰 피해를 입어 농민들이 소송을 냈지만 미군은 그런 일이 없다고 아예 부인하고 있다고 이들은 설명했다. 리 고문은 “지식인들 중심으로 미군 철수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현재 힘겨운 키르기스 경제 상황에서는 미군이 내는 거액의 기지 사용료를 외면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리 고문은 39년 스탈린에 의해 연해주에서 강제 이주돼 30년 넘게 언론인으로 활동했으며 중앙아 고려인들에 대한 여러 권의 책도 썼다. 부모가 연해주에서 우즈베키스탄으로 강제 이주된 라리사 리 부장은 레닌그라드언론대학을 졸업한 뒤 80년 키르기스에 배치돼 이곳에서 뿌리를 내렸다. 두 사람 모두에게 키르기스는 “우리들의 조국”이다. 이들은 옛 소련 붕괴로 독립한 중앙아 국가들에서 민족주의가 강해지고 고유 언어를 강조하면서 고려인들의 삶이 힘들어지고는 있지만, 민족차별이 그리 심하지는 않으며 키르기스 각 부문에서 고려인들이 중요한 활약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고문은 “요즘 중앙아시아에 진출한 일부 한국인들이 ‘돈 자랑’을 하면서 고려인들을 불쌍하고 못사는 사람 취급하고, 고려인들이 애써 쌓아놓은 이미지를 망칠 때는 너무 서럽다”고 하소연했다.

글/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사진/한국기자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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