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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제보자 평균 3년 소송 늪…공익 인정땐 충분한 보상을”

등록 2017-02-08 19:29수정 2017-02-08 21:21

[짬] 내부고발자 보호 운동 나선 백찬홍 전경원씨
백찬홍(왼쪽) 내부제보실천운동 상임대표와 전경원 전 하나고 교사가 6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겨레> 사옥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백 대표는 내부제보자 소송비·긴급생활비 지원과 내부제보자보호법 제정을 위한 스토리펀딩을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10일부터 시작한다고 밝혔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백찬홍(왼쪽) 내부제보실천운동 상임대표와 전경원 전 하나고 교사가 6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겨레> 사옥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백 대표는 내부제보자 소송비·긴급생활비 지원과 내부제보자보호법 제정을 위한 스토리펀딩을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10일부터 시작한다고 밝혔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자신이 몸담고 있는 조직의 비리를 외부에 드러내는 이들을 내부고발자라고 한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내부고발의 가치를 새삼 일깨우고 있다. 노승일 케이스포츠 재단 부장 같은 이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사실을 드러낸 결과 국민들은 비선실세가 농락한 박근혜 정부의 민낯에 접근할 수 있었다. 장진수 전 총리실 주무관(민간인 사찰)과 김영수 전 해군 소령(군납 비리), 전경원 전 하나고 교사(입시 비리) 등 내부고발 당사자들과 시민사회단체 인사 30여명은 지난달 내부제보실천운동(준) 발대식 겸 심포지엄을 열었다. 오는 4월 국회 제출을 목표로 강력한 내부고발자 보호 법안을 만들고 있다. 목표는 ‘스스럼없이 내부고발에 나서는 사회’이다. 그 결과는 투명하고 건강한 민주사회일 것이다. 이 단체의 백찬홍(56) 상임대표와 전경원(47) 전 하나고 교사를 6일 한겨레신문사에서 만났다.

내부제보 당사자와 종교계 중심
최근 ‘내부제보실천운동’ 발대식

“이명박 정부 권익위 강제통합으로
제보 조사, 보호기능 제구실 못해
강력한 제보자 보호법 만들어야
대선주자 대상 반부패 설문도”

‘내부고발자에 대한 충분한 보상, 고발자 보복에 대한 강력한 처벌,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춘 내부고발사건 전담 조사기관 설립, 보호가 잘 되는지 감시 역할을 할 공익재단 설립.’ 이 단체가 내부고발자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고 내세운 조건들이다.

지금도 제보자 보호 목적의 법이 있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부패방지법은 공공기관만이 대상이고, 공익신고자보호법은 민간 영역을 포괄하지만 배임 횡령과 같은 기업 부패행위는 보호 대상에서 빠졌다. 돈으로 환산이 어려운 권력자나 금력자의 비리 고발은 보상 대상에 끼지도 못한다.

“동물 사료를 취급하는 사료법 위반은 공익신고자보호법에 해당하지만 사립학교법은 대상에서 빠졌죠.”(전경원) “이명박 정부가 효율화 명분으로 기능이 전혀 다른 국가청렴위와 국민고충위, 행정심판위를 국민권익위로 축소 통합했죠. 그 결과 제보자 보호와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요.”(백찬홍) 백 대표는 독립성과 조사권을 가진 별도의 반부패기관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왜 충분한 보상이 필요할까? “장진수 전 주무관이나 해직된 교사들을 보면 (제보 뒤) 수입도 없는 상태에서 보통 3년 정도는 소송에 매달립니다.”(백) 이런 부담에도 제보 결심을 하려면 10년 정도 연봉에 해당하는 보상이 필수라는 것이다. 실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는 상장기업의 부정부패를 막기 위해 제보자를 철저히 보호하고 거액의 보상금을 지급하는 내부고발제도를 만들어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는 평이다. 이 제도 시행 이래 최대 개인보상액은 350억원이나 된다. “캐나다엔 내부제보만 전담하는 법원이 있죠. 고참급 법관 7~8명이 사안을 신속하게 처리합니다.”(백)

이 운동은 지난해 9월께 내부고발자 변호를 해온 김형남 변호사가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참여불교재가연대 공동대표인 김 변호사가 “범종교인들이 실질적 도움을 줄 일을 해보자”고 제안했고, 백 대표 등 다른 종교단체 활동가들이 화답했다. 백 대표(개신교)를 포함해 불교, 원불교, 천도교 등 여러 종교 활동가들이 참여했다.

정치권 반응은 어떨까. “진보든 보수든 권력은 내부 문제를 은폐하는 속성이 있죠. 곧 대선 주자들 대상으로 반부패 청렴과 관련한 공약 설문조사를 해 기자회견을 통해 밝힐 계획입니다. 발대식엔 의원 다섯명이 참석해 법안 발의를 약속했어요.”(백)

전 교사가 하나고 입시 비리를 폭로한 게 재작년 8월이다. 이사장 지시로 남학생을 더 뽑기 위해 엑셀 파일을 조작해 점수를 고쳤다는 것이다. 교육청 감사 결과 사실로 드러나 그해 11월 김승유 당시 이사장과 교장, 교감, 행정실장이 검찰에 고발되고 교장, 교감, 행정실장은 파면하도록 재단에 요구했다. 1년이 넘었다. 징계는 없었고, 교감은 승진해 교장 직무대행이 됐다. 검찰은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불기소처분 했다. 새 이사장엔 검찰총장을 지낸 인사가 들어왔다. 제보한 교사는 지난해 10월 해임됐다. “검찰에서 한번도 저를 부르지 않더군요. 답답해 제가 직접 서부지검을 찾아갔어요. 검사는 서류검토중이란 말만 했어요.”(전)

왜 사학 제보자는 가시밭길을 걸어야 할까? “파면의 주된 이유는 뇌물이나 성추행 이런 게 아니라 괘씸죄입니다. 성실 및 복종 의무나 품위 유지 위반을 걸어 내쫓아요. 소송하면 다 복직이죠. 돌아오면 또 다른 문제를 걸어 내쫓아요.”(전) 고발의 대가로 충분한 보상과 보복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필요한 이유다. 그의 폭로 뒤 하나고는 입시요강에 남녀 선발 비율을 동수로 한다고 명문화했다. 그의 행위가 이뤄낸 결실이다.

전 교사는 지금 전교조와 호루라기 재단 지원으로 변호사 두명의 법적 조력을 얻고 있다. 제보 뒤 겪은 심리적 상처 치유를 위해 서울시교육청 소속 상담사한테 매주 한차례 심리상담을 받았다. 그는 건국대 입학사정관으로 있던 2009년에 하나고 개교 교사 공모에 자원했다. 2006년엔 건국대에서 한문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토론식 수업을 하겠다는 교육 방침에 공감했죠.” 이런 꿈은 신입생 선발 첫해 터진 ‘입시 비리’로 물거품이 됐다. “김구, 안창호, 함석헌, 유영모 선생은 모두 교사였어요. 요즘 교사들은 지식 전달 노동자로 만족합니다. 이런 문화를 깨야 합니다. 지금의 교사들과 달랐던 이들이 교단에서 했던 말과 실천을 요즘 글로 정리하고 있어요.”(전)

강성만 선임기자 sungman@hani.co.kr, 사진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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