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경기도 광주시에 사는 정혜민(43)씨는 지방 출장을 가게 돼 키우는 반려견을 애견호텔에 맡겨야했다. 호텔은 매일 두 차례 반려견이 생활하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보내줬다. 정씨는 마음을 놓았다. 하지만 닷새 뒤 만난 반려견의 체중은 2㎏이나 줄어 있었다. 갑자기 낯선 환경에 처한 반려견이 불안감에 식사를 거른 게 원인이었다. 정씨는 “버려진 줄 알고 밥을 안 먹었던 것 같다. 미안해서 앞으로 애견호텔에 보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애견호텔 말곤 뾰족한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1000만명을 넘어섰지만, 갑작스러운 출장이나 경·조사, 여행 등으로 집을 비워야 할 때 반려동물을 맡길 곳은 마땅치 않다. 동물병원이나 반려동물 전용 호텔이 이런 역할을 맡기도 하지만 비용이 많이 드는데다, 반려동물이 스트레스를 받아 반려인들이 꺼리고 있는 실정이다. 서로의 반려동물을 돌봐주는 ‘품앗이’나 시간제로 반려동물을 돌봐주는 ‘펫시터’ 등이 인기를 끄는 배경이다.
서울 관악구에 사는 김현주(38)씨는 서울 마포구에 있는 협동조합 동물병원인 ‘우리동생 동물병원’을 이용하다 알게 된 반려인 6명과 함께 ‘고양이 돌봄 네트워크’라는 소모임을 꾸렸다. 급한 일로 집을 비우면 다른 멤버가 집으로 찾아와 고양이를 돌봐준다. 서로 돕고 돕는 관계라 별도 비용도 들지 않는다. 김씨는 지난 설 연휴 때도 해외여행을 떠난 조합원을 위해 ‘품앗이’를 자처했다. 그는 “평소 모임 덕분에 신뢰가 쌓여 방문 탁묘를 부탁해도 불안하지 않다. 조합원들이 서로의 고양이 성향을 잘 알기 때문에 돌봄이 수월하다”고 말했다. 서울 은평구에 사는 김진수(33·가명)씨도 동네 문화센터에서 만난 애묘인들과 모임을 꾸려 서로 도움을 주고 받은 적이 있다. 김씨는 “같은 동네에 살고 있어서 부탁해도 미안하지 않다. 잘 아는 사람들이라 집 비밀번호를 공유하는데 께름칙하지 않아 좋았다”고 말했다.
품앗이 모임이 없는 이들은 포털사이트의 반려인 커뮤니티 등에서 펫시터를 구하기도 한다. 그러나 맘에 맞는 사람을 찾기 쉽지 않다. 이때문에 전문 펫시터 파견업체를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지난해 12월 문을 연 펫시터 파견업체 도그메이트는 두달여만에 회원 1400여명을 모았다. 반려견을 펫시터 집에 맡기거나(‘위탁돌보미’), 펫시터가 고객 집에 직접 방문해 반려견을 돌보는 형태(‘방문펫시터’) 등 두가지 서비스가 있는데, 비용은 하루 약 3만5000원 정도다. 업체 관계자는 “애견호텔에 맡기면 반려견이 우울증이나 스트레스를 겪는 경우가 있어서 낯익은 환경에서 돌봄을 받을 수 있는 펫시터를 선호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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