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청년 1인가구의 절반 가까이가 소득의 20% 이상을 주거를 위한 월세 등 임대료로 지출하고 있으며, 열에 1명 이상이 최저주거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열악한 주거환경에 놓여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청년들의 이런 상황 때문에 대학을 졸업하거나 결혼을 하고도 부모 곁을 떠나지 못하고 의존하는 ‘캥거루족’ ‘연어족’ ‘스크럼족’ 등의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16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이태진 박사팀이 펴낸 ‘청년빈곤 해소를 위한 맞춤형 주거지원 정책방안’을 보면, 청년 1인 가구 중 소득 대비 주거 임대료가 20%가 넘는 ‘임대료 과부담 가구 비율’(2014년 기준)이 47.03%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가구(46.73%)에 견줘 약간 높다. 더욱이 정부가 정한 최저주거기준조차 미치지 못하는 주거환경에 놓인 청년 1인 가구도 전체 가구(13.88%)보다 높은 14.17%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보고서는 “청년들의 이런 상황은 월세→전세→자가로 이어지는 ‘주거사다리’가 붕괴했음을 시사하는 것은 물론, 청년들의 어려움이 고스란히 부모의 부담으로 전가되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실제 독립 청년가구의 절반 가까운 49.4%, 대학생의 80%의 임대료를 부모가 부담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이 때문에 학교를 마쳤음에도 독립하지 않고 부모와 동거하면서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캥거루족’에 이어 부모에게서 독립했다가 다시 부모 품으로 돌아오는 ‘연어족’, 결혼 이후에도 경제적인 이유로 부모와 함께 사는 성인을 가리키는 ‘스크럼족’ 등이 국내서도 등장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보고서는 또한 “이는 비단 우리만의 현상이 아니”라며 “미국에서 20대 후반에도 직업이나 집을 가지지 못한 세대를 말하는 ‘트윅스터(twixter)’와 ‘ILYA(미독립성인)족’, 캐나다에서 안정된 직업을 찾지 못하고 다시 부모에게 되돌아오는 자식을 뜻하는 ‘부메랑 키즈’, 영국에서 부모의 퇴직연금에 의존해 사는 자식을 이르는 ‘키퍼스(Kippers)족’ 등이 모두 비슷한 청년층을 가리키는 신조어”라고 소개했다.
이 박사는 “이번 분석 결과는 청년 1인가구와 저소득가구의 청년층이 주거복지의 우선 지원대상 대상임을 잘 보여준다”며 “청년층의 주거지원을 위해 가족수당 또는 주택수당의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창곤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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