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2017 광장의 노래]
4부 함께 그리는 대한민국 설계도
② 정책배틀-시민배심원의 선택
건보 하나로 vs 청년배당
4부 함께 그리는 대한민국 설계도
② 정책배틀-시민배심원의 선택
건보 하나로 vs 청년배당
‘민생해법’을 주제로 한 ‘함께 그리는 대한민국:정책배틀’에 참가한 시민정책배원단과 패널, 스태프들이 12일 오후 서울 마포구 동교동 ‘미디어카페 후’에서 ‘청년수당’과 ‘건강보험하나로’중에 우선순위를 선택하는 모바일 투표 결과를 보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세모녀’ 예로 들며 질병비용 환기
재원까지 구체화…설득력 더해
“보편성 가진 건보 정비가 현실적” 청년 배당
‘이생망’ 언급하며 20대 삶에 초점
기본소득으로 가는 징검다리 강조
“청년층에도 공동체 의식 생길 것” ‘송파 세모녀’ ‘구의역 청년’
모두 살리면 안되나요?
“청년배당 지급 합의된 사회라면
건보 하나로 당연히 시행될 것” 청년배당팀은 ‘시대의 변화’를 내세웠다. 신자유주의 경제체제가 고도화되면서 일자리의 질이 급속도로 나빠지고 있는데다, 4차 산업혁명 등으로 ‘일자리 절벽’이 다가오고 있다. 완전고용을 전제로 유지되는 기존의 복지시스템 역시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결국 남은 방법은 대대적인 노동시간 단축과 일자리 나누기뿐인데, 그 과정에 인간의 삶을 지킬 수 있는 방안은 청년배당과 같은 기본소득뿐이라는 것이다. 특히 청년배당은 장차 고민해야 할 전국민 기본소득의 마중물과 같은 기능을 한다. 먼저 19~29살 청년들에게 매달 20만원을 지급(청년배당)하고, 이어 6~12살 아동에 대해 월 20만원의 아동수당을 지급한다. 또 65살 이상 고령층에게는 월 30만원의 기초연금을 전면화한다. 이렇게 점차 범위를 확장해 기본소득 도입에 탄력을 붙인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필요한 재원은 청년배당에 16조8천억원, 아동수당과 기초연금은 각각 7조4천억원과 23조4천억원이다. 청년배당팀은 대표적인 ‘불로소득’인 지대·임대료에 토지보유세(0.5%)를 도입하고 가계소득의 3%를 ‘시민세’로 거두면 48조원의 세수가 확충된다는 강남훈 한신대 교수(경제학)의 연구 결과를 재원 마련 방안으로 제시했다. 쏟아지는 질문, 쉽지 않은 선택 디테일한 짜임새를 강점으로 내세운 건강보험팀과 청년 문제를 중심으로 가치와 이념을 강조한 청년배당팀 사이에서 배심원단의 선택은 쉽지 않았다. 두 팀에 ‘송곳 질문’이 이어졌다. “커피숍, 치킨집으로 대표되는 40~50대 자영업자들의 비참한 삶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군대에 있는 장병들도 청년배당을 받을 수 있을까요?”, “건강보험 보장성이 높아지면 과잉진료 문제가 더 심각해지지 않을까요?”, “민간보험사들 반발도 만만찮을 것 같은데 이에 대한 대책은 있습니까?” 패널들은 진땀을 흘리며 배심원단에 답을 내놓았다. 배심원단 내부 토론 역시 치열했다. 인천시청에 근무한다는 유아무개씨는 “정책적 의지와 우리 공동체에 필요하다는 결단만 있다면 무엇이건 선택할 수 있다”며 청년배당 쪽 손을 들었다. 20대 남아무개씨는 “내가 내는 세금이 이렇게 돌아오는구나 느끼면 청년층에게도 공동체 의식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디테일’에 입각한 반론도 많았다.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갖고 있다는 김아무개씨는 “청년배당은 역차별과 도덕적 해이 등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보편성을 가진 건강보험 하나로가 복지제도 정비 쪽으로 쉽게 연결된다”고 말했다. 둘 다 추진하면 안되나요? 패널들의 프레젠테이션과 질의응답, 배심원단 토론을 마친 뒤 최종 표결에서 두 정책에 대한 배심원단의 호응도는 25 대 25, 정확히 절반으로 갈렸다. 두 정책 모두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만큼 중요한 개혁과제라는 표심이었다. 배심원단이 의견을 남길 수 있는 댓글창에는 이미 이런 결과를 예측한 듯한 댓글도 눈에 띄었다. “혹시 토론 주제가 무엇이 시급한지인가요? 사실 두 제도 모두 중요한 사안인 건 알겠는데….”(이아무개) “청년배당 지급 합의된다면 하나로는 당연히 시행될 것으로 보임.”(전아무개) ‘정책 배틀’이라는 형식 때문에 우열을 가리는 데 집중하고 있는데, 두 가지 정책 모두 함께 추진해야 할 개혁과제 아니냐는 지적인 셈이다. 양팀 패널의 의견도 비슷했다. 청년배당팀 패널로 참석했던 신지혜 평화캠프 코디네이터는 “청년배당은 어찌 보면 굉장히 단순한 정책이기 때문에 정책의 디테일을 설명드리기보다 그 가치와 지향성을 설득하는 데 주력했다”며 “기본소득으로 가는 징검다리로서 청년배당의 가치를 말씀드린 데 만족한다”고 말했다. 건강보험팀 패널인 김종명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의료팀장도 “처음에는 아예 게임이 안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많이 설명드릴 수 있어서 만족스러웠다”며 “건강보험 개혁은 법을 바꾸지 않고도 할 수 있는 정책이라는 점을 가장 주요하게 전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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