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양육 등의 이유로 ‘경력단절’을 경험한 여성은, 경력단절을 경험하지 않은 여성에 비해 임금이 월평균 76만원 더 적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기혼 여성 2명 중 1명은 경력단절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이를 막기 위한 일·가정 양립 대책이 보다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16년 경력단절여성 등의 경제활동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만 25~54살 기혼여성 4078명 중 경력단절을 경험한 이들은 1983명(48.6%)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가부는 3년마다 경력단절 여성에 대한 실태 조사를 벌이고 있다. 3년 전인 2013년 조사(5001명 대상)보다 경력단절 비중이 8.4%포인트 감소했지만 여전히 절반 가량이 경력단절을 겪고 있었다.
경력단절을 겪게 된 이유와 관련해, ‘결혼’이 차지하는 비중은 3년 전 61.8%에서 지난해엔 40.4%로 줄어든 반면 ‘임신·출산’으로 인한 경력단절은 26.5%에서 38.3%로 비중이 높아졌다. 또 자녀양육 외에 ‘가족구성원 돌봄’에 따른 경력단절도 같은 기간 4.2%에서 12.9%로 늘었다. 자녀양육과 부모부양 등 가족 내 돌봄 노동을 여성이 전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번 경력단절을 겪고 나면 다시 일자리를 얻기까지 걸리는 기간이 긴데다, 일자리의 질도 이전보다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력단절을 처음 겪게 되는 평균 나이는 28.5살이며, 경력단절 이후 재취업까지 걸리는 기간은 평균 8.4년이었다. 경력단절 전후의 고용형태를 보면, 임시직 비중이 10.4%에서 24.5%로, 시간제 일자리 비중도 6.1%에서 28.9%로 높아졌다. 불안정한 일자리가 늘어남에 따라, 경력단절 당시보다 재취업 때 임금이 월평균 26만8천원 낮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취업중인 기혼여성(2353명) 가운데 경력단절 경험에 따른 임금격차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력단절 경험이 있는 여성은 경험이 없는 여성에 견줘 임금이 월평균 76만3천원 적었다. 경력단절을 겪은 여성의 임금이 경력단절 없이 계속 직장을 다닌 여성의 68.5% 수준에 그치는 셈이다. 상대적으로 근속연수가 짧고 승진 등의 기회도 적을 수밖에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 시간당 임금으로 비교해도 73.9% 수준이었다. 경력단절 이후 첫 일자리에서 국민연금(65.4%)과 건강보험(69.5%), 고용보험(63.2%), 산재보험(61.1%) 등 사회보험에 가입한 비중도 60%대에 그쳤다.
이번 조사에서 경력단절 여성들은 재취업 때 경험한 애로점으로 ‘양육·보육의 어려움’(51.1%)를 가장 많이 꼽았다. 또 비취업 여성들은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확대’(37.1%)와 ‘믿고 맡길 수 있는 보육시설 확충’(28.1%), ‘장시간 근로 문화 개선’(21.6%)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여가부는 “경력단절에 따른 개인적·사회적 손실이 매우 커 경력단절이 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이 여실히 드러났다”며 “가족친화적 기업문화 확산, 남성의 육아참여 확대, 근로시간 유연화로 일·가정 양립문화 정착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