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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저출산이 여성 고스펙탓?…‘부적절 표현’ 국책연구원 보직 사퇴

등록 2017-02-27 00:09수정 2017-02-27 00:33

보사연 원종욱 연구위원 26일 보직 사퇴
“저출산을 여성탓으로 돌리느냐” 논란 속
보건사회연구원 홈페이지에 ‘저출산을 결국 여성의 탓으로 돌리려는 것이냐’는 등의 비판 게시글이 쏟아졌다. 보건사회연구원 홈페이지 갈무리
보건사회연구원 홈페이지에 ‘저출산을 결국 여성의 탓으로 돌리려는 것이냐’는 등의 비판 게시글이 쏟아졌다. 보건사회연구원 홈페이지 갈무리
여성들의 불필요한 고스펙을 줄이고 ‘배우자 눈높이’도 낮춰 초혼 연령을 당겨야 한다는 황당한 저출산 대책을 국책연구기관 연구위원이 내놓아 물의를 빚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해당 연구위원은 보직을 자진 사퇴하기로 했다.

26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 김상호 원장은 연구원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 24일 인구포럼에서 발표된 학술논문 중에 최근의 만혼과 독신현상을 분석한 내용에 부적절한 표현으로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매우 유감으로 생각한다”며 “스펙쌓기의 근절과 독신남녀의 혼인을 활성화할 수 있는 제안에 있어 부적절한 표현이 사용된 점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이어 김 원장은 “향후 원내에서 수행하는 모든 연구에 대해 보다 세심한 검토와 검증을 통해 문제의 소지가 발생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되지 않도록 하겠다”며 “부적절한 표현을 사용한 원종욱 박사는 인구영향평가센터장에서 자진해서 물러나기로 했고 27일부로 조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원종욱 연구위원은 지난달초 보사연 인구영향평가센터장으로 발령 받았지만 이번 일로 두달도 안돼 보직에서 물러나는 수모를 겪게 됐다.

논란이 된 보고서는 원 연구위원이 제13차 인구포럼에서 발표한 ‘결혼시장 측면에서 살펴본 연령계층별 결혼 결정 요인 분석’이다. 저출산 대책과 관련해, 여성들의 결혼이 늦어지는 요인을 경제학적 관점에서 분석한 보고서였다.

원 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37세 이상 미혼인 사람들의 소득수준은 남녀 모두 상대적으로 연령이 낮은 기혼자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성의 경우 학력과 학벌수준이 미혼 남성에 비해 높으며 기혼 여성에 비해서도 높아, 고학력이면서 고소득계층 여성이 선택결혼에 실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그는 “초혼연령을 낮추는 것은 인적자본투자기간(이른바 스펙쌓기)을 줄이거나 남녀가 배우자를 찾는 기간을 줄이는 것이다. 그리고 고학력·고소득 여성이 소득과 학력수준이 낮은 남성과도 결혼을 할 수 있게 만들 수 있다면 유배우율을 상승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원 연구위원은 또 “불필요한 스펙쌓기를 고용시장이 조장하고 있다면 거품을 뺄 수 있는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가능하다. 채용과정에서 불필요한 스펙(휴학, 연수, 학위, 자격증, 언어능력)을 명시하고 채용에 불리한 요건으로 작용하게 하면 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보고서 내용이 알려지자, 보사연 홈페이지에는 ‘저출산을 결국 여성의 탓으로 돌리려는 것이냐’는 등의 비판 게시글이 쏟아졌다. 한 네티즌은 “국가 차원에서 조절해야할 남녀 임금차별, 육아문제를 해결하는 대신 국책연구기관이 내린 결론이 ‘고학력 여성은 스펙 낮은 남성과 가급적 빨리 결혼하라’는 것이라니 황당하기 짝이 없다”고 비판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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