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선아 기자의 베이비트리】 이주의 육아공감
둘째 아이가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했습니다. 2년 전 딸이 입학할 때처럼 마냥 걱정되지는 않았습니다. 누나가 학교 다니는 것을 옆에서 지켜봤으니, 아들은 학교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은 없어 보였습니다. 그러나 모든 아이는 각자 다르고, 아들과 딸의 성장 속도는 차이가 납니다. 아들이 학교에 들어가 어떻게 생활할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지요. 게다가 아들은 누나가 입학했을 때처럼 엄마가 쉬면서 자신을 학교에 데려다 주고 학교가 끝나면 교문에서 다른 엄마들처럼 기다려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3월 한달 동안 아껴두었던 안식월 휴가를 쓰겠다고 회사에 신청했습니다. 한겨레신문사는 2000년부터 안식휴가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안식휴가 기간은 근속 만 5년 단위(5년, 10년, 15년, 20년 등)는 15일, 만 10년 단위(10년, 20년 등)는 30일 쓸 수 있습니다. 2001년 11월 입사한 저는 2012년께 안식월을 쓸 수 있었지만 둘째 입학 때를 위해 아껴두었지요.
안식월을 쓴다고 하니 주변 직장맘들이 얼마나 부러워하던지요. 어떤 회사는 20년 근속을 해야만 안식월이 겨우 주어지고, 안식월 제도가 있어도 상사의 눈치 때문에 이용할 수 없다는 분들도 있더군요. 아무리 제도가 좋아도 현실에서 제대로 적용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입니다.
대선 주자들이 아이 키우기 쉬운 세상을 만들겠다고 장밋빛 공약을 내놓습니다. 새로운 공약을 내놓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 제도들이 현실에서 잘 정착되고 있는지도 점검해야 하지 않을까요?
양선아 기자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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