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사회연구원, 사회통합 국민인식 조사
중장년층 11.5%…청년·노인보다 높아
전체 4명 중 1명은 ‘상대적 박탈’
가족여행·취미활동 등 여유 없어
“사회통합 부정적 인식 강화”
중장년층 11.5%…청년·노인보다 높아
전체 4명 중 1명은 ‘상대적 박탈’
가족여행·취미활동 등 여유 없어
“사회통합 부정적 인식 강화”
35~64살의 우리나라 중장년층 열명 가운데 한 명 이상은 공과금이나 자녀 공교육비 체납, 단전·단수, 생활비 부족으로 인한 결식 등 ‘절대적 박탈’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한국인 4명 중 1명은 1년에 한 번도 가족여행을 갈 수 없거나 취미 및 여가활동을 즐길 수 없으며, 갑작스러운 일에 대비한 저축이나 노후대비를 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14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펴낸 보고서 ‘사회통합 실태 진단 및 대응방안(Ⅲ): 사회통합 국민인식’을 보면, 이 연구원은 지난해 6월부터 8월까지 19살 이상 한국인 3669명을 대상으로 사회통합 실태 및 국민인식을 알아보는 면접조사를 벌였다. 조사 결과, 지난 1년간 1가지 이상의 절대적 박탈을 경험한 중장년층(35~64)의 비율이 11.5%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서 ‘절대적 박탈’이란, 끼니 거름(결식), 공과금 미납, 전기·전화·수도요금 미납으로 인한 단전·단수, 공교육비 1달 이상 체납, 아파도 병원 못 감, 추운 겨울 난방 불가, 집세 체납에 따른 이사 등 7개 항목을 한 번 이상 겪은 경우를 말한다. 특히 중장년층의 이런 절대적 박탈 경험 비율은 35살 미만(8.6%) 청년층이나 65살 이상의 노인층(8.2%)보다 더 높았다. 보고서는 “다소 놀라운 결과로, 이는 만성적 박탈의 경우에는 상시적인 저소득을 겪고 있는 노인에게서 훨씬 더 높게 발생하지만 일시적 생활상의 박탈은 사회안전망으로부터 소외된 중장년층에게 빈번하게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사적인 결과”라고 풀이했다.
보고서는 취미·문화생활, 질좋은 주거생활, 건강관리, 미래대비, 자녀교육 등을 못하는 상황을 뜻하는 ‘상대적 박탈’에 대해서도 조사했다. 조사결과, 응답자의 26.1%는 1년에 한 번 이상 가족여행을 갈 수 없고, 26.65%는 취미생활이나 여가활동을 즐길 수 없다고 답했다. 또 26.28%는 갑작스러운 일에 대비해 저축할 여력이 없었고, 25.40%는 노후에 대비해 연금이나 저축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보고서는 “한국인의 4분의 1 정도는 현재의 일상생활에서 문화생활을 즐길 수 없거나, 불안정한 미래에 대비할 물질적 여력이 없다는 것을 뜻하는 결과”라고 진단했다.
이와 함께 한국의 노인은 1년에 1회 이상 가족여행을 못 하는 경우가 절반(48.65%)에 이르는 등 대체로 높은 박탈을 경험하고 있으며, 35살 미만의 청년층은 다른 연령 집단에 견줘 특히 주거의 질이 매우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층은 옥탑방이나 반지하에 거주하는 비율이 6.4%에 이르러 노인(4.76%)과 중장년층(5.13%)보다 더 심각했다.
보고서는 “절대적 박탈도 심각한 문제지만, 가족여행을 못하거나 노후 대비를 못하는 등의 상대적 박탈이 일어날 때도 사회통합에 대해 부정적 인식이 강화되는 경향을 보인다”며 “여러 대안적 소득보장 장치의 도입을 검토하는 한편, 노동시장의 분배상태를 개선하고 사회보험 사각지대를 해소하려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창곤 선임기자 g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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