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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박근혜 자택 앞 노숙…‘아스팔트 친박’이 된 이유 들어보니

등록 2017-03-15 16:15수정 2017-03-15 16:39

“8:0은 인민재판” “언론·검찰·헌재가 짜고 친 역모”
박 전 대통령 50~70대 지지자들 색깔론 꺼내들어
“젊은것들이 우리 생각을 무시해” 반감도 드러내
1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 앞에서 지지자들이 집회를 열고 있다. /김규남 기자
1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 앞에서 지지자들이 집회를 열고 있다. /김규남 기자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 이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서울 강남구 삼성동 자택으로 돌아온 지 15일로 나흘째다. 나흘 내내 일교차가 컸고, 낮에도 쌀쌀한 편이었다. 그런데도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첫날 900여명이 몰려왔고, 이튿날부터도 매일 100여명씩 꾸준히 오고 있다. 이들 중에는 탄핵심판 선고를 하루 앞둔 지난 9일 밤 헌재 앞에서 노숙한 이들도 있다. 지금도 매일 3~5명이 박 전 대통령 자택 앞에서 밤을 지새우고 있다. 주로 50대~70대 고령의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꽃샘추위를 무릅쓰고 왜 ‘아스팔트 친박’이 된 것일까.

‘아스팔트 친박’들은 국민통합을 위해 헌재의 8:0 만장일치 탄핵 결정이 나왔다는 평가에 대해 “8:0은 인민재판”이라고 분개했다. 태극기를 손에 꼭 쥔 김은희(가명·71)씨는 “8:0에 분개해서 나왔다. 6:2면 생각이 다를 수 있다고 인정할 수 있을 텐데 8:0은 인민재판이다. 북한 아니면 할 수 없는 재판이다. 이렇게 가면 6·25 때 빨갱이가 판치던 세상이 다시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연숙(가명·60대)씨도 “6:2나 7:1처럼 다른 의견이 없이 8:0으로 대통령을 파면해서 화가 난다”고 말했다. 이씨는 “나는 촛불집회도 두 번 나가봤다. 그런데 ‘이석기를 석방하라’, ‘박근혜를 단두대에서 처형하라’ 등의 주장을 해 그 이후부턴 태극기 집회에 나갔다”고 덧붙였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헌재의 파면 결정이 공정하지 못하고, 성급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백천우(가명·60대)씨는 “언론, 검찰, 특검, 헌재가 다 작당해서 짜인 각본에 따라 국민 모르게 일을 꾸미고 대통령을 탄핵해버렸다. 이건 국가반란, 역모”라고 말했다. 백씨는 “한국이 망하길 원하는 종북세력들이 정권 잡으려고 최순실 건이 나오자 ‘이거면 나라를 뒤엎을 수 있겠다’고 생각해서 조작한 것이다. 박 전 대통령 입장에선 뭔가 엮인 것 같다고 하지 않냐. 언론이 앞장서 보도했고, 국회가 받아 조사도 하지 않고 탄핵소추 의결을 했고, 편파적으로 야당만으로 박영수 특검을 추천하고, 헌재도 만장일치 탄핵 결정하고 하는 등 그런 식으로 엮어버린 것”이라고 말했다. 백씨는 “문재인이 대통령 될 거 같으니까 죄다 문재인한테 줄 서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은희씨는 “고영태는 구속 안 하고 이재용은 구속하는 방식으로 한 편파적인 재판”이라고 주장했다. 이연숙씨는 “헌재의 탄핵 결정은 순서가 틀렸다. 검찰에서 조사를 다 하고 마지막에 탄핵 여부를 결정해야 했는데 너무 성급하게 결론을 내린 잘못된 재판”이라고 말했다.

헌재의 탄핵심판 이전 탄핵에 대한 여론조사를 부정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백씨는 “탄핵 찬성 여론이 80%이고 반대가 20%라고 하는데 그렇지 않을 거다. 여론 조사하면 50대 50이라는 말도 있다. 숨겨진 보수들이 응답하지 않는 경우도 있으니까”라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을 탄핵한 이 나라가 싫다. 이민 가고 싶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은희씨는 “박 전 대통령을 탄핵한 이 나라가 싫다고 이민 가고 싶다는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김씨는 “실제로 주변에 동남아로 살 곳을 알아보러 간 사람도 있다. 외국에 나가서 살아도 한국이 강건하게 잘 돼야 어깨 펴고 살 수 있는데 나가봤자 부끄러워서 살겠나”라고 덧붙였다. 김씨는 “이승만은 자유민주주의를 실현한 대통령이고 한국적 민주주의를 실현해서 우리나라를 부강하게 만들었다. 박정희 대통령 기념관에도 꼭 가보라”고 권하기도 했다.

젊은 세대에 대한 반감도 드러났다. 한지선(가명·60대)씨는 “우리 세대는 인터넷을 할 줄 모른다. 우리는 펜으로만 글씨를 쓰지 인터넷을 못하는 게 한”이라고 했다. 한씨는 “무슨 일 터지면 젊은것들은 자기들 생각을 인터넷에 올려 1천명, 2천명 퍼지게 하고 그러는데 우리는 그걸 못하니까 화가 난다”고 말했다. 백씨는 “아들하고 같이 사는데 박 전 대통령이 잘못했다며 탄핵을 반대하는 우리 생각이 틀렸다고 말한다”며 “젊은것들이 우리 생각을 무시한다”고 말했다. 자녀들에 대한 서운한 감정이 젊은 세대에 대한 서운한 감정으로 전이된 모습이었다. 한 70대 여성은 동행하는 여성에게 “애들 볼까 봐 선글라스를 써야 해. 혹시 사진 나올 수 있으니까”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겨레> 기자라고 밝히자 “쓰지 말라. 어떻게 다르게 나갈지 모른다”며 경계한 여성도 있었다. 하지만 “들어줘서 고맙다”고 말한 이들도 있었다.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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