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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역사 바꾼 광장의 150일 ‘촛불시민의 힘’ 확인했죠”

등록 2017-03-16 18:38수정 2017-03-16 21:07

[짬] 퇴진행동 집회기획팀장 윤희숙씨
윤희숙 퇴진행동 집회기획팀장.
윤희숙 퇴진행동 집회기획팀장.

“지난 몇 달 굉장히 긴장하며 살았나봐요. 헌재의 탄핵 결정이 나온 지난 10일 오후엔 갑자기 힘이 빠지고 몸살 기운까지 들더라고요.”

윤희숙(41) 전 한국청년연대 대표는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에서 집회기획팀장을 맡았다. 노동자연대 소속인 김광일씨와 공동팀장을 맡아 팀원 20여 명을 이끌었다. 매주 2~3차례 팀 회의를 통해 20회까지 이어진 광화문 주말 촛불집회 무대를 준비하고 꾸몄다. 최대 인파가 몰린 6차 촛불(12월3일)을 포함해 7차례는 직접 사회를 맡기도 했다. 주말 촛불은 지난 10일로 일단 마무리됐다. 그렇다고 촛불이 꺼진 것은 아니다. 퇴진행동은 오는 25일과 새달 15일 촛불집회를 열 예정이다. 윤 팀장을 16일 광화문 인근 카페에서 만났다.

팀원 20명과 20회 촛불 본행사 꾸려
‘효순·미선’ 때부터 촛불광장 참여
2008년 광우병때 사회 맡아 구속도
“무대서 본 ‘일제소등’ 가장 감동적”

최근 7년간 한국청년연대 대표 활동
“탄핵 이룬 경험 청년들에게 전환점”

그는 촛불과 남다른 인연이 있다. 촛불의 효시격인 2002년 미선·효순양 추모 때 청년단체 회원 자격으로 참여했다. 2008년 광우병 촛불 땐 사회자로 나서 수십 만 군중을 이끌었다. 이때 구속의 시련도 겪었다. 그뒤 국정원 대선개입이나 국정교과서 반대 등의 이슈로 켜진 촛불 때도 어김없이 무대 위에 올랐다. 이번에 집회기획팀장이란 중책을 맡게 된 것도 이런 경력 덕분이었다. “한국진보연대 쪽에서 저를 추천했어요. 시민과 호흡을 같이해야 하는 촛불의 특성상 제가 적임자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2008년과 2016년 촛불의 차이는? “이번엔 상당히 준비된 촛불 시민이란 생각이 들었죠. 2008년엔 시민들이 무대를 거부했어요. 노래나 구호를 외칠 때도 생각이 서로 달랐어요. 사회자로서 마이크를 잡는 데도 위험 부담이 있었어요. 하지만 이번엔 ‘우리는 준비 됐으니 구호를 외쳐라’ 그런 분위기였어요.” 얘기가 이어졌다. “자유발언 때 특정 단체 쪽 인사가 시민 생각과 크게 관련없는 발언을 하면 사회자로서 마음이 급해집니다. 몇 시간 불편을 참고 광장 바닥에 앉아있는 시민들 반응이 난감해서죠. 그런데 시민들은 정작 크게 문제삼지 않았어요. 시민들이 자기 집회를 지키겠다는 생각에 아량을 보인 것이죠.”

이번 촛불은 시위이면서 축제의 성격도 강했다. 그는 가장 인상적인 장면으로 ‘소등 퍼포먼스’를 떠올렸다. “1987년 6월 항쟁 때 경적 시위의 기억을 갖고 있는 분들이 소등을 제안했죠. 일순간에 암흑이 된 뒤 다시 불을 밝히면서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는 노래가 울려 퍼질 때 감동했어요. 무대 위에서 이 순간을 볼 수 있다는 건 큰 행운이었죠.”

‘자유발언’은 그가 적극 밀었다. “술 취한 사람들이 올라와 이상한 소리를 하면 어떻게 하느냐는 반론이 있었어요. 저는 ‘촛불 시민의 힘을 믿어보자’고 했죠. 압도적으로 많은 군중이 나오면 결국 올바른 방향으로 가게 되거든요.” 최순실의 특검 소환 때 “염병하네”로 화제를 모은 청소노동자의 등장도 그가 제안해 성사됐다.

이번 촛불은 많을 땐 스크린이 15개나 설치됐다. “무대팀에서 그러더군요. 음향 설치를 위해 수도권에서 구할 수 있는 장비는 다 동원했다고요. 여러 업체가 자부심을 가지고 참여했죠.” 촛불의 진화엔 기술도 한 몫 했다. ‘노 사드’라고 쓰인 레이저빔이 주한 미 대사관 외벽에 나타날 때 시민들은 탄성을 질렀다. “레이저빔은 지난해 최저임금 문제로 연 세종시 촛불 때 사용한 적이 있었죠. 엘이디 촛불은 이번이 처음이에요. 빨간색 얇은 한지로 촛불을 감싸는 ‘레드카드 퍼포먼스’는 최근 루마니아의 색종이 시위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죠.”

물론 집회 진행을 둘러싼 의견 차이도 있었다고 했다. “정치인과 공직자에게 발언 기회를 줄 것인지, 누가 사회를 볼 것인지, 공연과 발언의 비중까지 생각차가 있었죠. 팀에서 의견이 엇갈리면 공동상황실장단에서 조정했어요.”

탄핵 촛불 5개월은 그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정권 퇴진 구호를 많이 외쳤는데, 실제로 퇴진시켰어요. 신기했어요. 정말 내가 역사의 한복판에 있었구나, 이게 국민의 힘이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죠. 흔들리지 않는 국민의 힘이 우리 역사를 바꾼다는 믿음을 얻었어요.”

그는 대규모 촛불의 전조가 있었다고 했다. “재작년 민중총궐기 대회가 행사 직전 포털 사이트 실검에 올랐어요. 그해 10월 국정교과서 규탄 농성 때 정부 청사 앞에서 청년 학생들 70여명이 밤을 새며 농성을 했어요. 거리의 시민 반응도 뜨거웠죠. 달라지고 있다는 걸 느꼈어요.”

그는 경기대 문헌정보학과를 졸업한 뒤 바로 청년운동에 뛰어들었다. ‘안양 일하는 청년회’에서 활동하던 시절엔 ‘몰래 산타’를 처음 제안했다. 청년들이 산타 복장을 하고 소외 가정을 찾아 선물을 주는 이 행사는 이후 여러 단체로 퍼져갔다. 2010년부터 지난 2월까지 한국청년연대 대표로 일했다.

민중연합당 당원이기도 하다. 진보정당의 성공을 열망한다. “당장 진보정당 대통령이 나서지 않으면 모든 것이 의미없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진보정치가 발전하려면 기본적인 민주 제도가 안착되어야 합니다. 우선 정권교체의 의미가 크지요.”

탄핵 촛불의 경험이 청년들에게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최근 몇 년 동안 청년들 사이에 그들이 힘든 게 자기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문제라는 생각이 확산되고 있어요. 대통령도 바꾼 이번 촛불이 청년들에게 소중한 경험이 될 겁니다. 스스로 힘을 키워야 한다는 생각이 더 힘을 얻겠죠.”

글·사진 강성만 선임기자 sung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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