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겪는 가족 위기 “실직·빈곤 등 경제문제가 가장 힘들어”

보건사회연구원, 1500여명 전화조사 결과
46% “가족위기 경험…경제위기가 가장 힘들어”
가정폭력 등 관계위기, 돌봄·부양 위기도 많아
위기 발생 원인도 47.5%가 “경제적 어려움 때문”
위기 경험 기간 평균 6년 장기화 경향

오늘날 많은 가정은 가장의 실직과 빈곤, 이혼과 별거, 재난과 가족 구성원의 자살 등 다양한 삶의 위협에 직면한다. 이런 위협은 때로는 가족을 무력한 상태로 빠뜨려 일상적 기능을 마비시키는 이른바 ‘가족위기’를 불러온다.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겪는 가족위기는 무엇일까?

19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이 펴낸 보고서 ‘사회환경 다변화에 따른 가족위기 진단과 대응전략’을 보면, 이 연구원은 지난해 7월 20~64살 일반 국민 1500명에게 가족위기를 알아보는 전화조사를 벌였다. 보사연은 사전에 응답자들에게 ‘가족위기’란, △경제적 위기(부도, 실직, 가구파산, 하우스푸어 등) △가족관계 위기(가정폭력, 이혼과 별거 등 가족해체 등) △자녀돌봄 및 부모부양 위기(미성년 자녀돌봄 공백, 노인부양 공백 등) △자살 위기(자살과 자살시도) △재난 위기(화재와 폭발사고 등에 따른 피해) 등 다섯 가지 위기 중 어느 하나라도 포함된 경우라고 알려주었다.

조사 결과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족위기를 경험한 적이 있느냐”는 물음에 응답자의 절반에 가까운 46.1%가 “있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어떤 위기가 가장 힘들었느냐고 묻자 절반에 이르는 51. 5%가 “경제적 위기”라고 답했다. 경제적 위기는 두 번째로 많이 답한 가족관계 위기(22.4%)보다 두배가량 더 많았다. 자녀돌봄과 노부모 부양 위기로 가족위기를 겪었다는 답도 20.5%에 이르렀다. 미미하지만 재난(1.9%)이나 가족원의 자살위기(1.8%)를 겪었다는 응답도 있었다.

이러한 가족위기가 무엇 때문에 발생했냐는 물음(중복응답)에는 가장 많은 이들이 역시 경제적 어려움(47.5%)이라고 답했다. 자녀양육과 부모부양(31.7%), 실직과 취업문제(24.3%), 가계부채(21.7%), 질병(18%), 가계파산과 부도(17.7%) 등이 뒤를 이었다. 이들 위기를 얼마간 겪었느냐는 물음에는 평균 6년으로 답해 많은 가정이 위기를 장기적으로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기를 경험한 가족들은 가족관계 소원, 신체 및 정신건강 악화, 생활제약과 중독 등 부정적 변화를 심각하게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책임자인 김유경 연구위원은 “이들 위기를 해결하는 방법도 가족 및 개인적으로 해결하는 경향이 높았고, 전문기관 도움 등 사회적 차원에서 해결하려는 의지는 소극적으로 나타났다”며 “가족위기 유형별 특성에 맞추어 공적지원이 적절히 투입될 수 있는 위기대응전략이 체계적으로 마련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곤 선임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