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광주 광남중학교에 재학 중인 전종호군이 운영하는 ‘종호의 근혜세계’ 유튜브 페이지 화면갈무리
“정치도 못 하는데, 연설도 못 하네. 순실 바라보며 네네네~.”(종호의 근혜세계 유튜브 페이지 <박근혜 전 대통령이 부르는 트와이스 티티(TT)> 중에서)
경기도 광주시 광남중학교에 재학 중인 전종호(15)군은 자신을 “중학교 3학년 성대모사 크리에이터”라고 소개한다. 전군은 일주일에 3편씩 정치·사회 이슈를 담은 영상을 기획하고 제작해 직접 운영 중인 ‘종호의 근혜세계’, ‘먹방세계’ 등의 유튜브 페이지에 올리는 ‘유튜버’(유튜브에 동영상을 게재하는 사람)다. 영상이 업로드되면, 댓글 수백개가 달린다. 지난해 5월 개설한 전군의 유튜브 페이지 구독자 수는 2만700여명, 페이스북 구독자도 2만6000여명쯤 된다.
전군이 크리에이터가 된 건, 친구들에게 정치·사회 문제를 쉽게 알려주고 싶어서였다. 전군은 자신만의 개성을 살린 영상을 제작하기 위해 박 전 대통령과 배우 김수미씨의 성대모사를 한다.
누리꾼들 사이에서 전군의 영상이 화제가 되자, 한 온라인매체는 지난해 9월께 전군에게 전속 계약을 제안했다. 덕분에 제작비도 마련했다. 제작 기간이 짧은 일반 영상은 3만원, 한 달 이상 품을 들이는 광고 기획 영상을 제작하면 약 50만원 정도의 이익을 얻는다. 전군은 “청소년들은 유튜브 페이스북을 통해 문화를 접한다. 페이스북 스타가 연예인보다 인기가 더 많다고 할 정도”라며 “청소년들이 마땅히 놀 것도, 갈 곳도 없고 능력을 펼칠 곳도 없기 때문에 유튜브를 보고 스스로 영상을 제작하는 시대가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청소년들에게 ‘유튜버’가 선망받는 직업이 되면서 1990년대 후반부터 2012년 사이에 성장기를 보낸 ‘1429세대’(14세~29세)를 일컫는 모바일 네이티브 세대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연예인 못지않은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고등학교 3학년인 차영주양이 운영하는 ‘예쁨과 못남이 함께한 21세기 신개념 유튜버’ 유튜브 페이지 화면갈무리
고등학교 3학년 차영주(18)양도 지난해 2월부터 ‘뷰티 크리에이터’로 활동 중이다. ‘예쁨과 못남이 함께한 21세기 신개념 유튜버’ 채널을 운영하는 차양은 자신이 개발한 화장법을 선보인다. 차양은 “중학교 때 화장하는 걸 좋아해 다른 사람한테 보여줘야겠다는 마음이 강해 유튜브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면서 “뷰티와 유머를 섞어서 개성 있는 영상을 만들어내는 게 목표이자 콘셉트”라고 밝혔다. 영상제작법을 독학한 차양은 한 영상제작업체에 발탁돼 계약을 맺었고, 일정 정도 이익을 얻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얼굴을 알리는 중·고등학생이 늘어나면서 ‘인플루언서’(영향력있는 개인)을 활용한 마케팅도 활발하다. 소셜 크리에이터 네트워크 기업 중 하나인 비디오빌리지 관계자는 “중·고등학생의 유튜버 활동이 활발해 인기 있는 유튜버를 영입해서 관리하는 업체들이 늘어나는 추세”라면서 “진입 장벽이 높지 않다 보니 학생들이 쉽게 유튜버로 진출하는 시대다. 수익은 활동분야에 따라 천차만별”이라고 밝혔다. ‘인기 유튜버 되기’나 ‘영상 콘텐츠 제작·운영’ 등 노하우를 공개하는 교육도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난 1월, 10대 청소년의 미디어 이용 행태를 담은 ‘2016, 10대 청소년 미디어 이용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청소년들은 텔레비전(82.6%)보다 모바일(91.7%)을 이용해 미디어 콘텐츠를 접하고 있었다. 특히 응답자 중 26.7%는 유튜브·아프리카 티브이(TV) 등 1인 방송 미디어를 이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박수진 기자 jjinpd@hani.co.kr 사진 유튜브 화면 갈무리
전종호군이 기획·제작한 박근혜 대통령이 부르는 가수 트와이스의 티티(T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