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11일 오후께, 서울대 직원들이 소화전을 이용해 학생들을 향해 물을 뿌리고 있다. 서울대 본부점거본부 제공
이준호 서울대학교 학생처장이 ‘시흥캠퍼스 설립 갈등’으로 촉발된 서울대 본부(행정관) 점거 농성 강제 퇴거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20일 사임서를 제출했다.
이 학생처장은 20일 오후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최근 몇 년 동안 서울대 안에서 극한 대립이 없었는데, 11일 행정관 이사 과정에서 본부와 학생 사이에서 소통의 역할을 제대로 못했다”면서 “(서울대 본부 점거 농성 강제 퇴거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게 맞는 것 같다. 지금은 상처받은 학생들을 위로해 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사임 이유를 밝혔다.
이 학생처장은 이날 오후, 서울대 구성원들에게 ‘학생처장 직을 내려놓으며 호소합니다’라는 제목의 호소문을 보냈다.
이 학생처장은 호소문에서 “지난 3월11일 대학에서 일어나서는 안 되는 대학 구성원 간의 극심한 대립 사태를 촉발하게 된 소통 실패 책임과, 당일 현장 소통책임자로서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을 지기 위해 학생처장 직을 내려 놓고자 한다”며 운을 뗐다. 이어 “구성원 사이의 충돌을 막지 못해 학생들의 마음에 대못을 박았고, 교직원 선생님들의 자긍심을 지켜 드리지 못했다”면서 “이로 인해 상처 받은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고 밝혔다.
3월16일 오후 2시께, 서울대학교 총학생회와 본부점거본부 학생들이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행정관 앞에서 ‘서울대 본부점거본부 성낙인 총장 퇴진 연서명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박수진 기자
이 학생처장은 ‘학생 처장’직을 내려놓으면서 학생과 대학 본부에 4가지 당부 메시지를 남겼다.
그는 호소문에서 “대학본부는 소통 부족과 이번의 불행한 사태 전반에 대해 책임감을 가지고 재발 방지 약속을 해야 한다. 결자해지의 자세로 신뢰회복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학생들과 교직원 선생님들도 위로 받아야 한다”며 “서로의 비난을 끝내고 사과와 위로를 나누기를 원한다. 비방과 대결의 비극적 확대재생산을 멈추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시흥캠퍼스로 촉발된 이 사태의 근본적 해결책은 신뢰회복을 위한 진심어린 노력과 의사결정 과정에의 학생참여 확장이라는 제도적 개혁”이라며 “신뢰회복과 제도개선이 보장된다면 시흥캠퍼스 문제도 더불어 해결될 것”이라고 밝혔다.
끝으로 “1월26일 (성낙인 서울대 총장이 제안한) ‘대타협안’은 전례 없는 학생참정권 보장안을 담고 있다”며 “대학본부는 대타협안이 여전히 유효한 제안임을 천명하고, 이보다 더 진전된 안이라도 대화를 통해 합의하겠다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11일, 서울대 시흥캠퍼스 조성 사업 철회를 주장하는 학생들의 본관(행정관) 점거 농성이 학교 쪽과 물리적 충돌 끝에 153일 만에 종료됐다. 같은 날 오전 7시께부터 학교쪽 직원 400여명이 본관으로 진입해 점거 농성중이던 학생 50여명을 끌어냈다. 이 충돌 과정에서 직원들과 대치를 벌이던 학생들이 부상을 입었다. 학생들은 이날 오후 본관 1층 학사과 문으로 재진입을 시도했다. 학생들은 소화기를 분사하며 진입하려 했고, 직원들은 이에 맞서 소화전을 이용해 진입하는 학생들을 향해 물을 분사했다. 대치 상황은 학생들이 오후 6시께 기자회견을 통해 자진해산을 발표하면서 마무리됐다.
학생들은 지난해 10월10일부터 시흥캠퍼스 설립을 반대하며 농성을 벌였다. 학교 쪽은 세계화와 4차 산업혁명 등에 대비하려면 시흥신도시에 국제캠퍼스와 산학연구단지 조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학생들은 학교가 시흥시 등과 실시협약을 체결하면서 학생들과 소통하지 않았고, 기업 지원을 받아 캠퍼스를 조성하는 것이 대학의 공공성을 훼손한다고 주장했다.
박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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