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일 오전 두산그룹 비리 의혹 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가 있던 시각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두산중공업 해고노동자인 전대동씨가 박용성 회장의 구속수사를 촉구하는 나홀로 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현장]청와대앞 1인시위 전대동씨의 한숨
“회장이 회삿돈 빼나는 동안 2500명 직원들이 쫓겨났소
어떤이는 목숨까지 끊었고… 어디서 희망을 찾아야 할지”
어떤이는 목숨까지 끊었고… 어디서 희망을 찾아야 할지”
‘노무현 대통령님, 두산 박용성 구속 못 하는 이유가 뭐요?’
10일 오후 청와대 앞에서 1인시위를 벌인 전대동(43)씨가 든 손팻말에 쓰여 있는 내용이다.
두산중공업 해고 노동자인 그는 검찰의 두산그룹 비자금 수사결과 발표에 대해 “그럴 줄 알았다”면서도 실망의 빛을 감추지 못했다.
“서너 달 전 1인시위를 준비하면서 피켓에 박용성 회장의 사진을 넣고 ‘검찰! 너희가 나를 구속시킬 수 있어?’라는 문구를 적어넣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그 문구가 이렇게 현실이 될 줄이야….”
그는 “요즘 텔레비전에서 노 대통령이 나와 ‘그래도 대한민국엔 아직 희망이 있습니다’라고 하던데, 나는 어디에서 희망을 찾아야 할지 모르겠다”며 “이제 권력은 재벌과 시장으로 넘어갔다던 그의 말이 현실화한 것 같다”고 말했다.
평범한 공장 노동자였던 전씨가 길거리로 나서게 된 계기는 2000년 12월12일 두산그룹의 한국중공업 인수. 인수와 함께 희망퇴직이라는 이름으로 1천여명의 동료들이 직장을 떠났다. 그 뒤로도 강압적인 노사관계 속에서 구조조정은 계속됐고, 업무효율이라는 이름 아래 업무량이 배가됐다. 결국 금속노조 두산중공업지회 부회장이었던 그는 2002년 파업을 이끌었고, 17명의 동료와 함께 해고됐다. 이 파업의 여파로 노동조합과 전임자들 급여에 100억원대 가압류가 들어왔고, 이를 견디지 못하던 ‘늙은 노동자’ 배달호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박용성 회장이 회삿돈을 빼내 열심히 비자금을 조성하는 동안 두산중공업으로 이름을 바꾼 한국중공업 노동자들은 말도 못할 고생을 겪어야 했습니다. 몇 년 사이 2500여명 가량의 직원들이 회사를 떠났습니다. 회사 분위기도 바뀌었습니다. 배 열사가 남긴 유서의 첫머리가 ‘출근을 해도 재미가 없다’였습니다. 민영화된 뒤로는 따뜻한 동료애가 사라졌고,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는 분위기만이 남았습니다. 이게 바로 두산 일가가 한국중공업을 접수한 뒤 만들어낸 풍토입니다.”
배씨 자살 뒤 두산중공업 경영진은 빗발치는 여론의 포화 속에 일부 해고자들을 복직시켰다. 또 지방·중앙노동위원회 등을 거치며 해고됐던 동료들이 여럿 복직됐다. 하지만 그는 김창근 전 금속노조 위원장, 강웅표 노조 지회장 직무대행, 김춘백 전 금속노조 경남지부 지부장과 함께 ‘주범’으로 꼽혀 아직도 거리를 떠돌고 있다. 그나마 노조원들의 도움으로 최소한의 생계는 유지하고 있지만, 지난달부터는 회사에서 정문 출입을 막아 노조 출근도 불가능하게 됐다.
그는 결국 나머지 3명 해고자들과 함께 회사 정문 앞에서 복직시위를 시작했다. 4명 가운데 1명이 교대로 1주일씩 서울로 올라와 검찰청 앞에서 두산그룹 사주 일가에 대한 ‘법대로 수사’를 촉구하는 1인시위를 하고 있다. 그는 “한달 전부터는 오전에는 검찰청 앞에서 1인시위를 진행하고 오후에는 청와대로 옮겨온다”며 “복직을 위해 민사소송을 내는 것도 생각해 봤지만, 노사 합의를 통해 복직되는 날까지 1인시위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 양보하더라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라는 이유로 불구속시켰다니, 국제 체육계에 나라 망신을 시켰으니 더 크게 벌줘야 되는 것 아닌가요?”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그는 결국 나머지 3명 해고자들과 함께 회사 정문 앞에서 복직시위를 시작했다. 4명 가운데 1명이 교대로 1주일씩 서울로 올라와 검찰청 앞에서 두산그룹 사주 일가에 대한 ‘법대로 수사’를 촉구하는 1인시위를 하고 있다. 그는 “한달 전부터는 오전에는 검찰청 앞에서 1인시위를 진행하고 오후에는 청와대로 옮겨온다”며 “복직을 위해 민사소송을 내는 것도 생각해 봤지만, 노사 합의를 통해 복직되는 날까지 1인시위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 양보하더라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라는 이유로 불구속시켰다니, 국제 체육계에 나라 망신을 시켰으니 더 크게 벌줘야 되는 것 아닌가요?”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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