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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아이 입양 때 친부모 유전자 검사 받도록 했으면”

등록 2017-04-03 19:57수정 2017-04-03 21:58

【짬】 혼혈입양인 단체 ‘325캄라’ 벨라 달튼 데이터국장

생모 쪽 가족을 찾기 위해 51년만에 한국을 찾은 혼혈입양인 벨라 달튼. 그가 입은 상의에 ‘다시 돌아온 어머니의 나라, 한국’이란 글귀가 선명하다.
생모 쪽 가족을 찾기 위해 51년만에 한국을 찾은 혼혈입양인 벨라 달튼. 그가 입은 상의에 ‘다시 돌아온 어머니의 나라, 한국’이란 글귀가 선명하다.

1966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북부 내파 지역의 한 가정에 입양된 이래 51년 만의 한국 방문이다. 지난 1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1층 커피숍에서 만난 벨라 달튼(56)의 안색은 창백했다. 그는 신장이 좋지 않아 2년 안에 이식 수술을 받아야 한다. 백혈병 진단을 받아 항암 화학요법 치료도 받고 있다. 7년 전 유전자(DNA) 검사 방법으로 미국에서 친부를 찾았으나 이미 돌아가신 뒤였다. 이번 한국 여행에서 생모를 찾고 싶다고 했다. “16박17일 일정인 이번 한국 여행이 많이 힘들어 이를 악물고 참고 있어요. 하지만 괴롭지는 않아요. 이 방문이 그만큼 저에게 소중해서죠.”

그는 혼혈입양인이다. 1961년 경기 동두천에서 한국인 어머니와 미군 아버지 사이에 태어났다. 당시 이름은 이지순이었다. “양부모님은 아주 좋은 분이셨어요. 어머니는 석사 학위를 가진 영어 교사였고, 아버지는 셸 석유회사의 연구원이셨죠. 제가 한국에 대한 기억을 잊지 않도록 가끔 김치도 접하게 해주셨고 ‘아리랑’ 음악도 틀어주셨어요.” 그는 얼마 전 30살쯤 되는 혼혈입양인을 만났는데 마음이 아팠다고 했다. “서른살이 될 때까지 미국에서 김치를 한번도 먹어본 적이 없다고 하더군요. (그 말을 듣고) 제 마음이 무너졌어요.”

한국 어머니·미군 아버지 사이 ‘혼혈’
5살 때 캘리포니아 중산층 가정 입양
신장이식·백혈병 투병…생모 찾아 방문
“디엔에이 검사로 친부 찾았으나 작고”

2년 전 혼혈입양인 단체 ‘325…’ 결성
“어머니들 유전자 검사 호응 기대”

그는 2년 전 미국의 한국계 혼혈 입양인 중심으로 설립된 비영리단체 ‘325 캄라(KAMRA)’의 데이터국장을 맡고 있다. 디엔에이 검사를 통해 한국 어머니 등 헤어진 가족을 찾아주는 걸 목표로 한다. 그동안 3명의 한국인 친모와 28명의 미국인 친부를 찾아냈다. 캄라 회원들은 지난해 400개의 디엔에이 키트를 가지고 한국을 찾아와 한국인 어머니 125명을 대상으로 검사를 하기도 했다.

‘캄라’는 미국에 사는 한국계 혼혈입양인 협회의 영문 약자다. 325는 이 단체 설립을 결의한 회의가 열린 버클리시의 섀턱 호텔 방 호수를 가리킨다. 벨라는 당시를 떠올렸다. “2015년 9월 열린 콘퍼런스에서 제가 디엔에이 검사로 아버지를 찾은 이야기를 발표했어요. 그랬더니 참석자들이 어머니도 그런 방식으로 찾으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죠.” 325 캄라의 출발 중심에 그가 있었던 것이다. 지금 캄라의 정회원은 100여명이다.

그가 생물학적 부모 찾기에 나선 것은 처음엔 건강 때문이었다. “신장 질환을 앓으면서 가족 중에 누가 저와 비슷한 병력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했어요. 생부 쪽에선 저와 같은 질환을 가진 이들이 없더군요.” 그는 “생모 쪽에 저와 비슷한 질환을 가진 가족이 있을 것 같다”며 “(생모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했다면 지금 이 세상 분이 아닐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신장 이식 수술로 신장 상태가 안정되면 골수 이식을 받아 백혈병 치료를 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와 골수가 맞는 생모 쪽 가족 누군가가 이식을 해준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생모를 찾으려는 이유가 건강 때문만은 아니라고 했다. “내가 누군지, 내 존재가 어디서 왔는지 알고 싶어요. 생모 쪽 가족 그 누구에게도 나의 치료를 도와달라고 부탁할 처지가 아닙니다. 그냥 얼굴 한번 보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다만 가족 중 누군가 도움을 주겠다고 나선다면 감사하겠죠.”

그는 전문대 졸업 뒤 해안경비대 5년 복무를 거쳐, 호텔 매니저로 14년 동안 일했다. 지금 일하는 국제택배회사엔 16년째 다니고 있다. 세명의 자녀를 뒀고 손주도 곧 태어날 아이를 포함해 다섯이다. 그의 자녀 한명도 엄마와 비슷한 질환을 겪고 있다. 자녀들은 엄마의 뿌리 찾기에 어떤 생각을 할까? “(자녀들은) 다 성장해 독립했죠. 아이들은 나를 키워준 양부모를 할머니, 할아버지라고 생각합니다. 엄마에게 뭔가 빼앗긴 게 있다는 것, 그 공허함을 잘 이해 못하죠. 남편과는 이런 문제를 두고 대화를 많이 하는 편입니다.”

디엔에이 검사를 통한 가족 찾기가 성과를 내려면 한국 어머니들이 검사에 적극 응해야 한다. “홀트와 같은 입양기관에 홍보 포스터를 붙였죠. 노인복지회관 같은 곳에서 디엔에이 검사를 하려고 했지만 거절당하기도 했어요. 디엔에이 검사가 예민한 문제라 강요할 수는 없어요. (검사 유도를 위해) 언론 광고를 내볼까 생각하고 있지요.”

지금이라도 부모가 아이를 위탁기관에 맡길 때 유전자 검사를 받도록 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름과 같은 아이 정보는 틀릴 수 있어요. 디엔에이 정보가 가장 확실하죠. 가족 찾기 외엔 유전자 정보를 쓰지 않겠다는 약속도 해야겠지요.”

한국은 1980년대만 6만명 이상의 아이들을 해외로 입양 보냈다. 지금은 수가 크게 줄었지만 그래도 끊이지 않는다. 재작년 374명이 해외 입양됐고 이 가운데 74%가 미국으로 갔다. “한국은 발전한 나라입니다. 싱글맘이 아이들을 스스로 키울 수 있도록 시스템을 잘 갖추면 좋겠어요. 그렇게 되면 해외 입양 대신 한국에서 자라 한국 사회에 긍정적 기여를 할 수 있겠죠.”

그는 자신과 뒷세대 입양인들 사이엔 입양에 대한 인식 차가 있다고 했다. “(우리 세대는) 입양을 현실로 받아들였지만 젊은 세대는 그렇지 않아요. 그들은 의문을 제기합니다. 우리 때는 반은 미국인인 혼혈입양아가 많았지만, 지금은 100% 한국 아이들입니다. 백인 가정에서 더 고립감을 느끼죠.”

글·사진 강성만 선임기자 sung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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