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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최악 열정페이’ 월급 35만원 수습 변호사들

등록 2017-04-05 20:16수정 2017-04-05 20:16

법률구조공단 최근 모집 공고
시급 6470원에도 한참 못미쳐
공단쪽 “오해…교육생 뽑은것”
서울 변호사 11%는 “연수때 무급”
지난 2012년 로스쿨 졸업예정자들을 대상으로 제1회 변호사시험이 실시된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에서 수험생들이 1교시 공법 시험을 마친 뒤 수험장 로비에서 점심을 먹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지난 2012년 로스쿨 졸업예정자들을 대상으로 제1회 변호사시험이 실시된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에서 수험생들이 1교시 공법 시험을 마친 뒤 수험장 로비에서 점심을 먹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나는 ‘열정페이 로변’이었다.”

지난 2015년 서울 강남의 한 소규모 법무법인에서 ‘실무 수습’을 했던 ㄱ씨는 자신을 이렇게 소개했다.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출신인 그는 당시 재판에 필요한 판례를 정리하거나 법률 근거를 찾는 일을 했다. 주당 평균 50시간 넘게 일했고, 월 160만원 정도 받았다. ㄱ씨는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러나 수습을 반드시 마쳐야 한다는 점 때문에 아무 말도 못하고 속앓이만 했다”고 말했다.

ㄱ씨의 사정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로스쿨을 졸업하고 변호사 시험을 통과한 ‘예비 변호사’들이 필수로 거쳐야 하는 ‘실무 수습 변호사’ 제도의 ‘열정페이’ 행태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지난달 20일 법무부 산하 공공기관인 대한법률구조공단은 실무 수습 변호사를 모집하면서 월 35만원을 지급한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법률구조공단은 별도 보수는 지급하지 않으며 교통비·식비 등으로 월 35만원을 지급한다는 ‘근로 조건’을 공고했다. 법정 최저임금(시급 6470원)에도 한참 못 미친다. 누리꾼들은 “법조인 단체가 법을 안 지키다니…”(wanp*****) “최근에 본 열정페이 사례 중 가장 최악”(qwer*****) 등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실무 수습 변호사’ 제도는 2009년 도입된 로스쿨을 졸업한 뒤 변호사 시험에 합격한 이들이 공공기관이나 로펌 등에서 6개월 연수를 받도록 한 것이다. 변호사법(21조2)은 변호사가 단독으로 법률사무소를 개설하거나 법무법인 구성원이 되기 위해서는 국가가 지정한 법률사무종사기관에서 6개월 이상 근무한 경력이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률구조공단도 지정 기관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일부 기관이 ‘필수 연수’라는 점을 빌미로 예비 변호사들에게 부당한 근로 조건을 제시하고 있어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실시한 ‘6개월 법정 실무수습 기간 문제점에 대한 실태조사’를 보면, “연수 기간 급여를 못 받았다”는 이가 전체 응답자 597명 가운데 11.2%(67명)이었다. 로스쿨 재학생·졸업생들은 인터넷 커뮤니티 ‘로이너스’ 등을 통해 부당한 근로 조건에 대해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이런 문제는 실무 수습 변호사들이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는 ‘근로자’로 분류되지 않는 것에서 비롯됐다. 변호사법에는 이들을 근로자로 선발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다. 각 기관이 이들에게 보수를 지급할지도 규정이 없다. 당연히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아도 된다. 일반 기업이 인턴 등 수습사원을 채용할 때는 고용노동부가 제시하는 근로조건 기준(최저임금법)을 따라야 한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로스쿨을 갓 졸업한 예비 변호사들을 ‘인턴 변호사’로 채용하고 있으나, 대한변호사협회와 법률구조공단 등 일부 기관은 이들은 근로자로 채용하지 않고 ‘교육생’ 등의 신분으로 뽑아 법적 보호망에서 사실상 제외시키는 셈이다.

공익법무관 ㄴ씨는 “실무 수습 변호사들이 공공기관에 교육생 신분으로 뽑혔다고 하더라도 공통적으로 서면작성에서부터 사이버 상담 등 실제 ‘업무’를 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강정규 변호사는 “로스쿨을 졸업하고 변호사 시험을 통과한 이들은 법 행위 자격을 갖춘 변호사다. 교육 목적으로 선발했다고 하더라도 ‘실무 수습’이라는 특성상 근로 환경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표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시정해야 하고, 앞서 실무 수습 과정에서 배우는 것들을 로스쿨 교육 과정에서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로스쿨 출신 변호사 단체인 한국법조인협회 쪽은 “약자의 위치에 있는 이들을 대상으로 한 부당한 조건의 고용 형태”라고 반발하며 법률구조공단에 ‘유사 근로를 하는 만큼 근로기준을 적용시킬 것’ ‘근로 조건에 걸맞는 대우를 할 것’ 등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법률구조공단 쪽은 “근로자를 채용한 게 아니라, 교육생을 선발한 것이다. 열정페이 논란은 오해”라고 해명했다.

유덕관 기자 yd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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