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고위관리회의를 시작으로 공식 개막하는 2005 부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아펙) 정상회의에 앞서 11일 부산 해운대구 파라다이스호텔에서 한겨레통일문화재단과 부산광역시, 부산광복60년기념사업추진위원회 주최로 ‘아펙 2005 국제심포지엄 아시아의 새 질서와 연대의 모색’ 행사가 열렸다. 이날 오전과 오후에 걸쳐 각각 ‘동아시아의 평화를 위한 새로운 질서의 모색’과 ‘동북아 협력에 대한 한미일중의 입장’이란 주제로 두차례 토론회가 열렸다. 오후 행사에서 폴 브라켄 미국 예일대 정치학부 교수(맨왼쪽)가 ‘동북아의 전략적 균형’을 주제로 발제하고 있다. 부산/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한겨레 공동주최 국제학술회의…군사력 대신 ‘연성 균형’역할 주문
아시아의 새로운 질서와 동북아의 협력을 위해선 과거의 낡은 세력균형 대신 ‘연성 균형’이 필요하다. 11일 한겨레통일문화재단과 부산광역시가 함께 주최한 ‘아시아의 새질서와 연대의 모색’이란 주제의 국제학술회의 첫날 행사에 참석한 한국과 미국·중국·일본, 아세안 등 10여 나라 학자와 전문가들은 “군사력 위주의 하드파워에 입각한 패권적 대결의 긴장을 초래할 수 있는 전통적 세력균형(밸런스 오브 파워)과 달리 외교적 노력과 국제협력을 통한 새로운 지역질서를 만드는 연성균형자 구실을 한국이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전문가들이 밝힌 ‘연성 균형’(소프트 밸런스)은 참여정부의 동북아 균형자론과 일맥상통하는 측면이 있어 주목된다. 이날 ‘동북아 협력의 가능성’이라는 두번째 세션 사회를 맡은 문정인 연세대 교수(정외과)는 “연성 균형에서의 ‘ 균형’은 힘(군사력 등)만 갖고 하는 게 아니라 (지역적 협력의) 질서와 제도를 만드는 과정이나 화합과 공존의 관계를 만드는 외교력, 협상력과 경제협력 등의 다양한 소프트 파워에 의해 가능하다”고 말했다. 폴 브래큰 미국 예일대 교수(정치학)는 ‘동북아의 전략적 균형’이란 주제발표에서 “미국의 맹방인 한국은 미국에 쓸모있는 비판자일 수 있다”며 “독특한 지정학적 위치를 점하고 있는 한국의 안정자로서의 역할은 상대적으로 반대를 촉발시키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희망적이고 평가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예즈청 중국 베이징대 교수는 “동북아 세력균형은 중국의 ‘화평굴기’에 맞서는 미국의 전략일 가능성이 있다”며 전통적 의미의 세력균형에 대한 중국의 반대 견해와 함께 한국의 새로운 접근에 대한 지지를 비쳤다. 그는 “지정학적으로 동북아의 중심 위치에 있는 한국이 동북아 지역평화를 위해 많은 역할을 할 수 있지만 아직까지는 제한적이었다”며 “다른 나라들과 협력하는 다자협력 속에 한국이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건영 가톨릭대 교수는 ‘중국과 미국의 전략적 경쟁 및 한국의 전략적 결정’이란 발제에서 “동북아 ‘동맹 정치’는 다자간 안보협력으로 변화해야 하며, 한국은 다자안보 체제 구축을 선도해 가야 한다”며 “한국이 전략적 경쟁관계인 미-중 사이 긴장완화 구실을 할 수 있고, 그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조연설에 나선 유명환 외교통상부 차관도 “동아시아가 직면한 여러 도전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양자적 메커니즘 이외에 역내 다자적 메커니즘이 절실하다”며 “한국 정부는 동북아 소지역 협력 추진을 위해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시아 공동체 구상을 추진 중이며, 6자 회담이 성공하면 좀더 큰 틀의 다자 안보틀 출범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류재훈 안수찬 기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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