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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한없이 맑아지는 쪽빛처럼 아이들이 살아 돌아오리라~”

등록 2017-04-14 09:23수정 2017-04-14 09:23

[짬] 세월호 추모곡 ‘쪽빛의 노래’ 작시 백기완 선생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이 지난해 4월13일 경기도 성남시청에서 열린 세월호 2주기 특별강연을 마친 뒤 416합창단과 함께 ‘님을 위한 행진곡’을 합창하고 있다.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이 지난해 4월13일 경기도 성남시청에서 열린 세월호 2주기 특별강연을 마친 뒤 416합창단과 함께 ‘님을 위한 행진곡’을 합창하고 있다.
‘이 캄캄한 밤바다에 처박혀졌지만/ 우리는 죽질 않았다구요/ 너무나 원통해 너무너무 원통해/ 원수를 갚기 전에 어찌 눈을 감겠어요/ 온몸의 눈물이 시퍼런 칼이 되어/ 살인마 그 끔찍한 사기꾼들을/ 악살 박살 갈기갈기 찢노라니/ 얼라쿵 캄캄한 바다가 티 하나 없이/ 해맑은 쪽빛이 되네요/ 어머니 아버지 벗이여, 한숨을 거두세요/ 우리 이 썩어문드러진 땅도 발칵 갈아엎구선/ 사람으로 살 수 있는 쪽빛세상 일구자구요/ 우리도 한번쯤 천지개벽의 우당탕 울음 같은/ 쪽빛의 노래, 넘쳐라 불러요 몰아쳐라 불러요/ 부를수록 맑아지는 쪽빛, 아~ 쪽빛의 노래여.’

세월호가 뭍으로 돌아오기까지 1090일, 눈물로 외침으로 온몸으로 세월호 가족들과 함께 해온 백기완선생의 시 ‘쪽빛의 노래’가 합창으로 3주기 추모 제단에 울려퍼진다. 오는 16일 오후 3시 경기도 안산 합동분향소에서 4·16가족협의회 주최로 열리는 ‘세월호 3주기 기억식’에서 이소선합창단이 부른다.

백 선생은 13일 전화 인터뷰에서 “3년 전 티브이(TV) 화면을 통해 구조 시도조차 하지 않는 세월호 침몰 현장을 지켜보면서 ‘사고’가 아니라 ‘학살’을 떠올렸다”며 “배가 돌아왔으니 이제부터 진실을 감춘 세력과 진짜 싸움을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3주기 앞두고 아이들 떠올리며 지어

이소선합창단 세번째 창작 추모곡으로

16일 안산 합동분향소 기억식에서 공연

“쪽빛은 모든 거짓·반생명 걸러낸 물빛

박근혜 거짓정권 ‘학살규명’ 진짜 싸움”

수원·캐나다 등 국내외 시민합창단 추모

“쪽빛은 우리 바다의 물빛이야. 하늘도 거울로 삼는 맑고 거룩한 빛이야. 왜냐, 꾸정물 똥물 썩은 물, 온갖 반생명적인 환경파괴 물질이 들어와도 끊임없이 걸러내 한없이 맑아지니까. 박근혜 거짓말 정권에 의해 학살된 어린 생명들이 결코 죽지 않고 쪽빛으로 살아 돌아올 거라는 뜻이야.”

지난 2월 이소선합창단(지휘 임정현)의 요청을 받고 시를 썼다는 백 선생은 ‘잊지 않겠다’를 넘어 ‘새 세상 만들자’는 결의를 다지는 노래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해 4월13일 성남시청에서 열린 2주기 추모 특별강연에서도 ‘아이들과 나누고 싶은 사월의 이야기- 돌아올 땐 쪽빛으로’를 주제로 이야기했다.

해마다 세월호 희생자를 기리는 창작 추모곡을 발표해온 이소선합창단은 1주기 ‘어느 별이 되었을까?’, 2주기 ‘너의 졸업식’에 이어 이번에 ‘쪽빛의 노래’를 준비했다. 서울대와 뉴욕대 대학원에서 작곡을 전공하고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창작해온 신동일씨가 시 전문을 그대로 살려 만들었다. ‘<한국방송>(KBS) 국악대상’ 작곡지휘 부문 대상 수상(2004년) 경력이 있는 신씨는 ‘쪽빛의 노래’에 국악 리듬을 담았다.

지난 8일 ‘경기노동자총궐기’ 집회에서 이소선합창단이 초연한 ‘쪽빛의 노래’ 음원을 들어본 백 선생은 “국악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아이들이 덩실덩실 넘실넘실 살아 돌아오는 듯한 장단이 비극을 비장성으로 승화한 것 같아 좋다”고 만족해했다.

일찍이 ‘민중투사’이자 시인으로도 대중의 사랑을 받아온 백 선생은 1980년 5·17 쿠데타 때 감옥 담벼락에 썼던 시 ‘묏비나리’(젊은 남녘의 춤꾼에게)가 5·18 희생자를 위한 추모곡 ‘님을 위한 행진곡’으로 불려 널리 알려졌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뒤늦게 공식 추모행사 때 ‘님을 위한 행진곡’의 제창을 하지 못하도록 ‘탄압’하면서 역설적으로 광주민중항쟁의 상징곡으로 거듭났기에 그의 추모시가 지닌 파급력이 새삼 확인되기도 했다.

실제로 세월호 추모곡은 지난 3년 동안 국내외 여러 음악인이 창작해 발표했고, 세월호 가족과 한겨레 평화의나무 합창단이 함께 꾸린 416합창단을 비롯한 다양한 시민합창단이 부르고 있다.

16일 기억식에 이어 안산 합동분향소 옆 화랑유원지 대공연장에서 열리는 ‘세월호 유가족과 함께하는 부활절 연합예배’에서는 416합창단과 304명의 시민합창단이 추모 공연을 할 예정이다.

앞서 13일 수원시와 세월호수원시민공동행동은 ‘약속의 4·16 수원시민합창단’을 모집해 수원청소년문화센터 온누리아트홀에서 ‘세월호 3주기 추모와 약속의 수원 콘서트’를 열었다. ‘잊지 않을게’와 ‘약속해’(윤민석 작사·작곡), 번안곡 ‘천개의 바람이 되어’를 불렀다. 지난 7일에는 ‘박근혜정권 퇴진 춘천시민행동’ 주최로 강원도청 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1000일 추모문화제에서 416명으로 구성된 춘천시민합창단이 세월호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추모 공연을 했다.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만들어진 합창단으로, 한살배기 아기부터 60대 이상 어르신이 함께 올라 ‘천개의 바람이 되어’,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등을 노래했다.

재외동포들의 추모 합창도 퍼지고 있다. 캐나다 토론토 한인동포들이 2015년 세월호 가족을 돕고자 창단한 ‘사월의 꿈’ 합창단(지휘자 김영직)은 15일 오후 6시(현지시각) 페어뷰 도서관 안 극장에서 3주기를 추모하는 ‘제1회 정기공연’을 한다. 1부에선 피해자 유가족들의 아픔을 공유하고 2부에서는 아픔의 사회적 치유를, 3부에서는 미래를 염원하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담아 ‘네버엔딩 스토리’, ‘화인’(도종환 시), ‘천개의 바람’, ‘밤뱃놀이’(김민기 작사) 등을 들려준다. (647)293-1730 또는 aprildreamchoir@gmail.com.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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