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별세한 고 천롄화 할머니의 생전 모습. 정대협 갈무리
대만인 ‘위안부’ 피해자 가운데 한 명인 천롄화(陳蓮花·92) 할머니가 20일 밤 별세했다. 향년 93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이하 정대협)은 대만에서 거주하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천롄화 할머니가 건강상태 악화로 별세했다고 21일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밝혔다. 지난해 12월10일 대만 최초의 위안부 박물관 개관식때는 건강한 모습으로 참석했던 천롄화 할머니는, 설날이 지난 뒤 건강상태가 악화되어 끝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정대협은 “1924년에 태어나신 할머니는 필리핀에서 간호사를 모집한다는 말에 속아 필리핀 세부섬에서 ‘위안부’ 생활을 강요당했다”고 했다. 정대협은 이어 “천롄화 할머니는 당시 세부섬에서 만난 대만인 군인이 ‘왜 왔냐?’고 물어봐서 ‘간호사 일을 하러 왔다’고 대답했더니, ‘간호사가 아니다. 위안부다’고 말하는데 ‘위안부’가 무엇인지 몰랐다고 하셨다”고 했다. 전쟁이 끝난 뒤 미군의 포로수용소에 있던 천롄화 할머니는 이후 대만으로 귀국했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운 생활을 이어왔다고 한다.
정대협은 “초기에는 할머니들이 모이는 자리에 참석하셔도 이름과 얼굴을 공개 안하신 할머니셨는데 나중에는 ‘이제 나이 들어서 괜찮아’하면서 공식적으로 활동을 시작하셨다”고 했다. 이후 천롄화 할머니는 지난 2011년 일본을 방문해 일본 정부의 ‘위안부’ 모집에 대한 공식 사과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등 활동을 이어왔다.
황금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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