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를 소개해준 대가로 중소병원이 대학·종합병원 의사들에게 금품을 건넨 흐름도.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제공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은 환자들을 자신의 병원으로 보내달라며 억대 단위로 로비한 중소병원장과 이 병원한테 금품을 받고 환자를 넘겨준 대학병원 전공의(레지던트)들이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환자를 소개해주는 대가로 돈을 주고 받은 혐의(의료법 위반 등)로 서울 서대문구의 ㅅ병원장 이아무개(57)씨와 영업직원들, 대학병원 의사 서아무개(35)씨 등 5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4일 밝혔다.
경찰의 설명을 종합하면, 이씨는 2011년 1월부터 2016년 10월까지 대학병원 의사들에게 금품을 주고 환자를 유치했고, 서아무개씨 등 대학병원 의사 40명은 응급실을 찾은 환자에게 ㅅ병원을 소개하며 영업담당자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병원장 이씨는 병원 운영이 어렵자 종합병원과 대학병원 응급실 의사들을 상대로 환자 유치 활동을 하기 위해 ‘대외협력팀’을 만들었다. 서울의 유력 대학병원의 의국장들이 로비 대상이 됐다. 소위 ‘빅5 병원’으로 꼽히는 유명 대학병원들도 포함됐다. 전공의 4년차가 되면 각 의국의 의국장을 맡아 후배 전공의들을 지도하는데, 의국장들은 의국장 업무를 인계할 때마다 ㅅ병원의 대외협력 담당자를 함께 소개하며 후배 의국장이 관행적으로 금품을 받도록 했다.
의국장들은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전공의 1∼2년차들로부터 환자상태에 대한 보고를 받고, 수술할 여건이 아니면 이 병원으로 당일 수술이 어려운 환자들을 보냈다. 대퇴부골절은 50만원, 손가락 절단은 30만~40만원, 인대 손상은 20만원 등으로 책정해 돈을 받았다. 이런 방식으로 ㅅ병원은 대학·종합병원 7곳에서 모두 1200여명의 환자를 유치하고, 환자를 보내준 의사 40명에게 총 2억500만원 상당을 제공했다. ㅅ병원은 이렇게 환자를 유치해 한 명당 수백만원에서 1000만원의 이득을 본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는 “의국장들은 환자에게 병원을 소개해주는 일이 관례고, 소액을 받았다는 이유로 죄의식이 크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의국장들이 속한 병원 7곳 등도 함께 입건하고 ㅅ병원에 진통제를 처방하게 하는 대가로 현금 2억원을 제공한 제약업체 관계자들도 별도로 입건했다. ㅅ병원에서 받은 액수가 적은 의사 32명에 대해서는 소속 병원에 기관통보를 했다.
경찰은 대학·종합병원을 상대로 같은 방식으로 환자 유치를 하는 병원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