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게이 퍼레이드에 참가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인스타그램 갈무리
25일 밤 치러진 대선 티브이 토론 당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사이의 ‘동성애’ 관련 찬반 토론에 대한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성소수자 문제를 인권의 차원으로 접근하지 못하는 대선 후보자들의 낮은 인식에 비해, 해외 정치인들은 이미 성소수자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성소수자 문제에 대해 가장 진일보한 정책을 펴고 있는 해외 정치인으로는 캐나다의 쥐스탱 트뤼도 총리가 꼽힌다. 트뤼도 총리는 지난 2015년 총리로 취임한 뒤 캐나다 사상 최초로 남녀 동수의 내각을 출범시켰다. 당시 “내각을 이처럼 구성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지금은 2015년이기 때문”이라고 답변한 트뤼도 총리의 발언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스스로를 ‘성소수자 문제에 관심있는 페미니스트’로 소개하는 트뤼도 총리는 지난해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동성애자 퍼레이드에도 캐나다 총리 자격으로는 처음 참석했다. 트뤼도 총리는 미국 매체 <복스>와의 인터뷰에서 “진보적인 사람들은 페미니스트가 돼야 한다. 페미니즘은 평등과 존중에 관한 것이며,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최선을 다하는 일이기 때문”이라는 평소의 신념을 밝힌 바 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역시 공개적으로 성소수자 권리에 대한 지지 표명을 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지난 2015년 미국 연방대법원의 동성결혼 합법 판결 당시 축하 연설을 통해 “연방대법원은 이제 평등한 결혼을 보장하게 됐다. 그들은 모든 미국인들이 법으로부터 같은 보호를 받아야 한다는 것을 재확인 했다”며 “모든 사람들은 그들이 누가 됐든, 누구를 사랑하든 평등하게 대우받아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오바마 전 대통령 임기중 국무부 내 ‘성소수자 인권 특사직’을 새로 만들어 동성애자인 랜디 베리를 임명하기도 했으며, 성소수자 출신 외교관을 다수 기용하는 등 내각 구성에서도 성적 다양성을 중시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전 영국 총리는 동성결혼에 대해 공개적으로 지지 표명을한 보수 정치인으로 유명하다. 캐머런 전 총리는 지난 2011년 열린 보수당 회의 연설에서 “(동성결혼은) 평등에 대한 문제임과 동시에, 헌신에 대한 문제다. 보수당은 서로를 지지하는 사회일수록 더 강한 사회가 된다고 믿는다”며 “그렇기 때문에 나는 보수당원임에도 불구하고 동성결혼을 지지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보수당원이기에 동성결혼을 지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영국에서는 지난 2005년부터 동성끼리의 법적 관계를 인정한 ‘동반자 관계’ 제도가 시행되다, 지난 2014년 3월 북아일랜드를 제외하고 동성간의 결혼 또한 이성간의 결혼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 ‘동성결혼 허용법’이 시행되고 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그간 동성간 결혼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거듭 밝혀왔다. 그러나 메르켈 총리 역시 동성 커플에게 합법적 권한을 보장하는 ‘시민결합’에는 찬성하는 입장이다.
대통령 취임 뒤 성소수자 정책에 대한 입장이 후퇴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긴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역시 과거 동성애에 대한 지지 의사를 표명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05년 영국에서 동성 파트너와 결혼식을 올린 팝가수 엘튼 존의 결혼을 축하하며 자신의 블로그에 “이 커플은 12년간 함께해왔다. 매우 잘 어울리는 커플”이라며 “두 사람이 서로 죽도록 좋아하면, 그냥 좋아하면 된다. 이 커플에게 행운을 바란다”고 밝힌 바 있다.
황금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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