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불기소’에 따른 재정신청 사건 공소유지 실효성 논란
권은희 의원, 검찰은 무죄취지 구형했지만 법원 벌금 80만원 선고
염동열 의원에게도 무죄 취지 구형…김진태 의원 사건도 관심
권은희 의원, 검찰은 무죄취지 구형했지만 법원 벌금 80만원 선고
염동열 의원에게도 무죄 취지 구형…김진태 의원 사건도 관심
검찰이 불기소 처분했지만 법원이 당사자의 이의신청(재정신청)을 받아들여 재판하기로 결정했더라도, 정작 검찰이 재판에 소극적으로 대처하거나 법정에서 무죄 취지로 구형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제도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법조계에선 재정신청 사건의 공소유지를 검찰이 할 게 아니라 제3자인 변호사에게 맡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1일 법원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은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 사례가 대표적이다. 광주지법은 지난해 4월 총선에서 공보물에 허위사실을 게시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권 의원에게 벌금 80만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정작 검찰은 선고 전 결심공판에서 재판부에 권 의원의 무죄를 구형했다. 법정에서 ‘죄가 있으니 처벌해 달라’고 주장하는 게 검찰의 일이지만, 평소와 다른 태도를 취한 것이다. 재정신청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검찰은 지난해 권 의원에게 불기소 처분을 내렸으나 법원이 더불어민주당의 재정신청을 받아들였다. 그런데도 검찰은 “법과 원칙에 따라 판단해주길 바란다”며 구형을 하지 않아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런 검찰의 태도는 지난 24일 열린 염동열 자유한국당 의원의 공판에서도 반복됐다. 검찰은 지난해 총선 때 재산을 축소 신고한 혐의를 받던 염 의원을 무혐의 처분했다. 염 의원을 검찰에 고발한 선거관리위원회는 재정신청을 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검찰은 염 의원의 재판에서 또다시 “후보자 재산신고 과정에서 이를 축소 게재해 허위사실을 공표한 고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사실상 무죄 취지의 주장을 폈다.
검찰의 이런 태도는 다음달 18일 예정된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의 선거법 위반 재판에서도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김한규 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은 “실체적 진실을 밝힐 의무가 있는 검찰의 무죄 구형은 과거 자신들의 잘못이 확인된 재심 사건에서나 하는 것이지, 범죄 혐의가 드러난 재정신청 사건에서 하는 게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이런 우려 탓에 법조계에선 재정신청 사건의 공소유지를 검찰이 아닌 제3자가 맡아야 한다는 지적은 꾸준히 나왔다. 검찰이 불기소 처분한 사건의 재판을 검찰에 또 맡기는 건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하기 어렵기 때문에 ‘공소유지 변호사 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2007년 이전에는 재정신청 사건의 공소유지를 변호사가 맡았는데, 당시 재정신청 대상 범죄를 확대하도록 법을 바꾸면서 공소유지 주체가 검사로 바뀌었다. 이후 불공정성 문제가 계속 제기되자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월 공소유지 주체를 다시 변호사로 바꾸는 법률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개정안은 법원이 공소제기 결정을 내리면, 법원이 각 지방변호사회장 추천을 받아서 담당 변호사를 지정하고, 해당 변호사는 사건의 확정판결이 날 때까지 검사로서 지위와 권한을 갖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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