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삼성 미전실·계열사, 청와대·정부에 ‘깨알 로비’

등록 2017-05-01 18:45수정 2017-05-01 21:38

이재용 9차례 재판서 세세히 드러나
장충기 사장·안종범 수석 1년에 87번 통화
최경환 장관에게도 “의논 원해” 문자
공무원 출신 간부들은 정보수집·보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된 2월17일 오전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 삼성로고가 보이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된 2월17일 오전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 삼성로고가 보이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국정농단’에 연루된 삼성 관련 인사들의 재판이 거듭되면서 ‘삼성 로비’의 실태를 엿볼 수 있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2007년 삼성 임원이었던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와 이어진 삼성 특검 등에도 불구하고 청와대와 정부 부처에 뻗은 삼성의 문어발식 로비엔 큰 변화가 없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지난 4월28일 이 부회장 등의 9회 재판에서 “2015년 10월부터 1년 동안 장충기 전 삼성 미래전략실 차장(사장)과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이 87번이나 통화를 했다”면서, 이들이 ‘박근혜-이재용’ 사이의 연결 통로라는 점을 강조했다. 특검은 앞선 재판에서도 장 전 사장이 주요한 고비 때마다 안 전 수석에게 ‘연락 부탁드린다’, ‘편한 시간에 전화하고 싶다’ 등의 메시지를 보낸 사실을 공개한 바 있다. 이 부회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면담 전날인 2014년 9월14일, 메르스 초기 대응 실패로 삼성서울병원이 비판을 받던 2015년 6월17일, 주주총회에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이 통과된 2015년 7월17일 등이 문자를 보낸 날이다.

장 전 사장은 또 2015년 6월21일 당시 최경환 기획재정부 장관에게도 “부총리님 메르스 관련 의논 드리고 싶습니다. 장충기 드림”이라는 문자를 보냈다. 2015년 7월엔 장 전 사장이 이헌수 국정원 기조실장의 전화를 받고, 감사원 사무총장 후보로 거론되던 인사에 대해 “평판이 안 좋다”며 인사에 개입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2015년 11월 장 전 사장은 박상진 당시 삼성전자 사장과 함께 현정택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저녁 식사를 했다. 합병 뒤 순환출자 고리 해소를 위해 삼성물산의 주식을 얼마나 처분할지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논란이 됐던 시기다. 박의명 전 삼성증권 고문은 특검 조사에서 장 사장에 대해 “삼성 대관 업무의 총 책임자며 정부기관의 고위직 공무원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인맥이 대단한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삼성은 고위 공무원 출신을 영입해 정보를 수집하기도 했다. 미래전략실은 감사원이 메르스 관련 삼성서울병원의 감사를 시작하자 감사원 출신 등이 포함된 태스크포스팀을 만들었다. 여기 참여한 감사원 고위직 출신인 박의명 전 삼성증권 고문은 장 전 사장에게 ‘감사원 국장을 만났더니 메르스가 진정된 후 삼성의료원 등에 대한 감사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가능한 감사 시기를 늦추어주고 착수 전에 미리 얘기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감사원 감사 건은 현재까지 특별한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방금 감사위가 끝났는데 예상 문제점 8건 중 7건은 처분 요구 없이 종결했습니다. ’등 감사원 내부 정보를 여러 차례 문자메시지로 보고했다. 박 전 고문은 특검 조사에서 “고위직 공무원으로 있다가 삼성 계열사 고문 등으로 온 사람들의 역할은 출신 부처의 인사 동향과 규제 강화 동향 등을 파악해 장 사장에게 보고하는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외부 인사를 활용한 로비의 흔적도 있다. 이왕익 전 미래전략실 전무는 2015년 12월20일 ‘토요일 비에이치(BH·청와대) 인민호 과장(행정관)을 만나 서류 전달하고 설명했습니다. 회사 입장이 전달될 것으로 보입니다’라는 황창식 김앤장 변호사의 문자를 장 전 사장에게 전달했다. 이수형 전 미래전략실 부사장도 2015년 7월4일 ‘오늘 점심때 홍(완선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 등이 (국민연금 주식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 김성민 위원장을 열심히 설득은 했는데 삼성의 논리가 부족하다는 식으로 이야기했다고 합니다’는 문자를 장 전 사장에게 보냈다.

특검은 재판에서 “‘삼성은 우리 사회의 모든 사람을 회유할 수 있는 힘을 보유한 유일한 주체’라는 김상조 경제개혁연대소장의 말을 장 사장의 문자메시지를 볼 때 느낄 수 있었다”며 “삼성은 삼성 계열사는 중앙정부를, 미래전략실은 청와대 경제수석 등을, 이재용 부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상대로 밀착형 로비를 해왔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 부회장의 변호인들은 “특검이 제시한 문자만으로는 누구를 회유하거나 부정한 청탁이 드러나지 않으며 중대한 현안에 관심을 갖는 건 기업으로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며 “이 부회장은 미래전략실 소속도 아니고 미래전략실도 이 부회장의 뜻에 따라 움직이는 조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