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의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지난 4월7일 낮 서울 서초동 대법원 법원 전시관 입구에 ‘대한민국 판사의 길’이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서울중앙지방법원이 15일 단독판사회의를 열기로 했다.
사법 개혁 논의를 위한 전국법관대표회의 개최와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권 남용에 대한 양승태 대법원장의 입장 표명을 요구하는 판사들의 목소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전국 법원 중 판사들이 가장 많은 서울중앙지법도 판사회의를 소집하기로 해 양 대법원장의 침묵이 계속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단독판사회의 의장은 오는 15일 행정처의 사법행정권 남용과 진상조사 결과에 대한 의견 표명, 전국법관 대표회의 제안과 구성·활동을 안건으로 단독판사회의를 열겠다고 1일 밝혔다. 서울중앙지법에는 부장판사를 제외한 단독판사 90여명이 근무해 전국에서 가장 규모가 크다. 한 지방법원의 부장판사는 “규모나 상징성 측면에서 서울중앙지법에서 단독판사 회의가 열린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 양 대법원장도 이제는 이번 사태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직접 밝힐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행정처가 사법 개혁을 요구하는 판사들을 압박하고 ‘사법부 블랙리스트’를 만들었다는 의혹에 대해 진상조사위원회(위원장 이인복 전 대법관)를 꾸려 조사하도록 했지만, 일선 판사들의 문제제기는 계속되고 있다. 지난 4월18일 진상조사위가 “행정처가 사법행정권을 남용했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았지만 사법부 블랙리스트 파일이 저장됐다고 알려진 컴퓨터를 조사하지 않은 데다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4월26일 서울동부지법이 전국 법원 중 최초로 양 대법원장의 입장 표명과 전국법관대표회의 개최를 요구한 뒤로 대전지법, 서울남부지법, 인천지법도 직급별 판사회의를 열어 같은 뜻을 표명했다. 인천지법은 1일 단독판사회의를 열어 “대법원장이 사과해야 한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또 “이번과 같은 사법행정권 남용 행위가 재발되지 않도록 후속 조처와 방안이 필요하고 이는 사법행정제도와 법관인사제도에 관한 논의를 포함하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4월28일 단독판사회의를 연 서울남부지법도 이날 법원 내부 전산망 코트넷에 글을 올려 “행정처는 전국법관대표회의의 자율적인 활동을 보장하고, 논의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창원지법은 2일 배석판사회의를 열 예정이고, 수원지법도 8일 부장판사회의를 여는 등 행정처가 아닌 판사 주도의 사법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전국 법원으로 확산되고 있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