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임종헌 ‘수상하게 빈번한’ 통화>
개인 친분 없고 사시 기수도 큰 차이
2016년 통화 자주 나눈 시기에
김기춘 “법원 강대…다 찾아 길들여야”
김영한 전 민정수석 업무일지에 나와
양승태 대법원장 ‘상고법원’ 도입 심혈
“당시 청와대-대법원 관계도 좋아”
개인 친분 없고 사시 기수도 큰 차이
2016년 통화 자주 나눈 시기에
김기춘 “법원 강대…다 찾아 길들여야”
김영한 전 민정수석 업무일지에 나와
양승태 대법원장 ‘상고법원’ 도입 심혈
“당시 청와대-대법원 관계도 좋아”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은 업무상 자주 통화할 일이 없는 관계다. 서로 대등하고 독립적인 위치에 있는 대통령과 대법원장의 보좌진인 만큼 잦은 연락이나 비공식적인 접촉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특검 수사 과정에서 이 두 사람이 “수시로, 빈번하게” 연락을 주고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검 관계자는 “어쩌다 한 두 번 통화면 그게 (통화내역 조회 때) 눈에 띄었겠느냐”고 말했다.
특검이 확인한 통화 내역은 2016년 1월부터 1년 치로, 당시 우 전 수석은 잘 알려진 대로 막강한 권한을 휘두르고 있었다. 임 전 차장은 양승태 대법원장 취임 뒤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을 거쳐 차장에 오를 만큼 두터운 신임을 받으며 법원의 실질적인 살림을 총괄하고 정부와 국회 등을 상대하는 ‘대외 창구’ 노릇도 도맡고 있었다.
이런 두 사람이 밀접하게 통화한 사실을 어떻게 봐야 할까? 법원행정처를 거친 법관, 청와대 근무 경험이 있는 법조인 등은 대부분 비슷한 얘기를 했다. “서로 이해와 협조를 구할 만한 특별한 일이 있다면 통화는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경우가 1년에 몇 번이나 있겠나. 두 사람이 그렇게 자주 연락을 취했다면 무슨 다른 사정이 있을 것이다.” 두 사람은 나이나 사법시험 기수 등에서 연배 차이가 크게 벌어져 개인적 친분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주목되는 것이 이들의 통화가 이뤄진 시기 청와대와 대법원의 정책 기조 또는 관심 현안이다. ‘박근혜 청와대’는 사법부, 특히 젊은 판사들이 ‘왼쪽’으로 기울어 문제 판결이 잇따른다고 보고, 순치시키고 싶어 했다. 지난해 공개된 고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업무일지’에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의 지시 내용으로 적혀 있는 “법원 지나치게 강대, 공론화 견제수단 생길 때마다 다 찾아서 길을 들이도록(상고법원, or) 다 찾아서”, “법원 지도층과의 커뮤니케이션 강화” 등은 청와대의 ‘속내’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지난해 국회 ‘최순실 국조특위’에서 제기된 양 대법원장 사찰 의혹도 이런 기조와 맥락이 통한다.
대법원은 대법원대로 ‘상고법원’ 신설을 양승태 원장의 최대 치적으로 삼기 위해 총력전을 펼쳤다. 그러기 위해선 입법을 위한 청와대와 국회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했다. ‘김영한 업무일지’에서도 김기춘 전 실장은 법원을 길들이는 지렛대로 상고법원을 예시하고 있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양 대법원장이 ‘상고법원’을 사실상 포기한 것은 2016년 4월 총선 결과 (여소야대로) 입법 추진이 불가능해졌다는 판단을 하면서”라고 말했다. 즉 대법원은 그 직전까지 상고법원 신설에 매달렸다. 청와대와 대법원이 서로의 ‘권능’을 필요로 하는 조건이 상당 기간 지속됐던 것이다. 우 전 수석과 임 전 차장이 실무자들을 제쳐 두고 ‘직접’ 통화를 한 것은 ‘보안’ 때문이었을 공산이 크다.
당시 법원 내부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우 전 수석과 임 전 차장이 재임하는 동안 청와대와 대법원의 관계는 좋았다. 우 전 수석이 법원에 호의적이라는 얘기가 있었다”며 “청와대가 과거 권위주의 시대처럼 재판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하긴 어렵지만, 특정 사건의 재판부 배당, 국제인권법학회 같은 젊은 판사들의 동향 등엔 관심이 클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희철 기자 hck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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