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새벽, 시민 김원재씨와 전승민씨는 19대 대선 사전투표가 진행되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 주민센터 앞에서 가장 먼저 투표에 참여하려고 텐트를 치고 밤을 새웠다. 김원재씨 제공
19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4일 새벽, 사진작가 김원재(36)씨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 주민센터에 설치된 사전투표장 앞에서 새벽을 맞았다.
그는 4년 5개월 전에 치러진 18대 대선 때도 가장 먼저 투표하기 위해 12월 영하의 추위에서 밤을 지새웠다. 당시엔 사전투표제가 없어, 투표일 전날 투표소를 찾았다. 그가 투표에 참여하기 위해 노숙을 마다하지 않는 이유는 뭘까. 김씨는 “2년 정도 쓰는 스마트폰을 사려고 휴대전화 가게 앞에서 며칠씩 기다리곤 하는데, 이번 대통령 선거는 그것보다 더 중요하니까 1등으로 투표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사는 김씨는 전날인 3일, 평소 알고 지냈던 동생 전승민(31)씨와 함께 직장 인근에 있는 사전투표소를 찾아갔다. 그는 투표소 앞에 휴대용 텐트와 빔프로젝터를 설치했다. 캠핑을 떠난 즐거운 마음으로 새벽을 즐겼다고 한다. 페이스북을 통해 소식을 알리자, 시민들이 치킨도 배달해줬다. 응원차 찾아온 이도 있었다.
새벽 4시30분께, 선거관리위원들이 주민센터로 들어왔고, 한 시간 뒤쯤 주민센터 문이 열렸다. 사전투표에 참여하려는 시민들이 하나둘 찾아왔다. 오전 6시, 김씨는 곧장 투표소로 달려갔다. 투표를 마치고 나온 시간은 오전 6시1분20초였다.
4일 새벽, 시민 김원재씨와 전승민씨는 19대 대선 사전투표가 진행되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 주민센터 앞에서 가장 먼저 투표에 참여하려고 텐트를 치고 밤을 새웠다. 이들은 투표소 앞에 빔프로젝트를 설치해 영화를 감상했다. 김원재씨 제공
첫 대선 사전투표를 마친 소회는 어땠을까. 김씨는 “(투표하려고 기다리는데) 줄 서 있는 어르신들도 많았고, 젊은 사람들도 많아서 복잡 미묘한 감정이었다”며 “봄에 치르는 첫 대통령 선거인데, 왜 우리가 봄에 다시 대선을 치르게 됐는지 중요한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고 말했다.
끝으로 김씨는 투표를 망설이는 시민들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이번 대통령 선거는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과 지금껏 쌓여있던 적폐 청산의 의미도 있다. 투표율을 높이면 정치인들한테 일종의 경고가 된다. 중요한 선거인만큼 우리의 미래와 어린이들이 살아갈 세상을 바꾸기 위해 (유권자들이) 소중한 권리를 행사하면 좋겠다.”
사전투표는 4~5일 새벽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전국 3507개 투표소에서 실시된다. 유권자들은 신분증을 들고 전국 사전투표소 아무 곳이라도 가면 투표할 수 있다. 황금연휴를 맞아 사전투표 기간에 국외로 떠나는 사람들은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 마련된 사전투표소를 이용할 수도 있다. 서울역, 용산역 등에도 사전투표소가 준비된다. 김포공항엔 사전투표소가 없다. 사전투표소 위치는 중앙선관위 누리집(www.nec.go.kr)과 ‘선거정보' 모바일 앱에서 확인할 수 있고, 선관위 대표전화 1390에서도 알 수 있다.
사전투표소에서 관내선거인(해당 시·군·구에 주소지를 둔 유권자)은 신분증을 제시한 뒤 투표용지에 곧장 기표하면 되고, 관외선거인은 투표용지에 기표한 뒤 회송용 봉투에 용지를 넣으면 된다. 박수진 기자
jjinpd@hani.co.kr, 사진 김원재씨 제공
4일 새벽, 시민 김원재씨와 전승민씨는 19대 대선 사전투표가 진행되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 주민센터 앞에서 가장 먼저 투표에 참여하려고 텐트를 치고 밤을 새웠다. 김씨의 투표 인증샷. 김원재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