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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개성공단 폐쇄로 납품 못한 업체, 계약사에 배상 책임 없다”

등록 2017-05-05 20:42수정 2017-05-05 22:03

법원 “당사자 책임 없다면 손해에 책임질 의무 없다”
“정부에 배상책임 있다는 취지 판결” 해석도
개성공단 폐쇄로 공장 가동을 중단할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었다면, 납품하기로 계약을 맺었던 회사의 손해까지 책임질 필요가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5부(재판장 오선희)는 ㄱ사 등 회사 두 곳이 개성공단에 공장을 둔 ㄴ사 등 두 곳을 상대로 낸 물품대금 청구 소송에서 “ㄴ사가 대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면서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고 5일 밝혔다.

지난해 1월 개성공단에 공장을 둔 ㄴ사는 ㄱ사에서 원부자재를 공급받아 개성 공장에서 완제품을 만들고 이를 ㄱ사에 다시 납품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그해 2월10일, 개성공단 중단 사태가 벌어지며 계약을 이행하기 어려워졌다. 당시 정부는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개발 등에 대한 제재 수단으로 개성공단 운영을 전면 중단했고, 북한은 이에 반발해 공단 내 남쪽 인원을 전원 추방하고 자산을 동결했다. ㄴ사는 개성공단 공장에 있던 ㄱ사 소유의 원자재를 가지고 나올 수 없게 됐고, ㄱ사는 원자재 값에 해당하는 손해액 8천여만원을 ㄴ사가 물어내야 한다며 소송을 냈다.

법원은 ㄴ사에 배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북한의 개성공단 내 자산 동결 및 직원 추방으로 인해 ㄴ사는 원부자재 및 가공품을 인도할 수 없게 됐다”며 “당사자 양쪽의 책임 없이 계약 이행이 불가능하게 된 경우, ㄱ사는 가공비 지급 채무를, ㄴ사는 가공제품 인도 의무를 면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ㄴ사와 함께 고소당한 한 개성공단 입주업체 대표는 “지난해 2월 개성공단 전격 전면중단 조처를 해 북한 쪽이 개성공단을 폐쇄하도록 시발점을 제공한 우리 정부에 배상책임이 있다는 취지의 판결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개성공단 중단 조처를 한 정부에 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김광길 변호사(전 개성공단 법무팀장)는 “이런 경우 ㄱ사는 정부에 책임을 묻는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낼 수 있다. 다만 천안함 사태에 대한 대북 제재인 5·24조치로 피해를 본 업체들이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냈지만 법원은 ‘5·24조치는 고도의 정치적 판단에 따른 행정적 행위’라며 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바 있다. 이번 정부 조치를 위법한 행위로 볼 수 있는지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현소은 조계완 기자 s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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