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삼척에서 발생한 산불이 나흘만에 진화됐다. 사진은 소방대원 등이 잔불정리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강원도소방본부 제공
강원도 산불이 발생 나흘째인 9일 잔불까지 진화됐다. 화마와의 사투가 겨우 일단락됐지만, 세월호 참사 3년이 지난 뒤에도 여전한 주먹구구식 재난대응체계가 개선 과제로 남았다.
산림청은 이날 오전 11시20분 강원도 삼척시 도계읍 일대 산불에 대한 잔불 진화가 종료됨에 따라 지난 6일 발생한 영동지역 산불이 완전히 잡혔다고 밝혔다. 6일 오전 11시42분께 삼척에서 산불이 시작된 이후 72시간 만이다. 불길이 태운 산림은 모두 327㏊(강릉 57㏊, 삼척 270㏊)에 이르는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축구장 면적의 457배에 이르는 산림이 잿더미가 된 셈이다. 이번 불로 강릉에서는 주택 33채가 불에 타 35가구 78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삼척에서는 폐가 3채를 포함한 주택 4채가 불에 탔다.
산림청은 전날인 8일 강릉·삼척의 주불을 진화한 이후 잔불을 잡는 데 주력했다. 9일엔 삼척과 강릉에 각각 헬리콥터 28대와 4대를 투입해 막판 총력전을 폈다. 산림청은 “삼척 산불 발생 지역은 산세가 험하고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골짜기가 많아 헬기가 많이 투입됐다”고 설명했다.
이날 잡힌 잔불은 숯이나 불씨처럼 완전히 꺼지지 않고 남아 있는 불을 말한다. 우선적인 진화 대상인 주불(눈에 보이는 큰 불길)과는 차이가 있지만 방심해선 안된다. 실제로 지난 7일 오후 산림당국은 강릉에서 주불 진화를 완료했다고 밝혔지만, 몇 시간 뒤 강풍에 불길이 다시 살아나 인근 주민들이 새벽에 대피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삼척 산불 발생 나흘째를 맞은 9일 오후 강원 삼척 도계읍 건의령 터널 인근서 군 장병들이 막바지 진화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산불의 경우 지방자치단체장이 지휘하는 통합지휘본부를 설치해 총괄 대응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산불 진화는 산림청이 지휘하도록 돼 있는 등 권한과 책임이 분산돼 산불 진화 과정이 늦어지고 혼선을 부추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난문자가 제때 발송되지 않은 것 역시 지자체와 산림청, 국민안전처가 서로 얽혀 책임을 미루다 벌어진 일이다.
남기훈 창신대 교수(소방방재학)는 “여러 기관에 권한과 책임이 흩어져 있어 이에 대한 통합관리를 하라고 국민안전처를 신설한 것인데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상위기관만 설치하고 말 것이 아니라 어떻게 실질적인 통합 대응이 가능하도록 할지를 고민해서 대응체계를 정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승 박수혁 기자
raison@hani.co.kr